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잇단 특허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전세계 외국기업들로부터 자신들의 특허기술을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며 각종 특허침해소송이 제기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특허권 보유 기업 1위에 빛나고, 글로벌 IT사업의 선두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삼성전자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본지가 특허권 거미줄에 걸린 삼성전자의 사연을 살펴봤다.
삼성전자, 국내·외 전자기업들과 잇달아 ‘특허권 침해’ 소송
‘글로벌 시장’ 점유율 올라가면서 경쟁업체들 견제심리 작용


빠르게 변화하고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IT분야에서 ‘특허’는 기업의 생명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나날이 특허를 둘러싼 기업들간의 분쟁은 ‘전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치열해 지고 있다.
세계적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전자업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성장한 삼성전자에게 특허권을 둘러싼 소송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과 경쟁업체들와의 자리싸움에서 피할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부분이 됐다.
‘너도 걸고, 나도 걸고’
샤프전자 Vs 삼성전자
최근 삼성과 가장 격전을 벌이고 있는 기업은 일본 최대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업체인 샤프전자다. 샤프와 삼성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독일, 네덜란드에서 LCD 패널과 관련된 여러건의 특허침해소송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샤프는 “삼성전자의 40인치 LCD TV와 19인치 및 30인치 LCD 모니터에 탑재되는 LCD 모듈이 샤프의 광시야각화나 응답속도 향상 등을 위한 3건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며 삼성 일본법인을 피고로 특허침해소송(도쿄지방법원)을 제기했다.
해당 특허는 ▲콘트라스트(contrast), 동작 속도 등은 그대로 두고, 액정의 수직 배향 상태를 제어함으로써 디스플레이의 광 시야각을 실현한 제3872798호 ▲액정의 수직 배향 상태를 제어하는 특별한 구조체를 이용해 디스플레이의 휘도, 광 시야각, 응답속도 개선을 실현한 제3901721호 ▲수직 배향식 액정패널의 응답속도 개선을 실현한 제3744714호 등이다.
그러나 지난 1월30일 재판부는 세 개의 특허 가운데 제3872798호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송에서 샤프의 손을 들어줬고, 일단 일본에서는 샤프가 1승을 거둔 상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또다른 판결이 나왔다. 지난 1월28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샤프가 삼성전자의 특허 2건을 침해하고 있음을 인정, 샤프에 대해 LCD TV, 노트북, 휴대전화용 LCD 관련 부품 및 제품의 미국 내 수입·판매 금지를 명하는 가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고화질 TV나 모토로라의 ‘레이저 2’ 휴대폰 등과 같은 샤프의 LCD를 활용하는 제품을 소송 타깃으로 삼고 있다. 미국에서의 승소 판결로 현재 삼성과 샤프는 1승1패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샤프가 지난 2007년 8월 미국에서, 같은해 12월 한국에서 각각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또다른 특허소송은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고, 특히 독일에서 진행중인 특허소송의 경우 그 판결여하에 따라 다른 국가에서의 판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두 기업의 팽팽한 신경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8년째 지루한 법정공방
램버스 Vs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미국 메모리반도체 지적재산(IP) 전문기업 램버스와 8년째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램버스는 지난 2001부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난야 등 국내외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개인용컴퓨터(PC)에 들어가는 DRAM 메모리와 관련된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8년째 소송이 진행 중이며, 해당 특허권은 2010~11년 사이에 만료될 예정이다. 또 국내 기업들을 포함해 개별적으로 별도의 특허소송을 복잡하게 진행하고 있다.
램버스는 또 지난 2005년 6월에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이 자사가 보유중인 SDR과 DDR, DDR2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면서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에 특허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등은 램버스와의 1심 2차공판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지방법원으로부터 “삼성전자, 하이닉스, 대만 난야테크놀로지 등 3개사가 램버스의 특허 일부를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초 발표될 예정이었던 1심 3차공판은 연기된 상태다. 당초 이 소송에 대한 심리는 오는 1월17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주법원에서의 본안소송은 4월13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램버스의 메시지 부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과의 소송에 대해 “우리는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 출시된 신제품과 혁식기술 등을 토대로 한국의 D램 기업들과도 협업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삼성전자 등과 원만한 협의를 원한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은 지푸라기?’
스팬션 Vs 삼성전자
AMD와 후지쯔의 합작 회사인 스팬션도 지난 2008년 11월 국제 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스팬션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해 만든 플래시 메모리칩이 지난 2003년 이후 전세계에서 300억달러가 넘는 매출액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스팬션은 또 1억개 MP3 플레이어,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및 기타 가전 기기 등 삼성전자의 플래시 메모리를 포함한 제품에 대해 미국 시장에 반입을 금지토록 요청하고 있다.
스팬션의 CEO 버트런드 캄보는 소송 당시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해결안을 찾는 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론을 원할 뿐, 삼성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 금지되는 등의 최악의 상황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합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원한다”며 “삼성이 대화에 나서겠다면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스팬션은 소송제기 전부터 삼성전자와 CTF(Charge Trap Flash)에 관련해 대화를 요청했지만 삼성이 거부해 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 CEO는 “삼성이 침해한 특허는 10개가 넘지만, 신속한 소송진행을 위해 케이스를 단순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팬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각각 4개와 6개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스팬션은 악화된 기업 경영으로 사업을 매각이나 합병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지난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은 ‘삼성 발목잡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때문에 스팬션과 삼성전자의 특허권 침해 소송은 답보상태다.
中특허권 침해 96억원 배상 판결
홀리커뮤니케이션 Vs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통신업체 홀리커뮤니케이션과도 특허권 침해 소송을 진행중이다.
홀리는 지난 2007년 4월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유럽형 통신 방식인 GSM과 미국식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에서 모두 구동되도록 한 듀얼모드폰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을 진행중인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2008년 12월20일 열린 재판에서 삼성전자가 홀리커뮤니케이션의 듀얼 모드폰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5000만위안(약 9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중국 휴대폰 업계에서는 사상 최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홀리는 추가적인 피해 배상을 받기 위해 삼성전자와 앞으로 협의할 뜻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재판에 대해 “통신기술에 관한 감정에서도 이번에 제소된 기술이 전혀 삼성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즉각적인 항소를 통해 1심 법원의 판결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가로보기폰’ 특허는 누구꺼?
(주)임팩트라 Vs 삼성전자
국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도 특허권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로보기폰’ 특허권을 두고 삼성전자는 휴대폰 단말기 제조 벤처기업 (주)임팩트라와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5년 6월, 임팩트라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가로보기폰’ 기술을 도용해 ‘가로본능폰’을 출시,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07년 3월 대법원은 3심에서 재판을 기각해 삼성이 승소를 했고, 이에 임팩트라는 지난해 2월 삼성을 상대로 20억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임팩트라는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기술에 투자의지를 보여 사업협의를 하던 중 관련 자료를 모두 제공했으나, 삼성전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비밀유지계약이나 양해각서 체결을 거부하고 태도를 바꿔 특허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 제품을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월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이내주 부장판사)는 임팩트라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로본능폰’ 기술은 통상의 기술자가 그 출원일 이전에 이미 공지된 발명들에 의해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으로 특허로 보호할만한 진보성이 있는 기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이 특허권에 기초해 삼성전자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임팩트라측은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법재룡 임팩트라 전 사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특허심판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는 승소했는데 2심에서 판결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억울해 했다. 그러면서 “2심 재판장과 삼성전자 변호인은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에 같은 특허법원 판사 출신이었다”며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는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이라며 “법관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 아니냐. 전관예우에 의한 판결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현재 임팩트라 2심 판결에 항소해 3심 재판을 준비중이다. 때문에 ‘가로보기폰’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임팩트라의 싸움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는 특허침해하지 않았다”
한편, 미국의 이스트만 코닥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자사 디지털 카메라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코닥은 삼성전자가 무단으로 자사의 디지털카메라 특허를 사용하고 있다며, 손해 배상과 함께 앞으로 특허 침해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판매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특허법인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특허소송이 빈발하고 있는 것은 삼성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경쟁업체들의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특허침해 소송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도 “현재 대부분의 특허소송들이 진행중이라 내규상 입장을 말하긴 좀 그렇다”면서 “하지만 삼성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정당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끊이지 않는 특허분쟁에 대해서는 “삼성의 글로벌화와 함께 예전과는 달리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기업간에 많은 부분이 겹치다보니 그런 것 같다. 앞으로 특허와 관련된 분쟁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공동기술 사용이 트랜드가 되고 있는 만큼, 기업간에도 특허를 가지고 싸우다 시간소모를 하는 것보단 협약 등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 가는 쪽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