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멜라민’ 의심됐던 분유 10만캔 중 일부 베트남에 수출 논란
남양, “완제품서 멜라민 미검출, 행정당국도 문제삼지 않았다” 주장
국내 굴지의 분유제조기업 남양유업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 멜라민 쓰나미가 한국에 불어 닥쳤을 때, 그 어느 분유업체보다 혹독한 곤욕을 치렀던 남양이 또다시 ‘멜라민 수렁’에 빠진 것이다.
‘자사의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 100억을 소비자에게 돌려 드리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남양이었기에 논란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본지가 재점화되고 있는 남양의 멜라민 분유 논란을 짚어봤다.

지난해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 등 끊임없는 먹거리 파동으로 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중에서도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중국의 멜라민 분유 파동은 국내에까지 상륙하면서 2008년 하반기에 적지 않은 파문을 남겼었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하던 멜라민 파동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멜라민 파동 당시 분유의 원료인 ‘락토페린’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남양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분유를 처리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가 최근 베트남 등으로 수출했다는 한 언론사의 의혹제기로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퇴색된 ‘100억 자신감’ 광고
남양은 지난해 10월 분유의 원료로 사용되는 우유단백질 ‘락토페린’에서 멜라민 3.3ppm이 발견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으로부터 ‘부적합물량을 전량 폐기하거나 수출국에 반송 처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당시 남양이 문제의 뉴질랜드 타투아사로부터 수입한 물량은 총 480kg으로, 이 가운데 멜라민이 검출된 부적합물량은 2차 수입분인 190kg이다. 이와함께 식약청은 멜라민이 검출되지는 않았지만 같은달에 들여온 3차 수입분인 200kg에 대해서도 같은 처리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이들보다 앞서 수입된 1차분량인 90kg의 행방이었다. 멜라민 파동이 일어나 국내 분유 제품 등에 대한 전면적인 검사가 이뤄진 시기는 9월 말, 그러나 이미 ‘락토페린’ 1차 수입분은 6월에 수입돼 완제품인 ‘아이엠마더’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식약청은 1차 수입분에 대해서는 원료상태가 아닌 완제품 상태로 멜라민 검출 검사를 실시했고, 완제품에서는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식약청에서는 1차 수입분 90kg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폐기·반송조치 명령을 내리지 않고 남양에 자체 처리를 맡겼다.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상품이었기에 식약청에서 왈가왈부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멜라민 파동으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남양은 자사의 분유는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일명 ‘100억 광고’라는 극약처방을 내려 당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남양은 주요 일간지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인 검사결과 멜라민이 든 유아식 제품이 한 통이라도 나올 경우 소비자분들게 100억을 돌려 드리겠습니다”라며 “수천억을 투자한 세계수준의 첨단시설과 시스템이 있기에, 멜라민을 비롯한 그 어떤 유해물질도 100% 완벽하게 원천봉쇄된다”고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회사는 결코 할 수 없는 남양유업만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이 광고는 원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됐었다는 언급은 빼고, 자사의 제품만 안전하다는 뉘앙스를 풍겨 동종 경쟁업체는 물론 관계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과대광고 논란’까지 일었던 남양의 광고는 일부 문구가 수정돼 지난 2008년 12월31일(판매시점)까지 100억 품질 보증제를 진행했다. 하지만 남양의 약속이 끝난지 채 두 달도 안돼 또다시 남양 분유가 멜라민 파문에 휩쓸리면서 기업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분유, 100% 안전하지 않아”
지난 1월29일 <파이낸셜 뉴스>는 “남양유업이 멜라민 검출이 의심돼 국내 유통이 중단된 분유를 베트남에 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파이낸셜 뉴스>는 이후 연속 보도를 통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증인으로 채택된 박건호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멜라민 분유가 핫이슈로 떠올랐지만 끝내 ‘문제의 분유를 파기하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나머지 완제품으로 생산된 90kg은 식약청의 조치에 따르겠다고 밝혔으나 식약청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음에 따라 여론이 잠잠해진 사이에 베트남 등지로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록 1차 수입분으로 만든 완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진 않았지만, 보통 분유 제조과정에서 락토페린은 0.0004% 밖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락토페린’이 함유된 원료로 분유를 만들어도 완제품에서는 검출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남양이 수출한 분유가 100%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전했다.
더욱이 당시 식약청이 완제품을 검사한 LC-MS/MS 장비는 검출 한계가 0.1ppm이기 때문에 그 이하는 검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남양은 식약청의 인증을 거쳐 수출했다고 주장했지만 식약청은 ‘남양유업 수출품에 사인을 해 준 적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식약청 위해예방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체조사결과 식약청에서 남양에 인증서를 발급한 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분유를 수출할 때 식약청의 인증서가 필요한 건지, 해당기사(파이낸셜 뉴스)에서는 어떤 인증서를 거론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분유도 수출할 것”
이번 멜라민 검출 의심 분유 수출 파문에 대해 남양은 “파이낸셜 뉴스의 보도가 허위과장된 것”이라며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함과 동시에 명예훼손혐의로 파이낸셜 뉴스를 검찰에 고소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수출하기 전에 외부공인기관인 한국화학시험연구원과 한국식품공업협회 부설연구관을 통해 검증절차를 거쳐 수출한 것”이라며 “파이낸셜이 주장한 승인부분은 농림부 산하기관인 수검원에서 ‘위생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이후 관세청을 통해 정식으로 수출됐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던 이유에 대해서는 “해당 제품에 사용된 ‘락토페린’은 검수결과 멜라민이 나오지 않은 원료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3차는 반송처리하고 왜 1차는 처리하지 않냐고 하면, 문제의 뉴질랜드산 ‘락토페린’이 들어갔던 다른 기업들의 분유도 다시 검사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9월에 생산된 제품을 3개월 뒤인 12월에 베트남에 수출한 것은 “해당 분유가 멜라민 파동에 휘말리면서 국정감사가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신제품이 출시됐다. 그래서 기존 제품은 국내에 출시할 수 없어 해외 수출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 파동이 일어나면서 베트남 등지에서 고가의 한국산 분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파문은 자칫 한국제품의 대외수출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국제적인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남양은 “해당 베트남 기업과는 어떤 분쟁도 없다”며 “남아있는 5만여캔의 제품도 1, 2차에 걸쳐 수출할 예정”이라고 밝혀 당분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세간의 이목은 남양이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나머지 제품을 수출할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방법을 취할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