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현대 계열사 추가한 현대중공업, 왕회장님의 옛날 호텔도 소중하게…
현대그룹 현정은 Vs 현대重 정몽준, 조용한 물밑 호텔사업 미묘한 신경전
조선업계 부동의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조선사업과 비조선부문인 엔진기계, 전기전자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펼쳐오던 현대중공업이 최근 한 호텔법인을 자사 계열사로 추가한 것이다.
물론, 현대중공업이 호텔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번 계열사 추가로 현대백화점이 호텔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만큼, 현대중공업이 본격적으로 호텔사업에 뛰어들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더욱이 그 내막에는 누군가(?)를 향한 또다른 노림수까지 내제되어 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2일 현대중공업은 경북 경주와 강원 강릉에 소재한 호텔현대와 호텔현대경포대를 자사 계열사로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호텔현대울산과 한라중공업에서 인수한 호텔현대목포를 포함해서 총 4개의 호텔을 보유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155실 규모 호텔에도 57.1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곡차곡 준비해온 호텔사업
이번에 계열사로 추가한 호텔현대경주와 경포대는 이미 지난 1998년과 2007년 현대백화점으로부터 현대중공업이 각각 1321억, 220억원에 매입한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분만 매입한 상태여서 현대백화점이 얼마전까지 호텔법인을 유지하면서 인력공급 등의 호텔운영 전반을 맡아왔었다. 그러나 이번 법인지분 매각으로 현대백화점이 호텔사업 전반에서 손을 떼게 됨으로써 호텔사업이 오롯이 현대중공업의 차지가 된 것이다.
이를 암시하듯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 1월 중순, 호텔현대 대표이사에 김성모 현대중공업 전무를, 이사에는 이재성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김성모 현대중공업 전무를 배치하는 등 모든 인사정리를 해놓은 상태였다.
또, 이에 앞선 지난 2006년에는 한라중공업의 마르코폴로호텔을 인수해 호텔현대목포로 이름을 변경해 개관하면서 사업목적에 ‘관광사업 및 그 부대사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호텔사업을 위해 지난 몇 년간 그 준비를 차곡차곡 해 온 셈이다.
특히, 현대家(가) 고 정주영 회장의 6남으로서 현대중공업을 맡아 현재는 현대중공업 고문으로 최대주주의 자리에 있는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호텔현대경포대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1971년 건립된 호텔현대경포대는 이 호텔의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의 땀이 밴 건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현대’라는 그룹의 정통성을 이어받기 위해 현대중공업의 광고에 고 정주영 회장의 모습을 담으면서까지 현대그룹, 현대·기아차그룹과 격전을 펼치고 있는 정 의원으로선 왕회장님의 작은 유지 하나도 건드릴 수 없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때문에 지난 2008년부터 현대중공업은 호텔현대경포대를 신축하는 대신 리모델링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꿔 공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형수님 신경 긁기?
결국, 재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호텔사업 전반에 뛰어들고 있는 내막을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대의 정통성 이어받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3년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숨지면서, 그룹의 안주인이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경영 전면에 서면서부터 시작된 정통성 논란이 또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1년 당시 정주영 회장이 사망하고, 그의 차남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현대차가 아닌 현대그룹의 경영을 맡았다면 ‘형제의 난’도 일어나지 않고, 그룹의 정통성을 운운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후 현대그룹을 맡고 있던 5남 정몽준 회장마저 사망하면서 현씨가(家)가 현대그룹을 맡게 되면서 현대그룹의 정통성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남편을 잃은 슬픔을 잊기도 전부터 기업경영과 사방에서 공격하는 친인척들과도 싸워야 했다.
특히, 현대그룹의 모태 기업으로 그룹의 정통성 계보를 잇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던 현대건설 인수전은 ‘시동생의 난’이라 불리며 매우 치열하게 진행됐다.
2006년 당시 현대중공업은 처음에는 현대건설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했으나, 이후 작은숙부인 정상영 KCC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사활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현대건설을 둘러싼 양사의 경합은 끝나지 않은 상태지만, 올초 신년사를 통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와 북방 사업 등 신규 사업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양사의 경합은 올해도 치열할 전망이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 정통성 이어받기’ 공방 1차전이었다면, 현재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증권사업과 호텔사업이 공방 2차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호텔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배경엔, 정 의원의 형수님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신경전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현대重, 다른 건 관심 없어
하지만 현대중공업 한 관계자는 “최근에 호텔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대부분의 조선소들이 수주사업과 관련 바이어 접대를 위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무거운 회사다”라며, 추가로 호텔을 건립하는 등 호텔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란 소문을 일축했다.
물론, 재계 관계자들도 조선사업에 있어서 호텔 경영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동의하는 눈치다.
다만 증권사업에 이어 호텔사업까지 진출한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번 호텔사업으로의 본격적 움직임도 현대그룹을 향한 압박이 아니냐는 것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향후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이 현대의 정통성을 이어받기 위해 또 어떤 신경전을 벌이게 될지 정 의원과 그의 형수 현정은 회장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요즘 현정은 회장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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