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스토킹 일삼던 30대 女, “놀지 말고 취직하라” 는 말에 모친 살해
전씨, “취직문제로 여러차례 다퉈왔는데 순간 이성 잃어 그랬다” 진술
전씨 미니홈피 통해 “연예인 G씨 8년된 여자로 집중된 적 있다” 주장
유명 인터넷 사이트 등 통해 전씨 실명·사진 공개돼, ‘마녀 사냥’ 우려
얼마전 ‘취업하라’고 훈계하는 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어머니의 훈계에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지체장애 2급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그런데 경찰에 검거된 이 여성은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 인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모친 살해사건이 알려지며 이 여성의 미니홈피에는 일일 2만여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방문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던 것일까, 왜 어머니를 살해했을까.

지난 11월27일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이 발칵 뒤집혔다.
인터넷상에서 실명까지 거론되며 지체장애 어머니를 살해한 한 여성에 대한 게시글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 게시글 등에 따르면 이 여성은 한 유명연예인을 10년 동안 스토킹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취업하라’ 훈계에 홧김 살해
사건은 지난 23일 밤에 발생했다.
몇 년 동안 별다른 직업 없이 집에서 놀고 있던 전모(31·무직)씨에게 그의 어머니가 “놀지 말고 취직을 해라”고 말하자, 이에 화가난 전씨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의 어머니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의 어머니는 지체장애 2급으로 20년 가까이 관절염을 앓아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자신의 딸인 전씨가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자 취업문제로 자주 다투어 왔다.
전씨는 사건 당일 어머니의 가슴과 얼굴 등을 손발로 마구 때려 실신시켰다.
어머니가 정신을 잃자 전씨는 어머니를 그대로 둔 채로 안방을 나왔고, 다음날까지 어머니가 인기척이 없자 전씨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고 어머니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씨는 지난 24일 밤 9시 경 119구급대에 단순 사망 사건으로 신고했으나, 전씨의 어머니의 얼굴과 가슴에 피멍 자국 등이 있는 것을 발견한 경찰은 살인 사건임을 직감하고 행동이 이상한 전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에서 전씨는 “취직 문제로 여러 차례 어머니와 다퉈왔다”며 “그날도 같은 문제로 어머니와 심하게 말다툼을 벌이다 순간 이성을 잃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평범한 30대 여성이 어머니와 취업문제로 다투다 홧김에 범죄를 저지른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인터넷상에 전씨의 실명과 사진이 함께 올라오며, 전씨가 故 안재환·정선희 부부에게 악플을 달고 지금도 한 유명연예인을 스토킹하고 있다는 게시글과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전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린 천생연분’ 10년간 스토킹
기사 등에 따르면 전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와 포털사이트 등에 글을 올려 자신이 유명연예인 G씨와 연인사이라고 말해왔다.
또 특정 연예인들에 대한 악성댓글을 달기도 해 전씨는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인터넷 한 블로그에는 네티즌들이 전씨가 남긴 악성댓글을 모아두기도 했으며, 그를 ‘인터넷 상 퇴출 1순위’로 꼽기도 했다.
28일 현재 전씨의 ‘○○왕자님 ○○신데렐라 천생연분’이라는 개인 미니홈피에는 2만3000여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네티즌들은 전씨가 자신이 G씨의 연인이라며 남긴 글 등에 댓글을 달며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프로필 글에는 자신이 연예인 G씨의 8년된 여자로 화제집중된적 있으며, G씨가 만든 거의 모든곡이 자신을 위한 곡이라고 전했다.
또 G씨가 솔로콘서트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공개했으며, 지난 2007년 3월에는 자신의 이름이 네이버 인기검색어 1위를 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꿈이 G씨를 국회의원을 만드는 것이라는 황당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취재결과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전씨가 다른 사람 명의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미니홈피에는 G씨와 전씨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글들도 있었다.
문제의 미니홈피는 ‘G씨와 전씨의 파파라치 미니홈피’라는 메인 제목이 달려있으며, G씨가 전씨에게 보냈다는 문자를 사진으로 공개하는 등 두 사람의 열애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또 G씨가 전씨를 위해 만든 곡이라며 가사와 내용을 일일이 풀이하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G씨가 전씨에게 ‘행복하라’며 보낸 메일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의 글을 올려 G씨의 팬들로부터 원성을 사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 G씨의 소속사 관계자는 “전씨 혼자서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G씨는 10년간 스토킹해왔다”며 “정신이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막말도 서슴치 않던 유명 ‘악플러’
전씨의 황당한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실명이 공개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故 안재환·정선희 부부에 대해 “돈으로 사는 부부는 돈이 끝나면 다 끝이고 자살입니다”라는 악성댓글을 남겼다.
또 “안재환씨가 마지막 순간에 보낸 문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내용이었다”라는 근거없는 댓글을 남기기도 하는 등 수년 동안 주로 연예인과 관련된 악성댓글을 달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근에는 인기 남성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수백명의 여성팬들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등의 글을 남겨 이 그룹의 팬클럽으로부터 질타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가 이 아이돌 그룹 멤버의 미니홈피에 단 댓글로 추정되는 글에는 ‘○○은 돈만 주면 씨에프 다 찍는다’ ‘나와 단둘이 씨에프 찍을 거다’ ‘○○이 일부다처제를 원한다. 힘 좀 많이 써야겠다’는 등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계속해서 전씨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며 수많은 댓글을 남기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전씨에 대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악성댓글도 달고 있어, 또다른 네티즌들로부터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악플러들이 또 사람을 죽이려 한다”며 또다시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전씨는 지난 2005년 8월 인터넷 상의 비방성 댓글과 관련해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