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보단 ‘따로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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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잘나가는 ‘11번가’ 분사 왜

최근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SK그룹의 또다른 몸짓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SK의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픈마켓 서열 3위에 빛나는 ‘11번가’의 분사가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는 분분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멜론을 분사한 적이 있는 SK가 또다시 알토란같은 내 새끼 내보내기를 하고 있는 것은 어떤 내막이 있을 것이란 거다.

특히,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SK가(家) 사촌형제들 간의 계열사 분리설과 함께 이번 분사 결정이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멜론’에 이어 ‘11번가’까지… 알토란 같은 내 새끼 내보내기 중인 SK그룹
또다시 고개든 오너 사촌형제 간의 ‘분가설’, 손 명예회장 재추대로 ‘활활’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신원 SKC 회장
SK그룹의 계열사 분리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SK는 오픈마켓 ‘11번가’ 분사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하면, 계열사 분리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원로인 손길승 명예회장까지 재추대되는 등 분리설에 힘이 실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대두된 계열사 분리설

SK는 이미 지난해 10월 디지털 음악 사업 ‘멜론’을 분사한바 있다. 설립 5년 만에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옛 서울음반)에 멜론을 양도함으로서, 소위 말해 ‘잘 나가던’ 계열사를 과감하게 잘라낸 것이다.

때문에 당시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갔었다. 지난 2003년 소버린 사태 이후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들인 최태원-재원 형제와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들인 최신원-창원 형제간의 분가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멜론의 분사 역시 이런 계열사 분리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이다.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별세 이후 그의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그룹경영을 맡아오다 최종현 회장마저 별세하면서 그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경영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창업주의 장남이나 SK일가의 장손인 최신원 회장이 가만히 앉아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

실제 이들 SK일가는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 이후, 최태원-재원 형제가 그룹의 중심 경영을 맡고, 최신원-창원 형제가 계열사를 맡아 경영하는 등 사실상 한 그룹 안에 존재하긴 하지만 독립경영 형태의 모습을 보여 왔다.

이를 증명하듯 이들 SK일가는 지난 2003년부터 꾸준히 지분 정리 작업을 벌여왔다.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공식적인 분가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들 오너 사촌형제 간의 분가는 마무리 단계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재계의 이런 시선과 달리 SK그룹 측은 계열사 분리설이 나돌 때 마다 이를 완강히 부인해 왔다. 계열사의 분리는 선대 회장님들의 경영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고, 독립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은 분가가 아닌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손길승 명예회장은 중재자?

SK 측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또다시 계열사 분리설에 힘이 실리는 SK의 행보가 포착됐다.

바로 그룹의 원로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스승으로 불리는 손길승 명예회장이 지난 12월 재추대된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경기 불황 등의 악재로 ‘생존’ 경영에 나선 최 회장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손 명예회장이라는 카드를 빼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또다른 일각에서는 “손 명예회장이 SK 오너 사촌간의 분가 절차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 ‘해결사’로 투입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미 지분 정리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분쟁 없이 적정선에서 계열사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손 명예회장 만큼 훌륭한 ‘중재자’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최 회장은 오너 형제간의 분가설을 일축 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또다시 SK텔레콤이 조만간 ‘11번가’를 분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SK일가 오너 사촌형제 간의 분가설에 또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멜론이 분사됐을 때부터 11번가도 조만간 분사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이는 SK가 오너 사촌형제 간의 계열사 분리를 위해 비핵심 계열사 정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일각에서 역시 “SK가 과거 분쟁이 있었던 손 명예회장을 재추대한 것은 결국 그룹의 원로로써 강력한 지지기반을 가진 만큼 계열사 분리에서 생길 수 있는 분쟁을 조정할 중재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SK, “분가설은 사실무근”

하지만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분가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손 명예회장은 그룹발전의 조력자 역할과 함께 SK텔레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원로로써 자문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11번가’의 분사 역시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그는 “다만 11번가의 분사 가능성은 많다”면서 “11번가가 자생력을 갖추었다고 판단됐을 때 분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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