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아쉬운 그 마지막 밤을 먼 데 안가고 도심에서 제대로 보낼 수는 없을까? 남산 국립극장을 추천한다. 판소리 완창부터 국립극장 산하 예술단체들의 하이라이트 공연까지 제야에 열리는 특별한 공연들을 만나보자.
정의진의 ‘정광수제 흥보가’ 완창
국립극장을 대표하는 전통공연 ‘완창 판소리’의 올해 마지막 무대로 정의진(61) 명창이 31일 오후 8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정광수제 흥보가’를 완창한다.
정 명창은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국창 정광수(1909-2003) 선생의 딸이다. 정광수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로 명창 정창업의 손자이기도 하다.

가사일로 26년간 소리공부를 접어뒀다가 2000년 53세의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 정의진 명창은 지난해 제15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현재 고(故) 양암 정광수 국창 추모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창 정광수 선생의 소리를 듣고 자란 정의진 명창은 통성으로 밀어내고 질러내는 대목에서 그 시원함이 절창이다. 아버지인 정광수 명창의 소리를 닮아 웅장한 맛이 있고, 중간 중간 아기자기한 대목 역시 멋지게 연행하여 ‘흥보가’가 지니고 있는 품격의 경지를 제대로 보여줄 예정이다.
완창이 끝나면 야외광장에서 불꽃놀이와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를 함께 할 수 있다.
국립극장 겨울축제 ‘희망의 노래’
대표적인 제야행사인 ‘희망의 노래’가 31일 밤 10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국립극장의 사계절 축제인 대보름축제(남산 위의 둥근 달), 여름축제(열대야페스티벌), 가을축제(추석난장), 겨울축제(희망의 노래) 중 마지막 축제다.
국립극단 소속 배우 이상직과 이은희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 1부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아리랑 판타지’, 국립무용단의 ‘궁’, 국립창극단의 ‘남도민요’ 등 국립극장 전속예술단체들이 올 한해 올렸던 하이라이트 공연들이 펼쳐진다.
공연이 끝나고 2부에서는 사물놀이 광대팀의 선두로 전체 관객이 해오름극장 실내에서 야외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새해맞이 카운트다운과 불꽃놀이를 즐긴다. 극장이 제공하는 따뜻한 떡국을 나눠먹으며 기축년 새해의 복을 비는 시간도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