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모씨가 500만$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이 500만$의 최종 목적지와 수수의도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사건의 추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 모씨측이 박 회장에게 사업자금을 부탁해서 투자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혀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 사위인 연 모 씨는 변호인을 통해 지난 해 2월,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혀왔다.
“박 회장 盧 사저 주변 리조트 개발 비용으로 돈 줬다”
연 씨 측에 따르면 “버진아일랜드에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원래 친분이 있던 박 회장이 베트남 쪽에 사업기반도 있어 투자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연 씨 측은 “지난 2007년 말 먼저 박 회장에게 해외 창업투자사 설립에 투자를 부탁했고, 한달 뒤인 지난 해 2월 박 회장이 연 씨의 홍콩계좌로 500만 달러를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500만$을 전달
또 “투자금은 해외 투자에 편리하도록 홍콩계좌에 달러로 받았고, 실제로 받은 돈의 절반을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등 해외 벤처업체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 자신도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며 “연씨가 이 돈을 받아 사업에 투자한 것인 만큼 큰 문제는 안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박회장 측의 이야기는 또 다르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화포천 개발을 위한 투자금 명목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500만$을 전달했다는 것이 박 회장측 변호사인 박찬종 씨의 주장이다.
박 회장을 서울구치소에서 접견한 박찬종 변호사는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주변에 리조트 개발 비용으로 연 씨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박 회장이 2007년에도 노 전 대통령 측에 “퇴임이후 홍콩계좌에서 50억원을 꺼내 대통령 재단을 만들 때 사용하라”는 제안을 한 사실도 있어 연씨가 받은 50억원의 최종 목적지는 노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증폭될 수 있어 검찰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을 대비해 연씨 측에 거액을 건넨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해시는 이에 대해 “화포천 정비 사업은 국비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개인이 참여할 수 없다”고 밝히며 박 회장측의 발언을 반박했고 연 씨 측도 “홍콩 계좌를 통해 받은 뒤 외국에 200$ 이상을 투자했고 절반 정도가 남아있다”며 수수한 자금이 노 전 대통령과 연관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도 “재작년 박 회장이 대통령이 퇴임 후 재단을 만들면, 홍콩 법인 돈 50억 원을 내겠다”고 제안했다가, 측근들이 “검은 자금은 안 받겠다”고 거절한 적도 있다고 밝히며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노무현 죽이기’ 서막설
검찰은 현재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현재 박 회장의 500만$의 자금 출처인 APC계좌의 자료 확보를 위해 홍콩당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하고 전체자료를 확보 후 자금 성격을 파악한 후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이 태광실업의 홍콩법인인 APC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685억원 가운데 500만$을 수 차례에 걸쳐 연씨에게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돈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외계좌 정보가 속속 입수됨에 따라 대검 중수부 수사팀을 대폭 보강하며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연 씨에게 건넨 500만$이 사례금 명목인지 여부에 대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연 씨의 500만$ 수수를 이미 알고 있었는지 또는 수수에 개입했는지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자금의 전달과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직무관련성 여하에 따라 ‘뇌물 수수’에 해당할 수도 있다.
연 씨 측에 따르면 박 회장에게 자금 전달을 2007년 12월에 부탁했고 국제적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에 다음 해 1월 타나도인베스트먼트라는 창투사를 설립해 2008년 2월 중하순께 돈을 넘겨받았다는 게 연 씨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시기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이어서 아직까지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미묘한 시기이고 또한 통상적인 투자 절차로 보기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이 기간 동안 연 씨와 박 회장 사이의 자금 수수 사실을 알고 있거나 돈의 목적을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
반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이 사실을 알았다면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영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키 쉽지 않아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측이 “최근 자금이 전달된 것을 알았다”고 밝힌 것.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전에도 박 회장에게 차용증을 쓰고 15억원을 빌린 이력이 있고 또 대전지검에서 수사중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횡령 의혹 사건에서도 강 회장 쪽이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하는 고향 봉하마을 개발사업에 7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는 등 박 회장과의 관련성은 과거 사건서도 여러 차례 밝혀진 바 있다.
또 박 회장이 계약서 조차 쓰지 않은 채 500만 달러를 빌려줬다는 것 역시 일상적인 투자 거래로 보기엔 상식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 씨에게 500만$이라는 거액을 건네 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보고 있어 노 전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