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동요 일으키는 사건,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노력
2008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난 12월 말, 구치소 수감자들의 잇단 자살소식이 들려와 충격을 주고있다. 경기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한국가스공사 전 건설본부장 남운상씨가 자살하고, 여간첩 원정화씨가 자살기도 했다.
많은 수감자들은 관리·감독이 허술한 화장실 안에서 자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구치소 내 자살사건에 대해 문제점과 해결방법은 없는 것인지 살펴봤다.

잇따른 수감자 자살소식
지난해 12월25일 수뢰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국가스공사 전 건설본부장 남운상(56)씨가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25일 오후 4시40분쯤 수감된 수원구치소 6층 수감방에서 자살했다. 수감자들에게 발견된 남씨는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0여분만에 숨졌다.
남씨는 2002년부터 2008년 3월까지 가스공사 LNG기지 건설공사 하도급업체 3곳으로부터 401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제3자에게 15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14일 구속 기소된 상태였다.
수원구치소 관계자는 “남씨는 자살 전 심리적으로 무척 괴로워했다”며 “재판 결과와 공적으로 알려진 것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비관자살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남씨가 자살하기 이틀전인 23일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형이 확정된 여간첩 원정화씨가 수원구치소 독방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수건으로 목을 졸라 자살하려다 교도관에게 발견되 제지를 당했다.
원씨는 “5년형만으로도 감사하다”며 항소를 포기하고 수감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해 왔으나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된 계부 김모씨와와 애인 황모 대위의 재판에 잇달아 증인으로 불려다니며 심한 심리적 불안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면회 온 딸을 만나면서 딸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우울증세까지 보였으며 지인들과의 편지에서도 괴롭고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한해 동안 구치소 내 자살사건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1월에는 살인미수 혐의로 대구 구치소에 수감중인 중국인 여성이 자살했고, 3월에 마약 복용 혐의 등으로 서울 구치소에 수감중이던 김모씨가 목을 매 자살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또 5월에는 성추행 혐의로 성동구치소에 수감중이던 홍모씨가 화장실 창살에 목을 매 자살하였으며 6월에는 재산 다툼 끝에 엽총을 쏴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중이던 차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2월25일에는 부산구치소에 절도 혐의로 수감중이던 김모씨가 화장실 창문에 자신의 속옷으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화장실 ‘CCTV 설치불가’
교도소 내 자살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3년 5명이던 수용시설내 자살자수는 2004년 12명, 2005년 16명, 2006년 17명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교도소의 수용자 자살률(10만 명당 자살자 수)은 30명 수준으로 일반 시민 자살률 26명보다 높은 실정이다.
이들 자살의 공통점 중 하나는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대다수는 화장실 창살에 의지해 목숨을 끊었다.
화장실은 수감실에서 유일하게 교도관과 수감자들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은 수치심 유발 등 인권문제로 인해 CCTV를 설치하지 못하고 칸막이를 설치해 사실상 구치소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수원구치소 관계자는 “원래 구치소 화장실 문은 안에 사람이 들어갔을 때 머리가 보일정도의 높이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인권위원회에서 이 또한 인권보호에 위배가 된다며 문 높이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현재 육안으로 화장실 내부를 식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수감자 대부분이 화장실 창틀에 끈을 묶거나 쪼그리고 앉아 목을 매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는 문 밖에서 화장실 안에 사람이 있는지 식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자살시도를 해도 5분안에만 발견되면 생명을 건질 수 있는데 화장실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타까운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CCTV 등을 설치하지 않고 수감자들을 관리하려면 교도관의 인력을 대폭 늘려 교도관 1명이 수감자 2~3명만을 관리하면 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인력 부족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관계자는 “밤시간에는 눈부심을 호소하는 수감자들을 위해 조도 조절을 해 어두운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방 안 사람들의 숫자를 식별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화장실간 사람들을 일일이 체크하는 것 또한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감자 절반이상 자살충동 느껴
그렇다면 왜 교도소 내 자살사건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일까.
법무부에 따르면 수용자의 자살원인 가운데 80%가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처지비판, 죄책감, 재판상의 문제, 가족에 대한 소외감등이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구치소 관계자는 “수감자들의 절반이상이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미결수의 경우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해왔다.
때문에 구치소 측에서는 부부갈등, 이혼소송, 가족의 사망등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는 문제가 발생하는 수감자들에 대해서는 미리 체크해 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감자들 대부분이 우발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있어 예방 또한 쉽지 않다고 한다.
법무부는 우울증 등 수용자의 정신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웃음치료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정신과 전문의, 응급구조사,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을 확보해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자살 방지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개인적 성향이 다양한데다 인력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막을 방법도 없다”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살우려자에 대한 상담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자살기도자에 대해서는 빠른 응급조치를 시행해 인명을 구할 수 있도록 교도소내 임상심리사와 응급구조사 등 전문인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지난해 한국자살예방협회에 의뢰해 개발한 ‘수용자 자살위험 선별척도’를 교정직원들에게 숙지시켜 자살사고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