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메가패스, 이용 일수 관계없이 한 달 이내 해지면 1개월 이용료 부과
약관에 화난 소비자 “사용한 만큼 이용료 내는 것이 당연하다” 불만 토로
소보원, “KT 옛날식이다. 기업 윤리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적
KT, “정부 인가 받은 이용약관, 법에 접촉되는 불공정 약관 아니다” 주장
침체되고 있는 경제 상황 탓에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가계소비를 단돈 100원이라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요즘. 이런 소비자들을 화나게 하는 ‘기망’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초고속 인터넷 업계의 황제 ‘KT’.
해지시 ‘하루를 쓰든 이틀을 쓰든 한 달치 사용료를 내라’고 명시되어 있는 KT의 이용약관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KT 이용약관에 대해 단독 취재해 그 문제점을 짚어본다.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고 있는 회사원 A(32·남)씨는 지난 10월에 KT의 초고속 인터넷 ‘메가패스’에 가입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인터넷의 약정기간도 지났고, 무엇보다 가족 대부분이 KTF의 가입자였기에 같은 계열사의 인터넷 상품과 결합해 가계통신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황당한 ‘KT 메가패스’ 약관
얼마 후 설치기사가 방문했고, A씨는 인터넷을 개통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신청하려던 KTF와 KT 인터넷 결합 상품에 A씨 가족 누구도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합 상품 할인을 통해 가계통신비를 줄이려던 A씨는 기존에 쓰던 인터넷 사용료 보다 오히려 통신비가 늘게 되자, 차라리 가입해지를 하고 조금이라도 싼 다른 인터넷 업체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A씨는 가입 3일 만에 KT 고객센터로 연락을 해 가입 해지를 요청했다.
그런데 어렵게 연결된 해지담당 상담원으로부터 A씨는 황당한 얘기를 듣게 됐다. 가입 당시 받은 사은품 환수는 물론 1년 이내 해지에 해당하니 무료로 해준 설치비를 환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달 이내 해지에 해당하니 한 달치 사용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KT의 황당한 요구에 화는 났지만, 자신이 약정기간을 어기고 해지한 것이니 사은품은 돌려주고 설치기사의 인권비 등을 생각해 설치비까지 지불하겠다고 상담원에게 말했다.
하지만 A씨는 ‘한 달 이내 해지는 한 달치 사용 요금을 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처럼 납득할 수 없었다. 단 3일만 사용했는데 한 달 치 사용요금을 내야 한다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A씨는 상담원과 오랜 언쟁을 벌였고, 상담실 팀장 등 관리직원과도 통화를 했지만 “약관상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해서 돌아왔다.
‘약관이 그렇기 때문에 한 달치 요금을 내라’고 고집하고 있는 KT측에 너무나 화가 난 A씨는 “약관 자체가 불합리하다. 개통 이후로부터 하루를 쓰던 이틀을 쓰던 한 달치 요금을 내라는 것이 말이 되냐. 나는 그런 조항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며 “정보통신위원회, 소비자원 등에 진정서를 제출 하겠다”고 격분했다.
반(反) 소비자 지향적 약관
A씨의 말대로 정말 KT 메가패스 이용약관에 그런 조항이 명시되어 있을까.
본지가 확인해 본 결과 ‘KT 인터넷서비스 이용약관’ <별표1>에 ‘단기가입 이용요금’이라는 조항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메가패스 단기가입이용자(1개월 이내 이용고객)의 경우 “이용한 일수에 관계없이 1개월 이용료(이용요금, 단말장치사용료) 부과”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KT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하루만 쓰고 해지를 해도 한 달치 요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또 KT 고객센터에 문의해 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약관이 그러하기 때문에 한 달치 사용료를 내야 한다’라는 것.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총괄팀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KT의 이런 약관은 옛날식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나도 KT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런 약관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며 “다른 관계자에게 이런 약관에 대해 되려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약관은 소비자 지향적이지 않고, 기업의 윤리적인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어 말했다.
그렇다면 KT가 소보원 관계자의 지적처럼 반(反) 소비자 지향적인 약관을 만든 배경은 무엇일까.
통신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약관을 만든 배경에게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최근 타사의 인터넷 전화 가입자가 늘면서 결합상품을 이용하고자 타사의 인터넷서비스로 이동하는 고객이 늘자, 고객을 타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KT가 이런 이용약관을 만든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어 “또 기업측면에서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고객이 이탈하면 그에 따른 비용부담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KT, “따지면 할 말 없다”
이에 대해 KT는 “불합리한 약관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KT 인터넷의 경우 이용약관에 관해 방송통신위원회(구 정보통신위원회)의 인가를 받기 때문에 법에 접촉되는 불공정 약관이 아니다”라며 “또 해당 약관은 가입 후 첫 한 달 내에 해지를 요청하는 경우에 해당할 뿐 첫 달 이후에 해지를 요청할 경우에는 일할 계산해서 사용 요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약관 조항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에 설치비도 받지 않고 서비스를 개통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한 달도 쓰지 않고 고객이 가입 해지를 하면 기업의 수지타산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최근 한정된 시장 안에서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메뚜기’ 고객은 KT 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쟁 타사의 경우에는 한 달 이내 해지시 사용료를 일할 계산하고 있지 않냐’는 본지의 질문에 KT는 “타사의 약관에 대해선 정확히는 모르지만, 우리와 비슷할 것”이라며 “‘타사는 이런 약관이 없는데 왜 KT만 있느냐’고 따지면 딱히 할 말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