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남은 인연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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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청와대 행정관료와 남다른 인연



태광그룹이 청와대 행정관과 남다른 인연으로 세간의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 혐의로 경찰이 집중수사에 들어간 가운데 이들 행정관에게 성매매를 한 주체가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유성방송사 티브로드의 간부였기 때문이다. 앞서 태광 그룹의 로비 의혹은 이성호 전 행정관의 ‘청와대 이메일 파문’ 등 처음이 아니기에 그냥 묵과할 수 없다는 게 업계들의 반응이다. 이에 본지가 유독 청와대와 인연이 많은 태광 그룹의 행각(?)을 집중 취재해 봤다.


▲ 태광 그룹



지난 3월 27일 이대통령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룸살롱인지 살롱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여자 접대원이 있는 밥집이든 술집이든 가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청와대에서 난데없는 ‘룸살롱’ 발언이라니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난 25일에 있었던 청와대 행정관의 모텔 출입은 성매매를 했건 안했던 간에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 과장과 유선방송사인 티브로드의 팀장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그들은 무슨 일로 룸살롱에 모인 걸까.


“청와대? 아니, 난 회사원!”


지난 25일 성매매 단속을 위해 안마시술소로 잠복근무를 하던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들은 난데없는 횡재(?)를 만난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에서 방송통신 업무를 담당하는 장 전행정관과 김 전 행정관이 여성종업원 2명과 함께 룸살롱을 나와서 근처의 모텔로 향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 VS 티브로드 관계자의 성로비, 누가 더 맞나
방통위 갑작스런 합병심사 연기…덕분에 티브로드 로비 의혹만 커져


경찰 관계자는 “성관계 여부는 직접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안마시술소에서 여종업원과 함께 있는 등 성매매를 하려 한 정황 증거가 포착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적발된 행정관 가운데 1명은 사표를 제출했고 다른 1명은 본래 소속 부처로 지난 27일 전출 조치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자리엔 청와대 행정관 말고도 방송통신위원회 간부와 케이블 방송업계 관계자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4명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리고기 집에서 오리불고기와 소주를 먹고 오후 9시경 신촌에 위치한 모 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겨 80여만원어치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김 전 행정관이 이 술집 여종업원과 인근 모텔로 ‘2차’에 나섰다가 적발됐다.

장 전 행정관 등은 처음 경찰 조사 당시 회사원이라고 진술했지만 소속 회사를 묻는 단계부터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혐의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경찰은 “지난 28일 언론보도를 보고 나서야 이 사람들이 청와대 행정관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민정 내부에서도 극비 보안에 부쳐져 청와대 대변인실조차도 (언론보도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에 연루된 행정관이 2명인지 1명인지 파악이 안 되는 등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 대변인은 민정수석실로부터 사실 관계 파악이 안 돼 지난 28일 오후 늦게야 관련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룸살롱 여종업원의 말에 따르면 “한 사람이 나머지 세 사람을 접대하는 자리였다”며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경찰에 적발됐고 다른 한 사람은 만취해 숙박업소에서 곧 나와 귀가했다”고 전했다.

이 여종업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경찰에 성매매로 적발된 것은 지난 27일 사표를 낸 김 전 행정관에 불과하고 나머지 일행 중 한명 이상이 성매매를 했음에도 경찰의 단속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언론과 여론 등이 시끄러운 것을 의식했는지 경찰은 뒤늦게 룸살롱의 카드 결제 내역 을 확인하는 등 이들이 술자리 접대뿐 아니라 잠자리 접대를 받았는지 조사했다.

룸살롱 관계자는 “모두 208만 원이 나왔지만 할인해서 180만원으로 최종 결재됐다”며 “여종업원 1사람당 25만 원씩 계산해 3명이 2차에 나가 비용이 75만 원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술값 내역이 확인되고 성매매를 위한 비용까지 회사측에서 지불한 것(법인카드 사용)으로 나타났지만 그 자리에 있던 네 사람은 성매매는 인정하고 있지만 성로비에 대해선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대가성 성(性)로비


청와대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 출신으로 종합유선방송 사업자 업무를 담당했었다.

더욱이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두 명도 방통위 간부와 티브로드(유선방송사) 문모팀장으로 밝혀져 모두 방송통신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룸살롱 카드 결제 내역 통해 술자리·잠자리 접대 확인했지만, 모르쇠?
태광그룹 과거 행태 그대로 들어나는 권력 줄타기…그 안엔 청와대가



특히 김 행정관과 티브로드 문팀장은 케이블업계와 IPTV 관련 업무를 맡아와 관계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는 지난 구 방송위 시절, 케이블방송업계의 금품과 골프채 등 현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계가 내려진 사건이 발생하는 등 그동안 케이블방송업계와 구 방송위 그리고 구 방송위 출신 방통위 직원들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는 오랫동안 방송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범 1주년을 갓 넘긴 방통위 체제에서도 이런 구태가 근절되지 않고 이번 사건에서도 제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현재 케이블 TV 업체와 통신업체는 유료방송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방통위 정책 하나하나에 따라 산업의 운명이 좌우되는 형편에 놓여 있다.

또한 지난 18일에는 티브로드 계열 8개 케이블유선망사업자(SO)가 재허가를 받은 바 있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가 방송, 통신 분야의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어서 방송통신 업자들이 꾸준히 로비하고 관리하는 게 관행”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성매매가 단순한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대가성 성로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인수합병 무너진 티브로드


아니나 다를까, 케이블 TV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업계 1위인 티브로드가 업계 6위인 큐릭스를 인수하기 위해 마련한 로비 자리라는 말이 이미 돌고 있다.

티브로드는 한 달 전쯤 큐릭스 인수 사실을 발표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대주주 변경을 신청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티브로드는 이미 1년 전 큐릭스 인수를 추진했으나 당시 ‘가입자 상한’에 막혀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관련 규제가 풀려 큐릭스 인수를 다시 추진했다.

파문이 일자 방통위가 곧바로 신 과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티브로드의 합병 심사를 연기한 것도 이 같은 외부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방통위에 따르면 “술접대는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합병 의결 6일을 앞둔 지난 24일 티브로드 관계자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무를 담당하는 신과장 방을 인사차 방문한 뒤 이어진 술자리에 청와대 행정관 2명이 참석하며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한 티브로드의 지주회사인 티브로드홀딩스는 올 초 큐릭스를 보유한 큐릭스홀딩스 지분 70%를 약 2500억원에 인수하고 방통위에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한 상태였다.

현재 15개 사업권역을 갖고 있는 티브로드가 7개 권역을 보유한 큐릭스와 합병하면 케이블방송 시장 점유율이 23%로 크게 높아져 CJ헬로비전(16%)과 씨앤앰(13%)등을 따돌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방통위는 인수의결을 앞둔 로비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31일 방통위 전원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던 합병 승인 심사까지 연기했다.

때문에 방송업자가 방송정책 담당 공무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로비성 성상납’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반증을 달고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태광 접대(?)


태광그룹 계열의 티브로드 직원의 향응 및 성접대 의혹이 확산되면서 태광그룹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순위 30위권에 현금 동원 능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태광그룹은 화학섬유 방적업체인 태광산업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흥국쌍용화재보험을 포함한 금융부문과 티브로드를 정점으로 계열화된 케이블방송으로 나눠진다.

그러나 태광그룹은 그간 ‘은둔의 기업’이라는 이름과 달리 끊임없는 구설수에 오르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실제로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일명 장하성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는가 하면 권력에 줄을 대고 있는 온갖 루머도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지난 청와대 이메일 파동의 장본인인 이성호 전 청와대 행정관은 티브로드 강서방송의 마케팅 팀장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 전 행정관이 태광그룹에 고급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때문에 이번에 문제가 된 향응과 성접대 의혹 논란도 이 같은 태광그룹의 과거 행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권력과 줄을 대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건데 청와대 인맥과 접촉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은 더욱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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