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 한파로 국내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는 요즘, 국내 기업들은 대중소를 막론하고 허리띠를 졸마매고 있다. 당연히 구조조정에 따른 인원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상당한 영향을 받은 금융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한 업계 대표 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어려울 때 일수록 더욱 우수한 인재를 채용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해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바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그러나 이 발언 때문에 구 회장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게 됐다. 왜 그런 것일까. 본지가 알아봤다.
구본무 회장 “인원감축 바람하지 않아” 발언에 불쾌한 재계
LG “전자가 조직개편 하더라도 인원감축 전혀 없다” 반박
“(경제가)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 나중에 성장의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위해선 감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말이다.
구 회장 “감원 바람직하지 않아”
구 회장은 지난 11월3일부터 3주 일정으로 진행된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순회미팅에서 각 CEO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는 구 회장이 그동안 LG그룹을 이끌어 오면서 체험한 경영철학을 재천명한 셈이다. 이를 다시 풀이하자면 LG의 경우엔 현재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일은 없을뿐더러 감원 역시 없다는 구 회장의 방침(?)을 각 CEO들에게 주지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발언으로 구 회장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럴 것이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 회장의 발언과는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구조조정과 인원감축, 신규채용 줄이기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문제는 구 회장의 발언이 다른 기업들에게 귀감이 된 지 한 달만에 역풍이 돼 돌아왔다는 것이다. 역풍의 내용인 즉 ‘구 회장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
재계 일각에서는 구 회장의 발언을 곱씹으며 불쾌해하고 있다. 저만 올곧은 냥 있는 생색은 다 내놓고서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혹은 더 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역풍이 분 것일까. 최근 LG그룹의 계열사 LG전자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LG는 대대적인 조직개편 중
지난 12일 LG전자와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기존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부와 DA(디지털 어플라이언스)사업부, DM(디지털 미디어)사업부, DD(디지털 디스플레이) 가운데 DM과 DD사업부를 통합하는 것을 두고 최종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 DD사업부에서는 TV와 모니터, PDP모듈을, DM사업부는 오디오, DVD플레이어 등 멀티미디어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 7월 PC사업부를 MC사업부로 이관한 바 있다.
LG전자는 또 B2B(기업간거래)와 시스템에어컨을 전담할 각각의 사업부를 신설하기로 하고 역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LG전자는 야같은 조직개편에 대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 추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다음 주말께 이사회를 열어 이를 최종 승인하고 크리스마스 이전에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CEO들에겐 난감한 주문
이처럼 LG전자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밝힌 만큼 구조조정에 따른 인원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구 회장에 대한 비난 섞인 말도 들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인원감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원색적으로 격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LG전자가 조직개편을 한다고 해서 인원감축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H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오너로서의 소신을 밝힌 것이지만 직접 경영을 하는 CEO들에게는 난감한 주문이었을 것”이라며 “구 회장이 그렇게 각 계열사 CEO들에게 말했다고 해서 LG가 구조조정을 안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