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대책이 본격 추진되면서, 지난해 움츠러 들었던 벤처투자가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청은 4일 벤처투자시장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1600억원을 투입하고, 이 중 70% 이상을 상반기에 집중 출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기청은 현재 8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 운용규모를 2012년까지 1조6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모태펀드 사업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해 투자하는 펀드에 대해 정부가 출자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민간의 벤처투자를 촉진하고, 중소·벤처기업의 유동성 애로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벤처투자를 위한 펀드결성은 2007년에 비해 38.2% 이상 감소했고, 벤처투자도 28.8% 이상 감소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벤처펀드의 주요 물주역할을 했던 연기금과 금융기관이 벤처펀드 출자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엔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연기금 및 금융기관이 벤처펀드 출자를 재개하고, 정부가 모태펀드 사업을 조기에 집행해 벤처펀드 결성이 활발해지면 벤처투자도 회복될 것으로 중기청은 예상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도 주식시장과 경기침체로 거품이 빠지면서 기업의 옥석이 가려지고, 유리한 조건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투자확대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 투자기관도 한국 벤처투자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미 국내 벤처캐피탈과 접촉을 시작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도록 모태펀드 사업을 조기집행 하는 한편 사업방식과 내용도 변경했다.
우선 신성장 동력 및 녹색산업, 방위산업 분야 전문투자펀드를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들 산업은 GDP 성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향후 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핵심분야다. 중기청은 이들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창업초기기업에 전문투자하는 벤처펀드에 대해 정부가 80%까지 출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창업초기기업 투자는 성공하면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으나, 투자기간이 7년 이상으로 길고 실패가능성도 높아 순수 민간 벤처캐피탈로선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다. 반면 막대한 R&D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특허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는 통로이고,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는 장점이 있다.
세번째로 중기청은 중소·벤처기업의 구조조정 및 M&A를 위한 펀드와 구주인수 펀드에 대한 출자비율도 기존 30%에서 50%로 높여 지원한다. 올해 투자시장에서 성장잠재력은 있으나 일시적 경영부진에 빠진 중소기업의 구조조정과 M&A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수요가 높을 전망이다. 또 기존 벤처펀드가 확보한 주식을 인수해 벤처캐피탈의 유동성 애로를 해소하는 구주인수 펀드도 벤처투자 시장의 숨통을 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밖에도 중기청은 모태펀드 출자를 연중에 수시로 할 수 있도록 과감히 바꿨다. 그동안 모태펀드 사업은 연 3회로 제한돼 시장수요를 적기에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한편 모태펀드 사업을 시행하는 한국벤처투자(주)는 1100억원 규모의 제 1차 출자사업을 공고했다. 또 1~2월 중으로 지원대상 조합을 선정하고, 상반기 중으로 3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300개 중소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규모의 재원이다.
한국벤처투자는 8일 제1차 출자설명회를 개최하고 21일까지 신청·접수를 받아 출자심사를 진행한다. 지원 대상 조합은 2월 중순에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벤처투자(주)는 이같은 사업공고에도 불구하고 10억원 미만의 출자요청에 대하여는 약식심의를 통해 언제든지 출자가 가능한 만큼 벤처캐피탈 업계가 이를 많이 활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