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기름유출 사고의 보상 문제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중공업의 사장단들이 대거 승진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태안기름유출 사고에도 ‘승진 풍년’
이번 인사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로 평가될 만큼 삼성중공업은 발군의 성적을 자랑했다.
우선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신임 부회장은 고려대를 졸업,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등을 거쳐 지난 2001년부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해 왔다.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취임 당시 4조원에 불과하던 삼성중공업의 매출을 7년만에 10조원으로 끌어 올렸다.
또 지난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수주 세계1위 달성을 이끌어 냄으로써 삼성중공업을 글로벌 메이저 조선사로 발돋움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부회장직에 올랐다. 특히 그는 지난해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을 효율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김 부회장과 함께 배석용 삼성중공업 부사장도 사장(조선소장)으로, 태안기름유출 사건 해결사로 나선 김서윤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됐다. 이로써 사장급에 불과했던 삼성중공업은 부회장직이 신설됨으로써 삼성그룹내 비중이 한층 높아졌음은 물론, 잘 나가는 삼성전자에 빗대 그룹내의 대표적인 ‘삼성후자’로 불렸던 과거를 떨쳐버리게 됐다.
더욱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 그룹 계열사 신임 임원의 연수과정에 중공업의 거제조선소 시찰 행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룹 수뇌부로부터도 ‘삼성중공업만큼만 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초일류 기업이라는 곳이…
그러나 삼성중공업의 ‘승진 풍년’이 달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충남 태안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주민들과 이들과 뜻을 함께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다. 때문에 일부 경제시민단체는 이번 삼성중공업 경영진의 승진조치를 ‘사회적 여론은 감안하지 않은 부적절한 인사행태’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지역주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회피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태안기름유출사고를 잘 처리했다는 것’은 반대로 보면 기업의 이익만을 지켰다는 것이 아니냐”며 “이는 초일류 기업인 삼성이 지역주민들의 아픔은 외면한 채 기업 이익만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는 국민적으로 지탄 받아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김징완 부회장은 사장으로도 오래있었고 삼성중공업을 세계 수주 1위로 만드는 등 경영실적이 좋기 때문에 승진이 된 것”이라며 “태안기름유출 사고가 아직 마무리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태안기름유출 사고를 잘 마무리해서 승진했다’는 말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