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하나. 이재용 전무→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 지배구조 개선
시나리오 둘. ‘이건희 시대’ 구라인 전면퇴진, 친 이재용 뉴라인 경영진 포진
시나리오 셋. 신성장동력원 찾지 못한 삼성, 자동차 등 새 먹거리 찾기 주력
삼성그룹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황위계승이 임박했다.
지난해 삼성특검으로 인해 지난 10여년간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녔던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이 일단락남에 따라 이 전무는 황위 물려받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태세다. 때문에 최근 삼성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이 전무에 맞는 새 판짜기에 여념이 없다. 친 이재용 라인으로 인사개혁은 물론 지배구조까지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간 삼성의 황위대물림 시나리오를 짚어봤다.
삼성가(家)의 3세대 경영인으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는 누가 뭐라해도 삼성의 명실상부한 황태자다. 때문에 이 전무는 지난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해 꾸준히 경영자 수업을 받아왔다. 미래에 황위계승을 받기 위한 황제수업을 착실히 받아왔던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삼성특검으로 이 전 회장이 황위에서 하야하긴 했지만, 그동안 이 전무를 괴롭혀왔던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삼성 안팎에서는 이 전무의 황위계승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하나. 황태자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 박차
하지만 4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와 아직 뚜렷한 경영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 전무의 황제 등극은 당분간은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 전 회장의 하야가 갑작스레 이뤄진 만큼 아직 삼성의 지배구조 등이 이 전무에게로 맞춰져 있지 않아 이 전무의 영향력은 그룹 안팎으로 미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계에선 이 전무가 해외순환근무를 통해 경영능력을 키워서 돌아오는 시기에 맞춰 삼성이 현재의 순환출자 방식의 지배구조를 정리해 이 전무에게 힘 실어주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2일 금융감독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전·현직 삼성 임원들의 계좌로 명의신탁해 보유하던 16.22%(324만주)를 실명으로 전환해 그의 보유지분이 4.54%에서 20.76%(415만주)로 확대됐다. 이로써 이 전 회장은 삼성에버랜드(지분율 13.34%)를 제치고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4월 발표대로 삼성생명 보유지분실명전환 계획을 이행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재계 일각의 관점은 다르다. 차후 삼성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정리함으로써 핵심 계열사간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금융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시각이다.
최근 삼성을 두고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최근 이뤄진 정부의 금융·산업자본 분리정책 개정방안에 따라 비은행 금융지부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허용됐다는 점이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상장 후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삼성은 이재용 전무→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 이 전무가 핵심계열사들의 경영권을 확보함으로써 막강한 힘을 지닌 황제로 등극할 것이란 재계의 전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둘. 황태자 코드 인사들 대거 등용
이와 함께 지난 16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과 임원 인사도 이 전무를 위한 새판짜기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인사에선 61세 이상 사장들이 대거 퇴진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인 이기태 대외협력담당 부회장과 반도체 성장이론인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기술총괄 사장 등 ‘이건희 시대’를 대표하는 간판급 경영자들도 물러났다.
반면 이들이 물러난 자리는 50대 중반의 부사장급들로 채워졌다. 삼성의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으로는 이 전무의 가정교사 역할을 했던 최지성 사장이 이윤우 부회장과 함께 투톱체제로 정비됐다.
이 전무의 선배로 삼성전자 홍보팀장을 맡고 있던 이인용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그룹홍보를 담당하게 됐으며, 회사 출범 초기부터 이 전무와 호흡을 맞춰왔던 S-LCD의 장원기 대표이사 겸 LCD총괄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외에 윤순봉·서준희·최주현·박오규·황백 부사장 등이 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비록 이 전무는 3년이라는 승진 연한에 묶여 승진에서는 제외됐지만, 이번 인사단행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이 전 회장의 라인은 전면 퇴진한데 비해 이 전무 라인의 젊은 인사들은 대거 승진했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삼성의 새로운 지도부 구성과 경영조직 정비가 머지않은 장래에 삼성의 경영 전면에 나설 이 전무 체제를 대비한 여건 조성으로 보고 있다.
이 전무의 최측근인 최지성 사장이 투톱 중 하나로 부상한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삼성비자금 사건으로 옷을 벗었던 인물들도 이번 인사에서 대거 중용된 것 역시 이 전무로의 권력승계 기반을 만든 보상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이번 삼성의 인사는 그룹내 새 출발을 위한 동기부여와 함께 이 전무 라인의 인물들을 대거 포진 시키면서 이 전무가 앞으로 얼마만큼의 경영성과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평가 시험이 시작됐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때문에 그동안 방만한 경영으로 위기를 자초했던 구인력을 버리고 이 전무의 사고와 상충되는 젊은 코드의 인력을 대거 포진시킴으로서 이 전무의 경영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체제정비를 이룬 것이란 설명이다.
셋. 황태자의 삼성 신성장동력원 찾기

본격적으로 황태자 이재용 전무의 시대가 개막되면 삼성의 사업부분에도 큰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삼성이 직면한 진짜 위기는 단기 실적 악화가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 전무는 삼성의 새 먹거리 찾기에 주력할 전망이다.
최근 산업계와 정·관계에서는 삼성이 쌍용차를 인수해 자동차 산업에 나설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사실상 정부에서도 골칫거리가 된 쌍용차를 자동차 사업 경험도 있고 자본금도 풍부한 삼성이 인수해 주길 내심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과거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뼈아픈 경험을 했던 삼성으로선 섣불리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 수도 없다. 이는 자동차 사업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 전무로서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전무의 행보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물밑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말, 이 전무와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버락 오바마 측 실세들이 만남을 가졌다는 전보가 들려왔다. 이 전무가 지난 11월6일 태국 방콕의 한 만찬장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적극 지지했던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을 만났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대통령은 소위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만큼 버락 오바마 정권이 출범하면 국내 재계에도 큰 영향력이 미친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미국을 상대로 한 수출에 주력하는 삼성이 이 전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오바마와의 인연 맺기 행보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했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의 재협상을 거론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이 줄타기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한미 FTA가 재협상되면 자동차분야와 전자분야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전무가 미리 오바마 측 실세들과의 만나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것은 아니냐는 관측도 이어졌다. 물론 이 전무와 오바마 측 실세들이 왜 회동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이 친 이재용 라인으로 인사개혁을 진행하고 이 전무 중심의 지배구조가 완성되면 이 전무의 신성장동력원 찾기는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의 시선은 이 전무의 앞으로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