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를 위한 맞춤형 인사 개혁 [제1탄]
황태자를 위한 맞춤형 인사 개혁 [제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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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재벌그룹에 이는 피바람 [1~5위 집중진단]

글로벌 경제 한파 속 국내 기업들의 몸부림이 처절한 가운데 이들 기업의 선도적 역할을 하는 10대 재벌그룹의 행보는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쇄신작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특히 10대 그룹에서는 최근 2·3세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되면서 이들을 주축으로 한 맞춤형 인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대적인 숙청 바람이 불고, 이로 인해 못내 옷을 벗어야만 하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그룹에서는 이에 대해서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쉽게 말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건 당연하다”는 식이다. 이에 본지가 2탄에 걸쳐 후계 구도를 중심으로 한 10대 재벌그룹에 이는 피바람을 집중 진단해 봤다.

10대 재벌그룹 2·3세 경영권 승계 박차…황태자 라인 강화 위한 인사 단행
줄 잘못 탔다가 좌천되고 옷 벗는 임원들 속출… ‘어느 줄 타야하냐’ 술렁

[1위 삼성그룹] 황태자에 맞는 코드 인사 단행

2009년 본격적인 서초시대를 개막하고 금융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앞둔 삼성그룹은 최근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황제의 용포(龍袍)를 입을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물론 이번 인사에서 이 전무가 총수자리로 가는 징검다리 중 하나인 부사장으로 승진하지는 못했지만 이 전무의 측근으로 거론된 인사들이 대거 승진 이동했다. 반면 줄타기에 실패한 인사들은 좌천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이건희 전 회장의 하야로 인하여 잃어버린 구심점을 찾기 위해 ‘이재용 전무’를 선택(?)했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선택된 자의 코드에 맞는 조직과 인물이 필요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이에 따른 내부의 적잖은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실력 보단 코드 인사 혹은 낙하산 인사로 자칫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전무의 학교 선후배들이 이번 인사에 승진 이동했다는 점을 볼 때 이같은 반발 예상은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임원들이 글로벌 한파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한 차원으로 성과급을 자진 반납하는 등 회사를 위한 희생정신을 발휘하고 있지만 정작 회사는 황태자의 코드 맞추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삼성그룹은 황태자 이 전무에게 꼭 맞는 용포를 입히기 위해 황태자 맞춤형 등용 시험이 수차례 이뤄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 시험에 통과한 자만이 국내 제1의 기업 삼성에서 살아 남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2위 현대·기아차그룹] MK의 아들을 위한 인사 안배

경제 불황 속 국내 자동차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그룹은 강성노조의 파업, 원자재값 상승 등 총체적 난관 봉착했음에도 불구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그의 저돌적인 현장 중심 경영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이 차원에서 정 회장은 기척도 없는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돌발 인사’ ‘럭비공 인사’ 등으로 지칭하지만, 이런 인사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사방팔방으로 튀는 럭비공이 하나같이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 1세대 임원들이 대거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고,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승진 이동시킨 것이다. 실제로 현재 현대·기아차그룹에는 김익환 기아차 부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1세대 전문경영인이 대부분 물러난 상태이다.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갑작스럽게 단행된 인사가 정 사장을 현대차로 이동, 배치하거나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려는 예비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나아가 정 사장의 외가측 인사들이 향후 그룹을 이끌어 갈 핵심 브레인(두뇌)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란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의 이같은 럭비공 인사의 숨겨진 진위를 떠나 그동안 정 회장과 세기를 함께 해온 이들을 한순간에 내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3위 LG그룹] 양아들 중심의 내부 변화

최근 LG그룹은 안정화된 인사 이동을 단행했다. 대체적으로 구본무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란 시각이지만, 일각에서는 사뭇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구 회장의 양아들인 구광모(32) 씨의 후계 구도를 다지기 위해서는 내부 반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 시각이다. 이 때문에 구 회장이 무난한 인사를 택했다는 것이다. 아들이 없는 구 회장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지난 2004년 동생의 아들인 광모 씨를 양아들로 입양했다. 이후 광모 씨는 차곡차곡 LG지분을 매입해나가고 있다. 급기야 지분 4.50% 가까이 끌어올리며 4대 주주 자리까지 올랐다. 더욱이 광모씨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부회장 보유분을 합할 경우 1대주주인 구본무 회장 지분율 10.31%에 육박, 확고한 2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 회장의 동생이자 광모 씨의 삼촌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지분율에는 변동이 없는 데 반해 광모 씨의 지분만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도 경영권 승계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최근 인사에서 조준호 (주)LG 부사장이 LG 역사상 40대 첫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구 회장이 광모 씨의 경영권 승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LG그룹의 앞으로 광모 씨를 중심으로 한 내부 변화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4위 SK그룹] 맹렬한 변화의 바람 불 듯

지주사로 전환한 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SK그룹은 다른 재벌 2·3세들에 비해 일찌감치 그룹 총수에 오른 최태원 회장을 주축으로 요즘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맥락에서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재계나 그룹 내부에서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럴 것이 SK그룹은 ‘관계사 CEO에 대해 임기 중에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주요 계열사 CEO에 대한 교체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는 의외였다. SK에너지와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갈아치웠던 것. SK는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을 SK C&C 부회장 겸 대표이사로 보내고, 그 자리에 SK네트웍스 정만원 사장을 앉혔다.
또 SK에너지의 신헌철 대표이사 겸 부회장을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총괄사장이란 자리를 새로 만들어 구자영 SK에너지 P&T 사장을 배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해 취임 10주년을 맞은 최 회장이 글로벌 성과 미흡에 대해 문책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신임하는 인물을 발탁해 전면에 앉힘으로써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고 세계 경제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한다.
이는 이번 인사 대상자 대부분이 50대에 해외 유학, 해외 사업 등의 경험을 쌓은 ‘해외파’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안정보다 변화를 택한 SK그룹이 앞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맹렬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위 롯데그룹]마이너스 황태자’의 라인 대폭 강화

새해벽두부터 잇단 M&A를 성공시키며 야심찬 행보를 보이고 있는 롯데그룹은 후계 구도를 둘러싼 이상 야릇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신격호 회장의 자녀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지분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 이로 인해 항간에는 황태자 신동빈 부회장과 아버지 신격호 회장, 그리고 형제자매간 불화설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럴 것이 롯데는 대외적으로 2세 체제의 지분 승계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롯데는 신동주 부사장이, 한국 롯데는 신동빈 부회장 체제다.
그러나 같은 하늘아래 두 명의 황제가 있을 수 없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속단을 내리기 힘들다. 아직까지 신동주 부사장이 신 부회장과 계열사 지분율이 거의 동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 부회장이 반드시 용포를 입을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단정 내리지 못한다. 이런 마당에 지난해부터 신 회장의 숨겨진 부인으로 잘 알려진 서미경씨가 자신의 딸과 함께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재계의 무수한 추측을 낳고 있다. 또한 신 회장의 장녀 신영자 부사장이 지난해 롯데쇼핑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로 롯데쇼핑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 유통 지존자리에 재등극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바뀌는 것 아닌가하는 뒷말마저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룹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어느 줄을 타야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또 황태자 자리를 둘러싼 형제들간 보이지 암투로 인해 승진 인사에서 좌천되거나 옷을 벗어야 만하는 인물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고민을 하고 있는 이는 다름아닌 황태자 신동빈 부회장일게다.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회장에게 이미 ‘미운 털이 박혔다’는 얘기도 있다. 그럴 것이 신 부회장이 손대는 사업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를 빗대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이런 상황에서 형제들은 호시탐탐 신 부회장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신 부회장이 이끄는 한국 롯데그룹은 산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풍부한 실탄을 바탕으로 잇단 M&A를 성공시키고 있고, 또 아버지 신격호 회장의 꿈이던 제2 롯데월드 건설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올 한해 어떤식으로든 실적을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그의 황제 등극은 순탄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 롯데그룹은 신동빈 부회장 라인의 인사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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