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모직은 전신인 제일모직공업(주) 때부터 쌓아온 직물에 대한 뛰어난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을 토대로 남성 의류 브랜드 갤럭시, 로가디스, 엠비오 등을 선보이며 고급 남성 정장 브랜드에 선두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헐리우드 유명배우 피어스 브러스넌이 광고해 인지도가 높은 갤럭시는 제일모직이 자랑하는 대표 남성복 브랜드이다.
남성 브랜드 중심의 ‘제일모직’
또 지난 1989년 런칭돼 제일모직을 대표하는 또다른 브랜드로 손꼽히는 ‘빈폴’은 빈폴 맨즈, 빈폴 레이디스, 빈폴 키즈, 빈폴 골프, 빈폴 진, 빈폴 액세서리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전층을 아우르는 패밀리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유독 제일모직은 여성 의류 브랜드에서 만큼은 남성복의 아성을 깨트릴만한 히트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 2008년 20대 여성을 타켓으로 한 여성 의류 브랜드 ‘컨플릭티드 텐더시’를 출시했지만, 매출 부진으로 런칭 1년만에 조용히 접기로 최근 결정했다.
또 이에 앞선 지난 2005년에는 라이선스 브랜드 ‘엘르 파리’도 매출부진으로 정리해야 했고, 2004년에도 ‘로질리’라는 여성 의류 브랜드를 정리한 바 있다.
현재 제일모직은 구호, 빈폴 레이디스, 띠어리, 디 등의 여성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제일모직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구호는 지난 2003년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운영중이던 부티크 매장을,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의 주도로 제일모직이 인수한 브랜드이다.
최근 구호의 경우 지난 2008년 매출액이 650억원으로 전년보다 25%가량 증가, 경기불황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경쟁 의류 브랜드에 비해 눈부신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구호가 매출이 증가 등 경기불황에도 선전하고 있지만, 구호는 고가의 브랜드라는 한계점이 있다”며 “매출 역시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띠어리와 디 역시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별 도움이 못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 “우리가 한계를 깼다”
하지만 이런 주변의 시선에 대해 제일모직 측은 “제일모직이 오히려 그런 대기업의 한계를 깼다”고 주장했다.
제일모직의 한 패션관계자는 “지난 2000년 초부터 대기업들이 여성복 사업에서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한계를 깬 것이 제일모직의 구호와 빈폴 레이디스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호의 경우 국내 여성복의 선두 ‘타임’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라며 “매출도 인수 당시보다 4배 이상 성장했으며, 작년대비 15%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띠어리의 경우도 런칭한지 2년 정도됐는데, 매년 성장률이 올라가고 있다. 아직 매장은 많지 않지만 천천히 매장 수도 늘려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근래에 제일모직이 전자재료, 케미컬 등의 신사업에 매진해 패션사업에 소홀한 것은 아니냐’는 본지의 질문에는 “다른 사업이 급성장했을 뿐 패션사업의 비중은 결코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호와 빈폴 레이디스 등의 여성 의류 브랜드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앞으로도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적극적으로 여성 의류 사업을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말하며, ‘아직도 제일모직이 여성복 브랜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