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틈바구니서 친강 꽃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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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정치복귀 시동

이명박 대통령 당선 주역으로 떠오르며 관심을 모았던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지난 해 지난 7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던 그가 최근 자신이 이끄는 연구재단 ‘동행’을 공식 출범시키는 등 눈에 띠는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 6개월간의 강태공 삶을 마무리 하고 있는 강 전 대표를 두고 정치복귀설과 함께 그가 자신의 세력을 결집하고 당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2006년 당 대표 취임 당시 친박계 대표주자였던 그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꾀하며 독자행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심상치 않은 그의 정치행보를 추적해 봤다.

18대 초부터 활동해온 친강계 연구모임 ‘동행’ 뒤늦은 모임 발족
계파색보다 ‘공부모임’ 강조, 참여 인원 면면 강재섭 복귀 알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우리 정치역사상 가장 치열했다는 당내 경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데에는 보좌진과 참모진의 역할이 컸다. 지난 2006년 6월말 서울시장 퇴임 이후 사실상 혈혈단신으로 대선판에 뛰어들었지만 비주류로서 단기간에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본선 승리까지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도 이들 ‘킹메이커’의 공이 절대적이었다고 MB도 자인한다.

이른바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로 불리는 이들 대선주역은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와 국회로 진출해 핵심 권력층으로 부상했다. 당시 원내 주력부대를 이끈 박희태,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은 각각 한나라당 대표와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강재섭 전 대표는 지난 4·9 총선 이후 명예퇴진했다.

정치재개 신호탄 쏘아 올렸다

최근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정계복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강재섭 전 대표가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강 전 대표가 조만간 이종구·권영세·정진섭·김성조·이명규·나경원 의원 등 ‘친강재섭계’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동행’의 고문직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정치권에 따르면 강 전 대표는 친강계와 초선 위주로 현역의원 30여 명을 모아 연구모임 ‘동행’을 발족시키고 10일 수출입은행에서 창립기념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강 전 대표측은 “모임이 18대 국회 초기 결성돼 이미 활동하고 있지만 뒤늦게 창립기념식을 갖는 것은 작년 하반기 정기국회와 촛불시위 등 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며 “의원모임 결성에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행사를 미뤄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서 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도전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할 것이란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으며, 친이계의 실질적인 지도자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이전에 당내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행’에 대해 강 전 대표 측은 “당이 친이·친박으로 갈려 있어 중도성향 의원이 자기 목소리를 낼 데가 없다”며 “뜻이 맞는 사람끼리의 순수 공부 모임이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종구 의원은 “‘동행’은 선진화를 위한 정책정당을 모색하기 위해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연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정 의원은 “어느 한 분야가 아닌 전 분야에 걸친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의원은 “‘동행’에는 의원들이 20~25명 정도 참여하고 있는데 주로 중립지대에 있는 분들”이라며 “당이 너무 친이·친박 그러니까 계파에서 좀 벗어나보자 하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동행이 본격적인 정치 재개를 앞두고 여의도에 복귀하는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참여 의원의 면면 등을 고려할 때 강 전 대표의 정치 복귀를 위한 발판으로 차기를 염두에 둔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4월 재보선선거를 앞두고 거물급 인사의 출마가 점쳐지는 가운데 강 전 대표가 그 첫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행 외에도 강 전 대표는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당 대표 재직 시절부터 호남지역에 공을 들여온 강 전 대표는 지난 4일 전북대에서 호남지역 인수(人獸)공통전염병연구소 건립을 지원한 공으로 명예 수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6년 12월 “정치권이 소 브루셀라병과 같은 인수 공통 전염병 확산에 너무나 무관심했다며 연구소 설립을 위한 준비 예산이라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 커지는 친강 목소리

강 전 대표는 지난 해 7월, 2년간의 당대표 임기를 마치고 자유인으로 돌아간 당시 “6개월가량은 강태공처럼 살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가 끝난 지난 해 말, 강 전 대표가 말한 6개월의 ‘시한’이 끝났다. 요즘 정치권에 ‘강재섭 복귀’를 둘러싼 무수한 얘기가 나도는 이유다.

최근 ‘자유인 강재섭’은 주로 지인들과 만나 골프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 인사도 종종 만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정치복귀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얼마 전에 강 전 대표를 만나 골프를 쳤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강 전 대표가 정치인들과의 골프회동을 통해 정치복귀의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강 전 대표가 분당에 개인사무실을 내면서 4월 재보선 출마설이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강 전 대표는 설령 당에서 재보선 출마에 대한 요청이 들어와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당초 강 전 대표의 측근들이 “그 때 상황을 가봐야 알지 않겠느냐”며 일련의 여지를 남겼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6개월 강태공 시한 종료, 골프 삼매경으로 정치복귀 시기 조절 중
이재오 복귀 전 친이·친박 갈등 속 중립계 영역확대 절호의 기회

하지만 그가 지난해 12월19일 5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치재개설에 힘을 실었다. 김포공항 스카이시티에서 제6차 전국위원회와 함께 경제살리기 국민한마음희망대회를 열고 대선 승리 1주년을 자축한 자리에서 강 전 대표는 “우리끼리 먼저 단결해야 한다”며 당 내 화합을 주문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강 전 대표는 “국민들 보고 단결하자, 금 모으기 정신으로 가자고 하면서 한나라당이 내부에서 단결을 안 하고 이상한 파가 갈려져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줘선 안 된다”며 당 내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정계를) 떠나있으면서 민심을 보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체험하면서 느낀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럴 때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내년에 한나라당과 온 국민이 생각하는 방향은 사자성어로 ‘대동단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모두가 1년 전의 감격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고 정말 정권 교체를 잘했구나 생각하도록 만들고 내년 파란만장을 이겨내기 위해 대동단결했으면 좋겠다”며 “저도 백의종군 하겠다”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수원 장안 출마설 ‘솔솔’

4·29 재보선, 여·야 거물 정치인들이 대거 나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는 재보궐선거에 강 전 대표가 수원 장안지역 출마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정치복귀설을 피해 갈 수 없는 대목 중 하나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간 쟁점법안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현 정부의 집권 2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중간평가 성격이 짙어 향후 정국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는 미니총선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거물 정치인들은 원내 진입에 따라 향후 당내 역할 구도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강 전 대표는 박희태 대표와 함께 수원 장안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특히, 수원 장안에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의 출마가 거론되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손 전 대표를 상대할 수 있는 동급의 거물급 정치인을 내세울 수밖에 없게 됐고, 그러면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출마설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

강 전 대표의 수원 장안지역 출마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전략공천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즉, 대구가 지역구인 그가 수원 지역에 출마할 이유가 없음에도 계속해서 출마설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의 출마설이 나돌자 한나라당도 이에 맞서 전략공천을 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동행’은 정기국회 이후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들어가며 사회 각 분야 전문가 100명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대선 과정에서 강 전 대표의 정책을 수립하는 씽크탱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앞서 강 전 대표는 지난 2006년까지 대권도전을 추진했으나 당시 이명박-박근혜-손학규 3강 구도에 밀려 대권의지가 꺾인 바 있으며, 정치적 숙적인 이재오 전 의원과의 당 대표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간접 지원으로 승리해 당권을 거머쥐기도 했다.

또 정가 일각에선 강 전 대표가 유례없이 치열했던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을 무난히 조율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고 있지만, 강한 정치적 소신이 없으며 계파 수장으로 갖춰야 할 리더십이 약하고 우유부단한 이미지가 굳어져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2006년 당대표 취임 당시 친박계 대표주자였던 강 전 대표.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강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꾀하며 독자행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보면서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정치세계의 생리를 또 다시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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