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못생겨도 정상인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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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 축소 성형수술의 말로

피해자, “부작용 설명 있었다면 수술 받지 않았을 것” 해당 병원 고소
재판부, “의료진 수술 전 부작용 설명의무 있다. 손해 배상할 것” 판시
성형수술로 인한 의료 분쟁 매년 증가, 흉터 등 부작용 피해 가장 많아
소비자원, “수술 전 시술방법·부작용 대해 충분히 전문의와 상담” 충고


최근 ‘S 라인’ 열풍이 불면서 성형외과에도 신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은 성형수술이 얼굴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근엔 얼굴뿐만 아니라 가슴, 심지어는 종아리까지 전신을 성형하는 열풍이 불고 있는 것.

하지만 최근 종아리 수술의 경우 무리하게 근육을 절단하는 등 성형부작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피해를 호소하는 일부 피해자들은 수술을 받은 성형외과를 상대로 소송까지 진행, 일부 원고 승소까지 얻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시사신문>이 ‘종아리 근육퇴축술’(이하 근육퇴축술)을 받아 걷지도 못한다는 피해자의 눈물의 호소를 들어봤다.

▲ 근육퇴축술 인해 종아리 근육이 울퉁불퉁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 피해자의 종아리 사진.


지난 12월15일 근육퇴축술 부작용 피해자 20여명이 수술을 받았던 H 성형외과를 상대로 공동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개인이 아닌 여러명이 공동으로 청구한 성형수술 부작용 손해배상 소송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의료사고 공동소송 ‘승’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김용빈)는 종아리 근육 축소 수술을 받고 부작용이 일어난 강모(23)씨 등 27명이 “수술전 의사가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의료진을 상대로 공동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진은 수술 전 부작용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해당 의료진 조씨 등이 시술 전에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면 강씨 등이 수술 받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강씨 등이 수술을 받은 후 종아리에 통증 및 근육 모양 불규칙 등의 증상이 있었던 것에 비춰 건드려서는 안되는 주변 조직 및 신경도 손상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시술상의 과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멀쩡한 근육을 퇴화시키는 수술을 할 경우 그로 인한 통증 및 운동력 저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도 알 수 있는 상식”이라며 “강씨 등도 위험을 어느 정도 알고 수술 받은 것으로 보이므로 의료진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 27명이 의료진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의료사고 소송에서 지난달 19일 피해자 27명 중 24명에게 400만∼580만 원씩 총 1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 등에 따르면 H 성형외과 원장 박모(40·남)씨는 종아리 근육에 바늘을 찔러 넣어 고주파를 주사하는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종아리 근육량을 줄이는 ‘종아리 근육퇴축술’을 개발, 성형외과 업계에서는 제법 잘 알려진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지난 2006년 9월부터 2007년 1월까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 환자 6명이 H 성형외과에서 박씨 등에게 근육퇴축술을 시술받고 통증과 종아리 함몰, 양쪽 다리 비대칭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박씨 등은 지난해 말 불구속 기소됐다.

그후 근육퇴축술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성형수술 부작용을 알리며 같은 처지에 있는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 소송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전으로 돌아가고파’

피해자모임 카페의 회원인 A(23·여)씨 역시 지난 2005년 H 성형외과에서 근육퇴축술을 시술 받고 악몽 같은 3년을 보내야했다.

A씨는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종아리 근육퇴축술을 시술받았다. 평소 흔히 ‘알’이라고 표현하는 종아리 근육이 유달리 발달되어 있던 A씨는 종아리가 예뻐지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짧은 미니스커트도 입고, 몸에 꼭 달라붙는 스키진도 맘껏 입고 싶었다.

그래서 A씨는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부모님을 졸라 고민 끝에 서울 청담동의 H 성형외과에서 근육퇴축술을 시술받았다. 성인으로서의 대학생활을 예쁜 모습으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술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마술처럼 종아리가 얇아질꺼라 예상했던 A씨의 생각과는 달리, 거의 한달 동안을 압박 스타킹을 신으며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종아리가 매끈해지기는커녕 퉁퉁 붓기까지 한 것. 종아리의 근육도 없어지지는 않고 오히려 딱딱해지기까지 했다.

더욱이 걸을 때마다 알 수 없는 통증과 함께 심지어는 한쪽 발뒷꿈치가 땅에 제대로 닫지도 않았다.

▲ 근육퇴축술 부작용 피해자의 종아리


그래서 A씨는 다시 병원을 찾아갔고, 결국 2006년 2회, 2007년 1회, 총 3번의 재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곧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종아리는 점점 기형적으로 변해만 갔다.

특히 지난 2006년 시술을 받았을 당시, A씨는 발가락 끝부터 허벅지 끝까지 피멍에 들었고 걸을 수도조차 없었다.

또 3주간을 엄청난 붓기에 시달려야 했다. A씨는 “그때 이후로 종아리에 하지정맥류가 생겼다”며 한탄했다.

A씨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지정맥류라고만 생각했던 종아리의 핏줄들이 병원진료결과 동정맥류라는 매우 위험한 증상이었던 것.

A씨의 담당전문의는 그에게 “종아리 성형 당시 동맥을 건드려 정맥과 동맥이 기형적으로 붙은 것 같다. 다리에 상처라도 입었으면 피가 멈추지 않아 하마터면 사망으로까지 이어질뻔 했다”며 큰 종합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받을 것을 권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A씨는 “이제 겨우 23살인데, 무섭다”며 “바보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수술을 한 것이 정말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과 같은 증상이 있는 피해자들은 바로 병원을 찾아가 초음파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을 것을 호소했다.

성형부작용 설명 ‘지침’ 필요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 조사결과 성형시술로 인한 의료분쟁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시술에 대한 상담 10건 중 5건은 부작용 피해였으며, 부작용 유형으로는 흉터(36.6%), 염증(20.4%), 색소침착(17.2%), 비대칭(12.9%)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성형시술 피해자의 27.3%는 부작용이나 효과 미흡으로 추가 시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유방확대술에서 재수술을 받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시술 전 병원으로부터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매년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 상담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성형수술 전에 환자들에게 충분히 부작용 등을 설명해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지침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에 시술 전 설명의무 준수, 시술동의서의 작성 및 교부, 구체적인 경과기록 작성과 시술 전·후 사진 보관 등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수술 전 특이체질, 또는 이전에 앓고 있던 질병이 있을 경우 반드시 사전에 고지해야 하며, 소비자들 스스로도 성형수술 전 시술 방법 및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전문의와 상담한 후 시술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덧붙여 “수술 후에는 진료비 영수증, 의무기록지, 관련 사진 등 객관적 입증자료를 최대한 확보하고, 부작용 등이 발생했다고 성급하게 타병원에서 재수술하는 것은 피하고 시술한 의사와 먼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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