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금 5만원 이상, 5영업일 연체하면 CB사에 연체정보 등재
롯데, “등재 사실 알리면 고객들은 협박한다고 생각할 것” 반박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으로 공과금 등을 연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카드이용대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당 결제일이 다가와도 수중에 목돈이 없어 카드결제를 일주일가량 밀리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연체고객들의 정보를 따로 모아 신용정보평가회사(일명 CB사) 등에 신고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잦은 연체와 커지는 연체금액에 따른 2차적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5만원 이상의 카드이용대금을 5영업일 이상 연체’하는 고객의 연체정보를 CB사에 등재하면서도 이를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아, 고객들은 자신의 신용정보가 하락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소액연체로 신용 불량(?)
롯데카드를 몇 년째 사용하고 있는 회사원 김미현(30·서울·가명)씨도 얼마전 뜻하지 않은 카드대금 연체로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매달 22일을 카드결제일로 지정하고, 통장에서 카드대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게끔 자동이체신청을 해놓았다. 지난달도 22일에 카드대금이 자동으로 결제됐으니라 생각했던 김씨는 지난 12월31일 우연히 핸드폰을 보던 중 카드회사로부터 온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무심코 스팸문자라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문자들 중에 롯데카드로부터 ‘카드대금 6만7000원이 연체됐으니 결제 바란다’는 내용이 와있었던 것이다.
카드결제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상태여서 걱정이 됐던 김씨는 곧바로 롯데카드로 전화를 했고, 상담원은 “자동이체때 통장잔고가 모자라 돈이 덜 인출되어 연체가 된 것 같다”며 “나머지 금액을 입금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씨는 “바로 돈을 입금 하겠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신용도에 혹시 문제가 생기진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에 “신용에는 아무 문제없겠죠?”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상담원은 “연체정보가 벌써 올라가서 공유됐다. 다른 카드사도 확인해 봐라”고 대답했다.
이에 화가난 김씨는 “다른 카드사는 친절하게 ‘혹시 잔고가 없으시냐. 몇 일후면 연체정보가 올라간다. 입금 바란다’고 전화주는데, 롯데카드는 전화도 안하냐”고 따져 물었다.
긴 설전 끝에 상담팀장과도 통화했지만 김씨는 “롯데카드는 정책상 전화를 주지 않는다. 어쨌든 미안하다. 다음엔 고려해 보겠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김씨는 “그럼 롯데카드는 정책상 고객이 신용불량이 되든말든 연락을 안하냐”며 “연체관련 전화로 고객이 기분 나쁠 것만 생각하고, 6만7000원 때문에 신용정도 떨어져 대출 안되는 고객 기분은 생각하지도 않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서비스 마인드가 없다’
이에 대해 지난 1월8일 롯데카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카드대금연체 고객에게 ‘연체정보가 CB사에 등재돼 신용정보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부분은 고지하고 있지 않다”며 “회사 내부정책을 일일이 고지하는 회사는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연체 4일째에는 문자로 고객에게 ‘연체중이니 입금바라며 사용중지 및 타 카드사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는 알리고 있다”며 “연체정보 등록으로 신용정보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사항을 일일이 고지할 의무는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카드가입 당시 이미 그런 부분은 약관을 통해 고지되고 동의를 얻는 부분”이라며 “그런 사항까지 말하며 문자하고 전화하는 것을 오히려 귀찮아하고 협박하냐며 언짢아하는 고객들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몇몇 카드사를 확인한 결과, 일부 카드사 중에는 연체고객에게 이런 사실을 바로바로 고지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마 연체정보 등재에 따른 신용정보 하락을 고지하고 있는 회사는 우리카드사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를 알림으로서 인권비 등의 비용이 더 들기는 하지만 CB사로 고객정보가 넘어가기 전에 연락을 일일이 취하고 있다”고 롯데카드와는 다른 입장을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도 “CB사에 연체정보 등록으로 신용정보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신용이 돈보다 더 중요시되고 있는 지금,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이를 고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서비스 마인드가 덜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