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 회장이 장고 끝에 내린 해법
SK 최 회장이 장고 끝에 내린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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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치고 가재잡는 최 회장식 노림수 [공개]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개인 지분 대부분을 매각해 그 배경과 용처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에서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의 관점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따른 그룹 지배체제 강화 목적이란 게 이들의 시각이다. 사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지난 2006년 7월 지주회사체제 전환 선언 후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는 후문이 나돌았다. 그럴 것이 SK그룹은 법적 지주회사와 실질적 지주회사가 따로 있는 것. 특히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마무리를 앞둔 마당에 최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분 매각이 최 회장의 장고 끝에 나온 무슨 특별한 노림수가 있는지 본지가 알아봤다.


▲ 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회장, 법적지주사 SK(주) 개인 지분 매각해 실질 지주사 지분 늘인다?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지배구조 강화에 사용될 실탄 확보 유력하지만…“글쎄?”

최 회장이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개인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무려 920억여원에 달한다. 지난 2월 24일 최 회장은 시간외 매매를 통해 보유지분 104만787주(2.22%) 가운데 103만787주(2.19%)를 주당 8만9천300원에 블록딜 형식으로 매각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난데없는 지분 매각을 한 배경과 920억원의 용처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이 지분 매각한 배경과 용처

일단 증권업계 일각의 대체적인 시각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따른 그룹 지배체제 강화 목적이란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 회장은 일찌감치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지만 현재 지주회사체제 전환 마무리를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에 휩싸여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SK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그룹 지배의 정점에 있는 SK(주)의 지분을 SKC&C가 31.82% (1494만4432주)를 보유하고 있다. SK(주)가 자체적으로 자사주 13.81%를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 SK(주)의 특수관계인들이 확보한 지분까지 모두 포함하면 절반 가까운 총 47.92%에 이른다. 특히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SK㈜의 1대 주주인 SKC&C이다. 최 회장은 비록 SK(주)의 지분율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그룹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라 할 수 있는 SKC&C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현재 SKC&C의 지분은 최 회장 44.5%(890만주), SK텔레콤 30%(600만주), SK네트웍스 15%(300만주) 등으로 짜여 있다.
즉, 최 회장은 SKC&C를 통해 법적 지주회사인 SK(주)를 장악하고 SK(주)는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SK에너지를 지배하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등은 다시 SK C&C의 지분을 가진 순환출자 고리로 묶여 있는 구조이다. 이를 다시 쉽게 풀이하면 최 회장→SKC&C→SK(주)→SK텔레콤·SK네트웍스→SKC&C로 이어지는 연쇄고리가 형성되는 셈이다. 여기서 문제는 SK그룹이 지난2006년 ‘산업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 한 이후에도 그룹의 지주회사가 여전히 ‘둘’이라는 점이다. SK(주)가 법적 지주회사이기는 하지만 순환출자 고리의 핵은 SK(주)가 아닌 SKC&C이다. 따라서 최 회장이 지주회사체제 전환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선언한지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고 있다. 더욱이 SK그룹은 과거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소버린 사태를 겪은 후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한 계열사의 부실에 따른 전체 계열사의 도미노 현상방지 그리고 적대적 M&A 노출 해소를 지적받아왔기에 지주회사 전환을 전격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선언 당시때만해도 SK(주)→SK텔레콤→SKC&C→SK(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구조였지만 이제는 더욱 난감한 것이 지주사가 두 개(?)나 생겨나버린 것이다. 또한 산업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현재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국회에 계류 중인 금산분리법안이 통과되면 SK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시기를 1년 정도 유예 받을 수 있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주회사 유예기한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출자 구조 해결에 활용?…아직은 미지수

▲ SK그룹 사옥.
따라서 시간을 번 만큼 이 모든 문제를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 최 회장은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이 가진 SK(주)의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를 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4천억원 이상의 자금 마련도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이번 개인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920억원을 실질적 지주사인 SKC&C나 SK증권 지분을 사들이는 데 사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4천억원 이상의 유동성은 SK텔레콤 및 SK네트웍스와 SKC&C 사이의 순환출자구조 및 계열사 간 출자 구조 해결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한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유예기한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만큼 반대로 SK증권이나 SKC&C를 당장 살 이유가 없다는 것. 더욱이 SK&C의 경우 최 회장이 이미 지분을 절반 가까이 가지고 있는데다, 현재 비상장사라는 점에서는 적정가격을 척정하기 어려워 특혜시비가 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당장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한마디로 당분간은 최 회장이 920억원을 그냥 손에 쥐고 있을 것이란 얘기이다. 또,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M&A(기업인수합병)에 사용할 것이란 소문도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최 회장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향후 생산적인 부문에 사용하기 위해 미리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할 뿐 더 이상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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