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하이에나 비둘기
평화의 상징 옛말, 애물단지·천덕꾸러기
배설물, 질병·악취 피해 ‘위험의 상징’

88년 서울올림픽이후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비둘기가 도시의 야생조류로 활동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참새가 사라지고 회색비둘기들이 도심한복판에서 공원과 도로를 장악하고 있다.
사람들이 주는 간식 등을 받아먹던 비둘기들은 쓰레기를 뒤지며 비대해졌고, 그들의 생존환경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피해를 받고 있다.
특히 비둘기의 배설물은 철을 부식시키고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는 비둘기를 집중 조명해 보았다.
“아침에 비둘기를 만나면 왠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모(27)씨는 길가에 걸어 다니는 비둘기를 만나면 먼저 피한다.
뭘 먹었는지 뒤룩뒤룩 살찐 비둘기들은 더 이상 날지 않고 걸어 다닌다.
집단으로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는 비둘기를 만날 때면 무섭기까지 하다는 이씨는 도시에서 야생비둘기를 왜 방치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의견이다.
사계절 번식, 일 년에 6~7회까지 알을 낳는다
도심 속 회색비둘기. 이들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한국조류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비둘기는 외국개량종이다.
일명 ‘집비둘기’라고 하며 ‘양비둘기’는 사람들에 의해 길들여진 것이다.
혹자들은 88년도 서울올림픽당시 행사에 쓰인 비둘기가 도심으로 흩어져 지금의 개체수가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88년 올림픽 전에도 도시에 비둘기는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행사에 수입된 비둘기가 개체수가 늘어나 지금의 비둘기에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
애완용으로 길렀던 비둘기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정확히 도심의 회색비둘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경위는 모르겠다”고 했다.
집비둘기종류의 도심 속 회색비둘기는 보통 1년에 2, 3회 번식을 한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가 성인 비둘기가 되는 기간은 2달이며, 2달된 비둘기는 바로 번식이 가능하다.
결국 일 년 내내 번식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먹이를 구하기도 쉽고 도시생활에 길들여지고 지구온난화로 겨울이나 초봄의 기온상승으로 번식 성공률이 증가하여 사계절 번식해 1년에 6, 7회까지 알을 낳는다.
한국조류협회는 밝힌 서울에 서식하는 비둘기가 약 5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증가의 원인은 비둘기가 집단 번식 후 집단 서식을 하는 데다 생존 수명이 약 10년으로 번식력과 생명력이 합해진 결과다.
또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주는 과자 부스러기 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먹던 스낵류나 곡물 등 음식찌꺼기들은 바닷물보다 염분 함유량이 높고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물쓰레기를 먹게 되면서 비둘기의 이상번식을 가져온다고 한다.
국립중앙과학관 백웅기 박사(야생동물 관리학)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가 비둘기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더불어 비둘기가 번식할 만한 공간들이 점점 도심 속에서 많아지다 보니까 비둘기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설물, 콘크리트 부식·아토피 피부염 주범
이런 도심 속 비둘기들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사람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비둘기 몸에는 이나 진드기 같은 기생충들이 기생하고 있어 집단적으로 몰려 있을 경우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접촉하게 되면 인체에 감염될 수 있고 깃털로 인해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건양대의대 세포생물학교실 지희윤 교수는 “비둘기 배설물이 마르게 되면 그 안에 크립토커스균의 포자가 형성돼 이 포자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이 호흡하게 되면 호흡기 감염으로 뇌수막염이나 폐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전한다.
또 비둘기 배설물은 강한 산화력을 갖고 있어 철근이나 콘크리트의 부식을 초래한다.
지난 2007년 10월, 북부간선도로와 내부순환도로의 교량 하부를 점검한 건설안전본부 산하 북부도로관리사업소 측은 비둘기 배설물로 인한 부식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고궁 등 문화재의 피해도 적지 않다. 120다산콜센터에는 비둘기에 관련된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교량과 문화재 등 시설물 보호를 위해 비둘기의 집단 서식지마다 끈끈이 성분의 ‘조류기피제’를 설치하고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등 일시적인 해소방안을 마련하기도 하였으나 비둘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재 없는 상태다.
지난 2008년 12월 환경부는 ‘도심비둘기 관리규정 신설’에 대한 검토회의를 열어 도시의 비둘기를 야생동물에 포함시켜 야생동식물보호법을 받는 법제처를 만들려고 추진 중이다.
환경부 자연자원과는 “현재 관리규정은 없다. 비둘기관리 용역을 추진하여 개체수를 파악하고 관리 방향을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12월 ‘푸른 도시국’ 자연생태과 자연자원팀에 비둘기과를 신설했다.
푸른 도시국 비둘기과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야생동물로 규정해 관리할 계획이다. 개체수 파악은 아직 막막하다”고 말했다.
질병의 매개물로 여겨지는 도심 속 회색비둘기는 분명 야생조류로써 지금까지는 문제가 지적됐을 때마다 해결하는 수준으로 근본적인 해결방안없이 방치되어 왔었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개체수를 감당하기 위해선 비둘기들의 보호관리 차원과 사람들의 생활환경 보장을 위한 정부의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관리가 시급하다.
취재 / 장종욱 기자
st32@sisa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