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생명, 앙꼬없는 보험사로 전락하나
AIG생명, 앙꼬없는 보험사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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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부터 일부 암상품에서 순수보장형 판매 중단

요즘 AIG생명보험(이하 AIG)은 심신이 무척이나 고달프다. 미국에 본사를 둔 AIG는 지난해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촉발된 금융 한파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소식은 곧바로 국내에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조성됐고, 대규모 보험해약이 속출했다. 결국 AIG는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고서도 정상화되지 못했고, 미국 정부는 AIG의 아시아생명보험 부문인 AIA와 분리시켜 버렸다. 이는 글로벌 보험사로서 맹위를 떨치던 AIG에게 있어 굴욕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AIG는 이같은 수모를 겪고서도 또다시 ‘앙꼬없는 보험사’로 전락하려는 행태를 보여 본지가 그 내막을 알아봤다.

▲ AIG생명보험.

유동성 위기 겪었던 AIG, 2월부터 갑상샘암 보장축소
오는 4월부터 일부 암상품에서 순수보장형 판매 중단

한국 AIG는 지난해 미국 본사의 유동성 위기 소식이 알려지자, 대규모 보험해약이 속출했다. 이로 인해 보험수익이 크게 떨어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그러나 AIG는 글로벌 보험사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애써 태연한 척 했다. 물론 뒤로는 사태 수습에 전전긍긍한 모습을 보였다.

암보험은 AIG로…이랬던 AIG가

유동성 위기를 겪기 전까지만해도 AIG는 국내에서 암전문 보험사로 인기를 누려왔다. 실제,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6년을 기점으로 AIG는 국내 대형 보험사들과 확연한 차별성을 두기 시작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암보험금의 지급 증가로 손실이 커져 암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보장을 축소했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이 이때부터 암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암보험 상품 판매중단 선언을 한 보험사들을 향해 맹비난이 쏟아졌다. ‘보험사들이 수익에만 눈이 멀었다’는 것. 이런 비난에도 불구, 수익률 악화를 겪는 보험사들로서는 보험지급율이 높은 암보험 상품을 계속 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눈에 띄는 보험사가 있었다. 바로 AIG.
AIG는 다른 보험사들과는 반대로 암 보험 상품을 확대시켰다. TV광고에 잇달아 유명연예인을 출연시키며 암전문 보험사로서의 이미지를 빠르게 굳혀 나갔다. 이로써 AIG는 2001년 4월 원스톱 암보험을 출시한 이후 저렴한 보험료와 고액 보장의 컨셉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지난 2007년말 기준 단일 제품만으로 총 110만건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해 내기도 했다.
이랬던 AIG가 최근 ‘암보험 보장 축소와 암보험 인상을 하겠다’고 알려지면서, 이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AIG는 그동안 국내에서 일반암(주계약) 진단금을 최대 6천만원, 고액암(특약) 진단비를 1억1천만원(주계약+특약)까지 지급해주며 암보험 시장을 이끌어 왔는데, 암발병률 1위 갑상생암을 지난 2월 일부 상품에서만 축소 적용시켜오던 것을 오는 4월부터는 암특약에 공통으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이를 다시 풀이하면 지난 2월 이전에는 일반암에 포함돼 있던 갑생샘암을 2월 이후부터는 일부 상품의 일반암에서 축소시켜 적용, 오는 4월부터는 일반암에 제외시켜 특약으로 공통 적용시킨다는 것이다.
나아가 AIG는 암보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보장형을 오는 4월부터 일부 암보험 상품에서 판매 중단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AIG 홍보실 김범성 차장은 “상품의 건전한 수익구조를 유지함으로써 상품을 시장에서 계속 유지하고 가능한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 오는 4월부터 적용되는 순수보장형 판매중단은 회사의 이러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AIG의 돌변한 이유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암전문 보험사로 인식되어 온 AIG가 돌변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때문에 이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 중 하나는 AIG가 현재 처한 상황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AIG는 지난해 미국 본사가 유동성 위기설이 나왔을 때에도 “한국 AIG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그 여파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지난해 유동성 위기 후 가입고객들의 대규모 해약 속출로 수익성이 떨어진 것도 이번 갑상샘암 제외 및 축소, 순수보장형 판매중단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제는 AIG가 AIA로 변경해 독립된 회사로 운영되는 만큼, 더 이상 수익성이 떨어지는 암보험상품 판매는 축소시키고 수익성이 높은 상품에 주력하기 위한 전초가 아닌가하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김범성 차장은 “한국 AIG의 재무상태는 매우 건전하다”며 “AIA로 사명 변경 후에도 암보험 상품은 꾸준히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에 대해 안좋게만 바라보지 말고, 많은 고객이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여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AIG 측은 “갑상샘암 보장 축소나 정기특약 부가로 인하여 보험료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혀 보험료 인상 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또 기존 암보험 가입자 및 신규 가입자는 3월달 이내로 암보험을 추가로 가입하거나, 신규로 가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이번 계기로 AIG가 가지고 있던 ‘암전문 보험사’ 이미지에 실금(?)이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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