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불법음원단속 그 이후
“아...내가 재수 없게 걸려들었구나~”
저작권전문 대리인업체 불특정다수 소송, 연령대별 합의금요구
‘문화부’ 고유번호지정·24시간 단속시스템마련, 저작물보호강화
영리목적이 아닌 개인 블로그나 카페에 올린 음원들이 저작권법에 걸려 평범한 일반인들이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있다.
그들이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기준이 없는 불특정다수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저작권 대리인업체인 법무법인에 의해 고소당했다.
기준을 알 수 없는 법무법인의 고소인 선택도 문제지만 그들에게 고소당할 수밖에 없는 저작권의 사각지대가 더 큰 문제다.
게다가 대형포털 측의 허술한 관리체제와 일반인들의 안일한 사고방식 때문에 불법음원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대체 불법음원단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걸까.
지난 1월13일 안모씨(34·남)는 우편으로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의 내용은 ‘저작권문제로 ㅅ법무법인에 피소를 당했으니 ㅁ경찰서로 조사를 받으러 출두하라’였다. 안씨는 2006년 7월 패닉 4집 앨범 중 한 곡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안씨는 “당시 네이버공지에는 음원관련 저작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목록이 있었는데 패닉노래는 없었다”고 기억하며 포털 측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의 막무가내식 고소
안씨는 1월19일 ㅁ경찰서 경제팀에서 조사를 받았다.
안씨의 담당형사는 “노래가 걸렸다. 죄가 미비하면 보통 기소유예가 되지만 30대 직장인의 경우 힘들다”고 말했다.
안씨는 선처를 바란다는 자필과 함께 경찰서를 나왔다. 현재 검찰의 조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안씨의 경우처럼 어느 날 우연히 한통의 편지를 받고 경찰서를 찾는 이들은 의외로 많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에 음원을 올렸다. 그리고 법무법인형태의 저작권 대리인업체에 고소를 당했다.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 카페에는 수많은 피해사례들이 올라와있다. 그 중 한 사례를 살펴보면, 김모씨(27·여)는 2004년 개인블로그에 음악소스를 올린 게 문제가 됐다.
2004년 당시에는 카페에서 쉽게 음원 소스를 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개인블로그 관리가 소홀해지고 2009년에 와서 저작권 문제에 휘말리게 됐다.
김씨는 ㅅ법무법인에 의해 고소를 당했고 ㅅ법무법인측은 김씨에게 합의금 100만원을 요구했다. 김씨는 고소인(저작권자)을 만나 상황설명과 함께 선처를 구하고 싶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이미 고소인(저작권자)과 ㅅ법무법인간에 ‘계약사항에 대해서는 관여 하지 않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무조건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묻지마식 고소’가 남발하고 있는 요즘 20, 30대를 비롯하여 청소년이 무더기로 고소당해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저작권법 위반 고소사건은 2006년까지 매년 1만 여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7년 2만33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무려 7만8538건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묻지마식 고소’를 당한 청소년들에게 경범죄에 적용하는 즉결심판제도를 활용해 주목되고 있다.
고교생 김모양(18)은 지난1월 경찰서에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으니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김양을 고소한 모 법무법인은 “합의금 80만원만 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며 흥정을 걸어왔다.
김양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노래 한 곡을 자신의 블로그에 퍼온 것뿐인데 80만원을 주고 합의하거나, 아니면 자칫 전과자가 될 처지가 된 것이다.
이에 대전 중부경찰서는 법원에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하루 만에 벌금 5만 원을 선고했고 김양은 수개월 가는 소송에 시달리거나 거액의 고소 취하 합의금을 낼 필요가 사라졌다.
저작권 위반으로 피소된 청소년에 대해 즉심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 중부서 황정인 수사과장은 즉심제도에 대해 “저작권도 보호돼야 한다는 측면도 만족시키고 또 범죄를 저질렀으면 처벌 받아야 한다는 부분도 만족시킨다고 생각한다”고 전하며 “청소년의 사소한 저작권 위반에 대해 즉심제도를 활용하면 합의금을 받지 못하게 된 법무법인의 ‘묻지마식 고소’ 행태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도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저작권자와 계약한 일부 로펌이 청소년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고소를 남발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이 달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대상자가 초범이고 미성년자이면 고소를 각하하고, 재범 이상인 경우 선도 교육 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일부 저작권 관련 법무법인 로펌은 청소년 60만원, 대학생 80만원, 일반인 100만 원 등으로 합의금을 정해놓고,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 인터넷에서 저작권 위반 사례를 찾아서 무더기로 고소장을 보내고 있다.
정부 저작권 정책 강화
현재 대형 포털에서는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노래를 바로 듣거나, 파일을 다운받아 컴퓨터에 저장할 수도 있다.
네이버와 다음 서버에 저장된 이 같은 음악파일은 1340만 건. 무려 35테라바이트(기가바이트의 1000배의 용량) 규모다.
검찰은 지난 12월 네이버와 다음 측 서버에 저장된 음악파일 중 60% 이상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음원으로 보고, 포털 운영사측이 필터링 기술로 불법 유통을 막을 수 있는데도 이를 방치해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방조했다고 결론 내렸다.
인터넷 카페 및 블로그 상의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하여 포털 업체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은 최초 사례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네이버와 다음의 자회사 두 곳과 직원 2명을 벌금 3천만 원에, 불법 음원을 상습적으로 유통시킨 카페 운영자와 블로거 38명도 벌금 백만 원에서 2백만 원씩에 약식 기소했다.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 카페의 한 회원은 “인터넷을 끊어버리면 모를까, 다운로드를 막을 순 없다”고 지적하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다운로드 단절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공정한 저작물 이용권 보장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4개 지역에 설치돼 운영 중인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은 불법저작물을 적발하고 수사, 검찰에 송치, 적발된 DVD·CD를 수거하여 불법저작물을 폐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영리의 목적을 가지고 있고, 상습적인 영리의 목적이 있을시 불법저작물로 분류된다.
저작물적발은 자체기획단속과 제보에 의해 이루어진다. 제보의 경우 지나가는 시민들이 불법저작물 유통을 보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고 기업이나 단체에 의한 고발형태도 있다.
하지만 음원의 경우 단속이 쉽지 않고 분명 저작권법을 위반한 건 맞지만 청소년들이 많고 광범위하다는 점에 단속의 어려움이 있다.
지난 1월2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건강한 저작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문화관광부는 ‘디지털 저작권 거래소’를 신설한다. ‘디지털 저작권 거래소’는 개개의 콘텐츠와 저작권사업자에게 고유의 ‘콘텐츠 넘버’를 부여해 유통과정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이 시스템과 신탁관리단체와의 시스템을 연계해 저작물의 유통과 투자 부분을 활성화하고 투명한 저작료 정산과 분배를 촉진시킬 예정이다.
또 저작권에 대한 보호방침도 강화된다. 기존의 ‘저작권 특별사법경찰’ 제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온라인 불법 저작물에 대한 24시간 단속 지원 시스템도 마련된다.
이 외에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종합민원센터’를 설치해 저작권 위반에 대한 실시간 신고 및 상담창구를 마련할 예정이다.
문화부는 이용자들의 저작물이용권 보장을 위해 저작권법에 ‘공정이용’ 관련 조항을 마련하고 ‘공정이용 및 UCC가이드라인’을 제정, 보급할 계획이다.
공정이용이란 이용자들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본질적으로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경우 이용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도 저작권 분야 쟁점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저작권자, 온라인서비스사업자, 이용자 등 이해관계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저작권 사회협약체’가 처음으로 구성된다.
취재 / 장종욱 기자
st32@sisa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