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사안마다 ‘엇박자’
한 지붕 두 가족 사안마다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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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 못 잡는 정부여당 “경제위기 더욱 부축인다”

▲ “동상다몽(同床多夢)”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집권 정당과 여당으로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제각각 다른 생각들을 하고 엇박자를 내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가 커져가고 있다. 연말·연초 개각론이나 수도권 규제완화, 한미FTA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서부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발언에 이르기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전의 한나라당이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계파 다툼으로 이분되는 양상이었다면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수도권 의원의 세가 강한 친이계와 지방 의원의 세가 강한 친박계의 대립이 나타나고 있고 한미FTA나 연말·연초 개각론에 대해서는 계파를 넘어 다양한 의견들이 나타나고 있다.

친이계도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각계 약진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손발이 맞지 않는 일이 잦아지면서 172석 거대여당이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난제는 겹쳐 오는데 연말개각론, 수도권 규제완화 두고 여권 안방싸움
수도권 규제완화 與-與 대립, 수도권, 지방 의원 같은 정책 다른 생각

사공이 넘치도록 많은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두며 172석 ‘거대여당’이 된 한나라당의 이야기다.

제각각 목소리의 ‘불협화음’

한나라당은 ‘식물여당’ ‘무기력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얻었지만 내부 다툼에 힘을 소진하느냐 현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와 ‘함께’ 가는 것이 아닌 ‘끌려가는’ 모양새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그러나 당 내외의 비판에도 사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을 두고 벌집을 쑤신 듯한 모양이 되고 말았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한 후 한나라당은 당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자, 정책위원회 지도부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임채민 지식경제부 제1차관,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까지 총출동해 16개 시·도지사 간 정책협의회를 열고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의 해법을 찾는 등 지방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당 내 여파까지 잠재우지는 못했다. 비수도권 의원들이 반발이 이어진 것. 특히 정중동 행보를 이어오던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5일 “수도권과 지방이 같이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서로 어떻게 해야 잘 살게 하는가가 포인트고, 자꾸 싸우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은 곤란하다. 지방은 절박하다. 선후가 바뀌었다”면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정면 비판한 것이 주효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있는 친이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친박계의 입장을 알린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박 전 대표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잠잠하던 계파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친이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촛불시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발표하니까 왜 이런 소리를 하냐”고 따지고 들며 계파간 깊은 골을 보여줬다.

정부의 한미FTA 연내 비준 추진 방침에도 당 내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박병원 경제수석은 “우리나라처럼 FTA로 덕을 많이 볼 수 있는 나라도 없다”면서 경제위기 극복의 열쇠로 한미FTA 추진을 강조했지만 친박계 김학송, 유승민 의원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신중론’은 버락 오바마의 당선으로 친이계까지 잠식해가고 있다.

계파 넘어 외치는 ‘공허한 개각론’

당 내 의견이 산산이 갈라지는 것만은 아니다. 계파를 떠나 중진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연말·연초 개각론을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참여정부 인사라도 유능한 사람은 선발해서 일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연말개각론’을 펼쳤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인사와 시스템 문제에서 부처간 업무분장까지 재점검을 해서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줄 조치가 필요하다”며 개각의 필요성에 동의했으며 안경률 사무총장도 개각에 대해 “청와대나 국정 운영하는 사람들이 여러 구성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전면개각이냐 부분개각이냐 여부는 대통령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각은 없다”는 청와대의 단호한 외침에 잠시 수그러들었던 연말개각론은 홍 원내대표의 ‘도발’로 재차 거론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7일 “정권을 잡았다고 현실에 안주하고 오만하고 자기 혁신을 게을리 한다면 정권 교체 주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면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전면적으로 국정쇄신을 해야 한다”고 국정쇄신론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이어 “전면적 국정쇄신을 해야 하고 내년부터는 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이 부자나라, 부자국민으로 가는 터전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인적쇄신을 할 부분은 하고, 바꿀 때가 되면 바꿔야 한다. 정부가 시장을 잘못 읽고 있으면 당이 건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일갈에 개각론이 주춤해졌지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실언 등 문제의 원인이 여전하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그러나 이는 또다시 청와대의 ‘벽’에 부딪혔다. 여야 정치권의 목소리를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말로 일축, ‘허공의 메아리’에 그치게 한 것.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10일 개각설과 관련 “국면 전환용의 정치적 성격을 가진 개각은 현재 거론되지도, 검토되지도 않고 있다”면서 “국면전환이나 깜짝쇼로 개각하거나 인사를 하는 것은 과거식 정치이고 이명박식 인사철학에 맞지 않다. 인사 요인이 있으면 그 때 그 때 하면 된다는 것이 인사철학”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홀대에 여당 속 ‘부글부글’

여권 관계자들은 이 같은 ‘답답한’ 상황의 중심에 ‘청와대의 여당 홀대’가 있다고 울분을 토한다.
여당에서 연말·연초 개각론을 주장하는데도 청와대에서는 일고의 여지없이 일축하기에 급급했으며 각종 정책이 여당과의 협의 없이 발표되는 등 청와대가 여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박희태 대표도 구체적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 대책도 발표 당일 형식적 당정협의만 거쳐 당의 반발을 샀다. 당의 목소리를 전하고 청와대의 의중을 들으려 마련한 이 대통령과 박 대표의 주례회동은 몇 차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걸핏하면 연기되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당과 의원들이 청와대의 거수기냐”며 “정부와 당이 협력해야 되는 사안이 한둘이 아닌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해서야 되겠냐”고 날을 세웠다.

지난 12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는 ‘날을 잡은 듯한’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경제상황을 거론하며 “정부가 시장을 잘못 읽고 있으면 당이 건의를 해야 하는데 지도부는 목에 힘만 주고 앉아 있고, 대통령이 못하면 밑에서라도 움직여야 하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고 정부와 여당을 동시에 겨냥했다.


與 ‘전면 국정쇄신론’ VS 靑 “지금은 경제난국 극복에 집중할 때”
청와대 독주에 분통터진 여당 “휘둘리고 무기력한 반신불수 상태”


권영세 의원은 “당이 반신불수의 상태”라고 지적하며 당이 정부발 정책현안에 휘둘린다는 지적에 대해 “휘둘리고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이어 “힘을 모으기 보다는 친이는 친이대로 각자도생(各自圖生) 중이고, 친박들은 ‘두고 보자’는 식으로 원한만 쌓아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당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원희룡 의원은 “여당으로서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을 반영해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국민에게 신뢰와 조정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당의 정치력과 역할이 너무 위축돼 있고 보이지 않는다”며 “당이 청와대 서슬에 눌려 무기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도 정부의 내년 경제성장률 4% 전망을 거론하며 “되지도 않는 성장률을 내놓아 국민 신뢰를 깨고 있다”며 “청와대에 ‘워룸’(war room)같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여옥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나라당은 거대여당, 수권정당으로 제 몫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뒤늦게 집안단속 나선 MB, 효력은 ‘글쎄’

스트레스가 쌓인 것은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은 13일 출국을 앞두고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안경률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어려운 시기일수록 당에서 여러 의견 나오면 엇박자로 비쳐질 수 있으니, 당에서 한목소리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부재중에도 당정청이 잘 의논해서 현안에 대응해달라”며 “지금이 어려운 때 인건 맞지만 모두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한마음이 되어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사실상 집권 여당에 대한 경고 메시지다.

이 대통령이 직접 당정청의 엇박자를 거론한 것은 청와대에 대한 여당의 불만만큼 여당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도 크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 한미FTA, 감세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여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음에도 여당 의원들이 너도나도 나서 전면적인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것도 이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

한 정치분석가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깊은 수렁에 빠진 모양새”라며 “그곳을 벗어나야 하는데 어둠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만 하다 지쳐 쓰러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당정청의 소통은 요원한 일인 것 같다”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심하지 않으면 청와대가 추진하려고 하는 일에서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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