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껀 뺏기고 니껀 뺏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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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핵심기술 둘러싼 ‘먹이사슬’

LG 계열사들 기술유출 논란부터 굵직굵직한 소송들까지 줄줄이 홍역
논란에 대해 계열사 관계자들, ‘모르쇠’ ‘검찰 조사가 말해줄 것’ 항변


최근 LG그룹 계열사들을 둘러싼 기술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LG는 전·현직 직원에 의해 핵심기술을 유출 당하고, 심지어 중소기업의 기술을 ‘먹튀’했다는 논란까지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최근 몇 년간 LG는 기술유출 논란으로 굵직굵직한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지키느냐 빼앗느냐 빼앗겼느냐, 핵심기술 유출을 두고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는 LG의 복잡한 ‘먹이사슬’을 본지가 살펴봤다.

지난 1947년 설립이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텔레콤, LG상사 등 총 51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0대 그룹 LG가 최근 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기술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LG 전·현직 직원이 거액의 돈을 받고 중국 등에 기술을 유출하는가하면 중소기업들에게 첨단기술을 빼돌렸다며 소송을 당하는 등의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중소기업 기술유출 의혹

▲ LG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건은 단연 LG화학과 동양제철화학의 싸움을 들 수 있다.
지난 1월8일 거액의 돈을 받고 LG화학으로 회사를 옮긴 뒤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전 동양제철화학 상무 이모씨가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8월 동양제철을 그만두면서 회사가 추진해온 ‘폴리실리콘’ 사업의 중요 영업비밀인 공정도면과 설비도면 등 59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같은 사업을 추진 중이던 LG화학으로부터 컨설팅 계약 명목으로 12억원의 ‘스카우트비’를 받는 한편 연봉 및 퇴직금 계약까지 맺고 LG화학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양제철 관계자는 “이씨는 동양제철화학의 폴리실리콘 개발의 핵심인물이었기 때문에 중요 기밀사항에 접근이 용이했다”며 “지난해 말 퇴직 임원 중 한명이었던 이씨가 L사로 기술을 빼돌렸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에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핵심원료로, 동양제철은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LG화학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씨에게는 단순한 자문만을 구했을 뿐 입사를 했다거나 기술을 빼돌린 것은 전혀없다”며 “자세한 것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엔시스도 기술유출 혐의 받아

지난해 말에는 LG엔시스의 직원이 전 직장이었던 노틸러스효성의 금융자동화기기(ATM)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노틸러스효성의 핵심기술을 경쟁사인 LG엔시스에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된 노틸러스효성의 전 연구원 설모(33)씨는 지난해 4월 LG엔시스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설씨는 LG엔시스로 이직하기 전, 노틸러스효성의 데이터베이스 서버 관리를 맡으면서 대량으로 기술 자료를 복사해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은행자동화기기 첨단 기술을 빼돌렸다.
설씨가 유출한 기술은 현금지급장치(CDU), 현금일괄입금장치(BNA), 수표일괄입금장치(BCA) 등으로 노틸러스효성이 226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핵심영업 비밀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틸러스효성 관계자는 “핵심기술을 다룬 연구원이었던 설씨가 개인 사업을 한다면서 퇴직한 뒤 LG엔시스로 간 사실을 알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LG엔시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언급된 기술을 검토한 결과 LG엔시스 입장에선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LG실트론, 나라테크와 맞소송

LG의 태양광발전 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LG실트론 역시 반도체 소재 제조장비 ‘그로워’를 생산하는 (주)퀄리프로 나라테크와 현재까지 기술유출 혐의를 두고 오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7년 나라테크는 LG실트론이 그로워를 구매하기로 한 협약을 위반해 피해를 봤다며 서울중앙지법에 3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나라테크는 소장에서 LG실트론이 그로워를 나라테크에서 우선 구매하기로 협약을 맺고 73대 약속 물량 중 16대만 구매했고, 그로워 설계도면을 넘겨받아 다른 회사에 기술을 유출하는 등 협약을 위반했다며 총 청구금액 5600억여원 중 3000억원을 우선 청구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LG실트론은 곧바로 나라테크가 제3자 구매금지협약을 위반해 손해를 봤다며 12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LG실트론 관계자는 “현재는 소송중이라 딱히 할 말은 없다”며 사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반면, 나라테크의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나국주 변호사는 “현재 소송은 절반 정도 진행된 상황이지만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며 “LG실트론 측은 소송 처음과 같이 나라테크가 협약을 어기고 제3업체와 계약을 해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기술 빼돌린 그룹장

LG는 앞서 언급된 사건들과는 달리 믿었던 도끼로부터 발등을 찍히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전직 LG전자 PDP 생산기술그룹장 장모씨가 LG의 PDP패널 생산공장 배치도 등의 핵심기술을 중국에 유출하다 검찰에 적발된 것.
정씨는 지난 2005년 9월까지 LG전자에서 근무하면서 PDP공장에 설치된 각종 배치도 파일을 비롯한 영업 비밀을 빼낸 뒤 연봉 30만 달러를 받기로 하고, 2007년 2월부터 중국 B사의 기술 고문으로 근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회사를 그만두기 전 PDP사업부 사무실에서 PDP를 생산하는 A3 공장에 설치된 각종 장비 배치도 등 공장 건축 및 생산설비와 관련된 파일 1182개를 외장형 디스크에 복사해 반출했고, 지난 2007년 2월15일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A3공장 건축설계도면 파일 2274개를 넘겨 받았으며 현직 차장 P씨에게도 공장 전력 관련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B사에 관련 내용을 업무보고 하는 등 기술고문 역을 수행했으며 지난해 2월22일 중국으로 출국해 PDP모듈 생산 라인에 설치할 장비의 세팅작업에 대한 자문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보다 3일 앞선 19일 체포됐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핵심기술 유출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라며 “LG전자는 IT기업인만큼 정보보안에 꾸준히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 직원들에 대해서도 보안문제 등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아직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해당 사건에 대해선 법적처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 내꺼 지키기

아픔이 있으면 기쁨도 있는 법. 지난 1월22일에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퇴직한 일본인 직원과 지루하게 싸워오던 특허소송이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
재판부에 따르면 지난 1991년부터 1998년까지 LG디스플레이(당시 LG전자)에서 기술고문으로 재직했던 다나카 사카씨는 당시 취득한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본인과 제3자의 명의로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자 LG디스플레이는 이는 개인에 의해 기술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라며, 지난 2006년 다나카씨를 상대로 특허 이전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다나카씨가 합의서 체결과정에서 계약 내용을 이해하는데 착오가 있었다”며 소송을 기각시켰지만 LG디스플레이가 이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됐고, 결국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은 “본인 및 제3자의 명의로 출원·등록한 국내외 특허를 LG디스플레이로 이전하라”며 LG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다나카씨는 특허권을 내기 이전에 기술이전 합의서까지 작성했었는데, 결국 개인의 욕심에 특허를 냈었던 것으로 본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지적 재산권을 지키게 됐을 뿐만 아니라 특허발명의지를 한 층 고양시키는 합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기술 둘러싼 논란, 끝 없어

한편, 최근 LG전자의 ‘가로보기폰’에 대한 논란도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에 따르면 몇 년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주)임팩트라와의 소송이 거의 막바지로 다다르고 있다는 것.
지난해 임팩트라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가로보기폰’ 기술을 도용해 ‘가로본능폰’을 출시, 특허권을 침해했으므로 10억원을 배상하라”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현재 임팩트라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해, 3심 재판을 준비중이다.
재계관계자는 “만약 이 소송에서 임팩트라가 승소하게 되면 LG전자가 출시한 가로보기폰들도 상당수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가로보기폰’ 특허권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 LG를 둘러싼 크고 작은 기술유출 논란에 대해 재계관계자들도 “내부 직원들에 의해 LG의 영업비밀이 밖으로 세나가고 있는 것 또한 직원들의 도덕성 문제 등에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태양광발전 사업’을 신성장동력원으로 삼고 있는 LG로서는 동양제철화학, 나라테크, 노틸러스효성과의 기술유출 논란은 기업의 이미지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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