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써니’로 출현했던 신인 탤런트 장자연(29)이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장씨가 1년여 전부터 우울증으로 병원치료를 받았으며 약물을 복용해왔던 것으로 미뤄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장씨의 전 매니저가 성상납 문건을 유가족에게 건네주게 되면서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권력층과 여배우의 성상납이 사실로 들어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문건 속에서 장씨에게 성상납을 강요(?)했다는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는 문건이 조작된 것이라며 반기를 들고있다. 어느새 사건은 두 사람의 싸움으로 번지고 온갖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본지가 두 사람의 진실공방을 들여다봤다.
장자연 리스트…언론사 간부와 PD, 기업체 인사 등 10여명 실명 거론
1년여 간의 술 접대, 잠자리 강요 등의 성상납, 감금, 폭행, 협박 까지 .
지난 7일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자택에서 장씨가 자살했다.
자택 내부 1층과 2층 사이 계단 난간에 목을 매 숨져있는 장씨를 장씨의 언니(33)가 발견한 것이다.
경기도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장씨 언니는 그날 장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고 집에 가보니 장씨가 목을 맨 채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장씨가 자살한 그날은 절친한 친구인 이씨(가수 김지훈 부인) 부부와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씨는 자살하기 4시간 전쯤 이씨에게 문자를 보내 약속을 취소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씨의 전 매니저였던 유장호(29)씨의 말에 따르면 장씨는 자살로 사망하기 전에 핸드폰으로 향후 연예활동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자연이의 목소리 톤이 쳐져 있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감기 몸살기운이 있다고 했을 뿐 별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유씨는 지난 2월28일 장씨가 찾아와 “혹시 나(장자연)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가지고 있어 달라”며 문건을 줬다는데, 그 문건의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성상납 문건 그 내용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로 끝나는 장씨의 문건은 심경고백이라기보다 소송을 위한 내용증명에 가깝다는 게 문서를 본 측근의 말이다.
공개된 문서의 구성과 내용도 누군가로부터 받은 억울함을 고발하는 느낌이 짙고 맨 마지막에 '09.2.28'이라는 작성된 날짜와 자신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사인까지 한데다 자신의 이름 위에는 지장까지 찍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심경고백이나 유서로서는 예사롭지 않게 법률적인 서류에나 쓰이는 간인(함께 묶인 서류의 종잇장 사이에 걸쳐서 도장을 찍음)까지 한 것이다.
문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상은 현 소속사 대표인 김모(42)씨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가 작성한 문건에는 성상납을 강요하고 술자리 시중을 받은 언론사 간부와 PD, 기업체 인사 등 10여명의 실명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정황 등이 담겨 있고 장씨가 진술한 형태여서 더욱 파장이 일고 있다.
또한 KBS에서 보도한 문건의 일부에는 “어느 감독이 태국에 골프 치러 오는데 술 및 골프 접대를 요구받았다.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하고 잠자리를 강요받아야 했다”는 성상납 내용과 “방안에 가둬놓고 손과 페트병으로 머리를 수없이 때리면서 협박 문자도 받았다”는 폭행에 대한 거론, “매니저 월급 및 모든 걸 내가 부담하며(활동을) 강요받았다”는 어려움도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장씨는 마지막으로 “배우 장자연의 거짓 하나 없으며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이다.
꿈을 갖고 살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문건에 언급된 인사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하면 연예계를 둘러싼 언론계와 방송가, 기업체 유력인사들의 줄 소환이 이뤄지는 진풍경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문건 건네받은 유장호 관련 의혹
장자연의 전 매니저이자 현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 유장호씨는 지난 18일 공식석상에 얼굴을 보였다.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오해들을 해명하고자 했지만 현재 수사 중인 사건임을 감안해 말을 아꼈다.
더군다나 장씨의 유가족들은 유씨를 사자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상태였다.
이는 이유야 어쨌건 유족의 의지와 상관없이 문건이 세상에 널리 퍼져버렸기 때문이다.
장씨는 지난달 28일 호야스포트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유씨를 만나 6시간 동안 4장짜리 문건을 작성한 뒤 김지훈씨 집으로 향했다.
이(김지훈 부인)씨는 “문건을 썼던 날 (장씨가) 제 집에 왔다”며 “자연이는 그것만 써주면 소속사 문제가 해결될 걸로 믿었고 장래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튿날인 1일 신사동의 모 커피숍에서 유씨를 다시 만났고 편지 형식의 3장짜리 문건을 추가로 건네받았다며 9일에는 변호사를 소개해 주려 했었다고 말했다.
장씨가 1일 3장짜리 문건을 유씨에게 추가로 넘긴 뒤부터 7일까지 행적은 상당부분이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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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측근인 이씨는 “자연이가 1년 전부터 우울증 약을 주기적으로 복용하고 있었는데 (문제의 문건을 작성한) 28일 이후로 눈에 띄게 나빠졌다”면서 “문서를 써 준 것도 후회하는 기색이었다"고 전했다.
유씨는 “장씨의 유족들과 함께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만나 합의하에 장씨가 남긴 문건의 원본과 사본 모두를 불태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에 타 사라졌다’던 문건은 지난 13일과 14일 KBS 9시 뉴스에 방송됐다.
KBS가 방송한 문건은 불에 타다 남은 종이 3장과 찢어진 것을 붙인 종이 4장 등이었다.
유족들은 “KBS에 나온 문건은 우리가 태운 문건과 형식이 달랐다”고 밝혔다.
문건 작성 일자와 서명의 위치가 유족들이 본 문건과 달랐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간에선 “유족들을 속이고 문건을 KBS에 넘긴 것은 유씨다”, “처음부터 문서는 회사가 경영이 어려운 유씨가 김대표를 협박할 목적으로 작성됐다”는 등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KBS가 입수했다는 문건의 필적을 감정한 결과 장씨의 필적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건의 형식이 달랐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유족이 태워버린 문건과 별개로 장씨가 ‘제2의 문건’을 더 작성했고, 이 문건의 사본이 KBS에 입수됐다는 이야기가 될수도 있단 얘기다.
똑같은 문건을 봤다는 유족과 유씨의 증언이 엇갈리는 것도 ‘제2의 문건’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유족들은 “우리가 본 문건은 7장 분량으로 5장은 장씨와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2장은 다른 연예인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했지만 유씨는 “4장은 경찰에 소속사 대표 김씨를 고발하기 위한 진술서였고, 나머지 3장은 ‘나에게 (김씨와)싸워달라’고 당부한 편지였다”고 했다.
이 경우 장씨가 유씨가 보는 앞에서 최소 두 가지 이상의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과 장씨가 유씨 모르게 또 다른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KBS가 밝힌 문건 입수 경위를 놓고 경찰과 KBS가 미묘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궁금증을 부채질한다.
경찰은 “유족들과 유씨가 문건을 태울 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모두 5명으로, 이들 모두가 ‘문건이 완전히 재가 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KBS가 방송한 것처럼 불에 타다 만 조각이 있을 수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는 “유씨 사무실 앞에 있는 100L들이 쓰레기봉투에서 불에 탄 문건 조각을 발견했고, 이후 쓰레기봉투를 통째로 가져다 뒤진 끝에 찢어진 문건을 추가로 찾아냈다”고 문건 입수 경위를 밝혔다.
실제로 유씨는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 오금동 K오피스텔 7층으로 이사 하면서 100L짜리 쓰레기봉투를 여러 개 내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KBS가 밝힌 대로 이 쓰레기봉투에서 문건이 나왔다면, “내가 가지고 있던 문건은 유족이 보는 앞에서 완전히 태워버렸다”던 유씨의 주장은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생긴다.
성상납 강요(?)한 김대표 관련 의혹
장자연이 남긴 문서에서 술시중, 잠자리 강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지목한 소속사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스타엔터테인먼트가 올리브나인과 합병)는 20년 가까이 연예계에서 스타급 배우들을 거느렸던 김모(42)대표가 세운 회사다.
김씨는 스타즈엔터데인먼트사의 대표로 활동할 당시 숱한 스타들을 관리해왔다.
그는 특히 고(故) 최진실의 매니저로 오랜 기간 활동했으며 김남주, 심은하, 이미숙, 고소영, 장서희 김소연, 김혜리, 데니스오 등을 키워냈다. 특이한 점은 고(故) 최진실 이외에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인 유니(올리브나인)와 정다빈이 이 소속사 출신이라는 것.
그러나 김씨는 2004~2005년을 정점으로 매니지먼트업계에서 서서히 발을 빼는 듯한 인상을 줬다고 한다.
최근까지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사에 소속된 배우가 장자연을 제외하고는 2명뿐이었고 그나마 그 2명은 전속계약 기간을 남겨두고 지난해 이적(유씨의 회사인 호야스포테인먼트)해 이들을 상대로 4건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김씨는 경찰과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다른 업무 때문에 지난해 11월 출국해 미국과 일본에서 일을 보고 있다.
대표직은 지난해 12월에 그만 둬 현재 대표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18년간 매니저를 하며 숱한 스타들과 일을 했던 사람”이라며 “우리 소속사에서 연기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2002년 연예인 성 상납 파문 당시에도 이름이 거론돼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소속 연예인들과의 송사도 여러 건에 달했다고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다른 회사로 소속을 옮긴 탤런트 송선미를 지난해 12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김씨는 2005년에도 소속 탤런트 K씨를 명예훼손과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최근에는 유모씨가 설립한 호야스포테인먼트사로 소속사를 옮긴 탤런트 이미숙에게도 고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까지 간판급 연예인들이 대부분 이 회사를 떠나면서 김씨의 위상도 급격히 추락했다.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지난해 11월 성추행 혐의로 서울종로경찰서에 의해 수배 중인 상태다.
김 대표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한 연예인 매니저는 “욕설 등으로 직원들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폭행을 해 이마가 찢어진 사람도 있었다고”고 전했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김 대표는 각종 언론에서 거듭 “장자연 씨 관련 성 상납 의혹은 유씨를 상대로 한 4건의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대표 VS 김대표 진실공방
문건의 최초 보유자인 유씨와 문서에 거론된 김씨의 경찰 대질조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지난 19일 “성상납 리스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관련자 조사와 유가족 진술을 바탕으로 일부 실명만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만큼 당분간 관련 인사들의 소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또 경찰이 리스트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실제 이들이 문건에 쓰여 진 대로 성상납이 이루어졌는지 진위여부가 선행돼야 소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껏 경찰은 문건에 거론된 실명의 공개 및 관련 인사 소환 등에 대해 “진위여부가 확인되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재차 밝혀왔다.
이 ‘진위여부’의 열쇠는 현재 사건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장자연이 사망한 마당에, 두말할 것도 없이 최초 문건의 소지자인 유씨와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김씨에게 있다.
유씨는 문서를 공개할 당시 ‘공공의 적’이란 표현을 써 가며 “장자연이 남긴 문서에는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고 밝혔고 “장자연은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죽음으로 호소했다.
나는 그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씨의 문서를 통해 폭행, 감금 및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고 거론한 김씨는 일부 언론을 통해 ‘유씨의 일방적인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씨와 현재 4건의 민·형사 소송을 진행중에 있어 이에 앙심을 품고 이같은 일을 꾸민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 역시 “문서는 어떤 강압에 의해 작성된 것 같다”며 “자연이가 김씨와 문서를 가진 유씨의 법정 싸움 사이에서 희생된 것이다.
유씨에게도 결국 이용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유씨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서 작성에 어떤 강압도 없었고, 김씨와 소송 중에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각 상반된 의견을 펼치고 있는 두 사람에 대한 경찰 조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문서의 ‘진위여부’는 물론, 사건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경찰은 일본에 체류 중인 김씨를 소환하기 위해 인터폴에 수배 신청을 하고, 인도요청을 진행 중이다.
김씨 역시 ‘경찰조사에 응할 것’이라는 뜻을 여러 경로를 통해 내비침에 따라 조만간 소환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지난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경찰조사를 받았던 유씨에 대해서 경찰은 “재소환을 고려중이다”라고 밝힘에 따라 핵심인물인 두 사람의 경찰 조사가 있을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 핵심인물인 두 사람의 별도 조사뿐만 아니라, 민감한 문제에 대한 사안이 대립될시 유씨와 김씨의 대질조사가 이뤄져야 좀 더 명확한 진위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