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사용상 주의사항 명시, 소비자 과실” 주장
김씨,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 놓으면 누가 읽겠느냐” 호소
소비자원, “파스로 인해 피부변색·화상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당부
피해 소비자,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 놓으면 누가 그걸 읽겠느냐” 토로

뿌리는 파스 ‘화상’ 주의보가 발령됐다.
파스 전문 제약회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주)신신제약의 뿌리는 소염진통제 ‘뉴 에어신신파스’(이하 ‘에어신신파스’)가 피부에 심각한 화상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뿌리는 파스의 경우 붙이는 파스보다 사용이 편리해 많은 소비자들이 애용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본지가 ‘에어신신파스’로 인해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한 피해자를 만나 뿌리는 파스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봤다.
강원도 인제군에 거주하고 있는 가정주부 김은하(32)씨는 얼마전 끔찍한 일을 당했다. 단순히 근육통을 완화하고자 사용한 소염진통제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화상을 입은 것이다. 김씨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약’ 뿌리고 오히려 ‘상처’ 입어
김씨가 신신제약의 뿌리는 소염진통제 ‘에어신신파스’를 구입한 것은 지난 9월 말경이다.
김씨는 지인들과 운동회가 있던 날 오전에 미리 고된 운동 뒤에 찾아올 근육통, 삠 등과 같은 기타 부상을 염려해 집 근처 약국에서 ‘에어신신파스’를 구입했다.
발야구 등의 격한 운동을 즐긴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다리의 뻐근함을 느꼈고, 근육통을 풀기 위해 오전해 구입해 놓은 파스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바지를 내려 오른쪽 허벅지에 파스를 분사 후 옷을 챙겨 입고 휴식을 취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김씨는 허벅지 부위에 알 수 없는 따끔거림과 화끈거림을 느꼈다. 그래서 바지를 내리고 허벅지를 살펴보니 파스를 뿌렸던 자리가 빨갛게 부어올라와 있었다.
김씨는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곧 괜찮아 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빨갛게 부어올랐던 부위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김씨는 자비를 들여 2회 가량 인근 읍내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고, 한달 가량 상처가 낫기를 기다렸지만 ‘곧 나겠지’라고 믿었던 김씨의 생각보다 상처는 깊었다.
무엇보다 상처가 깊어 상처가 다 아물더라도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컸다. 그가 진료를 받았던 담당 의사의 진단에 따르면 김씨가 입은 화상은 ‘심재성’ 2도 화상이다.
이는 2도 화상이긴 하지만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면 언제든지 3도 화상으로 진행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또 그가 입은 화상부위는 약 8Cm 가량으로, 상처 부위가 광범위해서 흉터가 남을 경우 이를 지우는 성형외과 수술을 받는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든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전언이다.
통원 치료를 받았던 병원 전문의로부터 이같은 얘기를 전해들은 김씨는 ‘에어신신파스’ 뒷면에 적혀있는 신신제약 소비자상담실로 전화를 걸어 화상에 따른 진료비와 흉터가 남았으니 그에 따른 성형비를 요구했다.
그러나 신신제약 상담원은 “그런 경우는 소비자의 사용상 과실이 대부분”이라며 “상품에 사용시 ‘환부로부터 20Cm의 거리에서 뿌린다’ ‘동일부위에 연속하여 3초이상 뿌리지 않는다’는 주의사항이 있는데 보지 못했냐”고 말해 오히려 김씨의 부주의로 인한 것처럼 면박을 줬다.
그러면서 “진료비 등을 전부 지급할 수 없고 소비자의 과실도 있으니 반만 줄 수 있다”는 대답과 함께 일단 진단서를 제출할 것을 김씨에게 요구했다.
상담원의 태도에 화가난 김씨는 “그런 주의사항을 일일이 읽고 쓰는 사람이 어딨냐”며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써놓는데 그게 보이겠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더욱이 신신제약은 김씨가 민원을 제기한 후 한달이 지나도록 진단서만 요구할 뿐, 제품을 회수해서 상품의 불량 유무를 체크 한다거나, 피해 원인·규모 조사 등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김씨의 원성을 샀다.
파스, 부작용 가장 많은 의약품
뿌리는 파스로 인한 피해는 비단 김씨만의 일은 아니다. 그동안 파스는 소비자들이 흔히 쓰는 가정 상비의약품 중 ‘부작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의약품’으로 낙인찍힐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이 부작용을 겪고 있다.
김씨와 같이 뿌리는 파스를 사용한 한 소비자도 “운동회에서 손목을 삐어서 파스를 뿌렸는데, 손이 화상 입은 것처럼 빨게 졌다. 흉터가 남을 것 같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지난 2005년 한국소비자원도 파스의 안전 실태에 대해 조사한 후 보고서를 통해 “파스로 인해 피부 변색·화상 등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부착하거나 분사하는 형태의 파스제품은 환자의 개인적인 피부 특성 및 성분, 사용시간 등에 따라 발진·가려움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피해상담 사례를 보면 주로 피부가 약한 여성(66.7%)이 피부 손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분사식 외용 소염진통제의 경우 “적용상의 주의사항이 제품에 붉은색 글씨로 표시돼 있으나 이에 대한 소비자의 확인과 이해가 부족해 피부손상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환부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뿌릴 경우 피부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다 분명한 경고 표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 제약전문 관계자는 “뿌리는 파스로 인한 화상은 액화석유가스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액화석유가스가 순간 분사되면서 동상으로 인한 화상 같다”고 전했다.
“조사, 이제 할려고 했다?”
신신제약도 본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뿌리는 파스로 인한 화상은 특정 성분 때문은 아니다”라며 “액화석유가스가 들어있어 근접해서 뿌리면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신신제약 관계자는 “특정성분에 따른 부작용이라면 붙이고 바르는 파스에서도 똑같이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김씨가 제출한 사진을 연구소에 의뢰해 보니 사용상 과실로 추측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상품에 주의사항이 적혀 있듯이 “20Cm 가량 떨어트려서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의사항이 너무 작게 표시되어 있는 것 아니냐. 심각한 피부손상을 줄 수 있는 만큼 전면에 이런 주의사항을 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맞는 말이긴 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민원 제기 후 보상처리 등이 한 달 이상 걸리고 상품 회수 및 피해 원인 등의 직접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보고가 있을 때마다 직접 조사를 나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피해자의 말만으로 피해보상을 할 수는 없다. 피해 소비자가 피해정도를 전문의의 진단서 등을 통해 제출하면 그것을 토대로 위로금 등을 책정하고 있다”며 “그런 과정이 지연되면서 보상처리가 늦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지와의 전화 통화가 있은 직후 신신제약은 “김씨의 경우 이제 곧 보험회사를 통해 피해 조사 후 보상처리가 될 것”이라며 그제야 피해조사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 화상전문 병원 관계자는 “뿌리는 파스에 의한 화상 사례는 간간히 발생하고 있다”며 “사용전 주의사항을 꼭 읽어보고, 피부 손상이 발생했을 시에는 즉각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해당 제조사에 즉각 통보할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