
‘신계륜’이라는 이름에는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386맏형’이라는 별명이다. 신 전 사무총장이 사실상 지방선거 베이스캠프로 마련한 ‘신정치문화연구원’에도 386 출신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인영, 임종석, 우상호, 오영식 전 의원 등 낙선한 386정치인들이 신 전 사무총장과 함께 ‘신정치문화연구원’에 몸을 담았다.
이 꽉 깨문 386, 두 번 죽지 않겠다
즉 ‘신정치문화연구원’ 발족을 통해 신 전 의원이 기지개를 켰다는 것은 386 낙선 의원들이 함께 기지개를 켰다는 뜻과 다름없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어떻게든 부활하기 위해 이들은 똘똘 뭉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민주당의 지방선거 전략 같기도 하지만, 지방선거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는 당을 바라보며 답답해 직접 나섰다고 풀이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선거에 있어서는 사실, 신계륜 전 사무총장이 노련한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우기도 했었다. 또, 손학규 전 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을 당시에는 통합민주당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있던 시기에서 당 사무총장을 맡겼다는 것은 사실상 당의 명운을 그에게 맡기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신 전 사무총장이 선거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며, 승부사로서 믿을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그런 신 전 사무총장이 지금 움직였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을 대비함에 있어서, 2009년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그는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무대 돌아온 ‘386 맏형’, ‘신정치문화연구원’으로 지방선거 기지개
정세균과 각 쌓기…·당 실세 “필요없다” 외각 베이스캠프서 활로 찾기
선거경험이 풍부한 신 전 사무총장이 한동안 당내 주요 요직을 비워놓고 있던 사이, 김민석 최고위원이 그 역할을 대신해왔다. 김 최고위원은 줄기차게 당내 인사들을 만나면서 출마권유를 하고, 지방선거 붐을 일으키는 작업을 펼쳐왔다. 조기 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신 전 사무총장이 주장하는 바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민주당 지방선거 전략의 구심점이나 다름없었으며 당내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었다. 어떻게 보면, 신 전 사무총장과 비슷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최근 공안정국의 늪에 빠져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근래에는 어떤 정치적 활동도 하지 못하고 공안탄압 투쟁에만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 최고위원의 부재는 곧 신 전 사무총장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통로로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신 전 사무총장 역시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고, 선거판짜기에 남 못지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에 대한 기대감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정세균 대표와 각 쌓기 왜?
그러나 신 전 사무총장이 정세균 대표 체제에서 다시 과거와 같이 실세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할 부분이 많다. 신 전 총장 스스로가 정 대표와 상당히 각을 쌓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정치문화원’ 창립식 자리에서 그는 정 대표를 면전에 두고도 “민주당은 깃발이 선명해야 한다. 그래야 모인 사람들이 중심과 대오를 마련할 수 있고 어려운 상황의 돌파도 가능하다”면서 “그런데 현재 민주당은 정체성이 없기 때문에 이것이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대선후보가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지방선거도 책임 있게 다룰 수 있다. 지방선거 전에 차기 대선주자를 가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권후보가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발언은 사실상 정 대표를 부정하는 것이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국민 상당수가 대안정당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70%가량이 ‘민주당이 아닌 다른 대안정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상 국민들이 민주당을 불임정당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치렀을 때, 또 총선을 치렀을 때 과연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답은 제로에 가깝다. 이미 우리는 10.29 재보궐선거를 통해 지방선거 결과 예고편을 볼 수 있었다. 끝도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추락 속에서도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했다. 이는 곧, 민주당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신 전 사무총장이 왜 정 대표와 각 쌓는 모습을 보이고, 왜 당 외곽에서 전략적 캠프를 차렸는지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당과 엮이는 즉시, 이들 또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면서 지방선거를 대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신 전 사무총장과 386의 부활이자, 민주당을 살리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