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PDP TV ‘고장’부터 ‘폭발’사고까지…소비자, “또 터질까 불안”호소
지난해 화재위험 큰 일본출시 냉장고 리콜, 노트북 배터리 폭발사고도 큰 충격
“200만원이나 주고 산 새 TV가 일 년도 안돼 고장이 나고, 수리를 해도 계속해서 같은 고장이 나면 제품하자가 아닌가요?”.
지난 3일 본지에 제보 전화를 준 한 소비자의 말이다.
제보를 준 소비자뿐만 아니라 최근 LG전자의 제품에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심지어 또다른 소비자는 TV 시청 도중에 폭발음과 함께 TV 전원이 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처럼 최근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LG전자의 제품 고장 및 폭발 사고에 LG는 ‘폭발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다. 이에 본지가 LG전자 제품의 말썽 많은 사건사고를 정리해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고장이 무려 3번째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같은 고장만 3번째인데 이번엔 무상수리를 해줄 수 없다는 LG측의 태도에 이씨는 더욱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같은 고장만 ‘세 번째’
이씨가 LG의 TV를 처음 산 것은 지난 2006년 4월25일.
대전 소재의 모 전자제품 할인매장에서 200만원을 주고 LG 42인치 PDP TV를 구입했다. 그후 일 년은 별 문제없이 TV를 사용했다.
그러던 지난 2007년 6월경, 갑자기 TV 화면이 나오지 않았다. 이씨는 바로 LG전자 대리점에 A/S를 요청했고, 7월2일 출장을 나온 A/S직원은 상품구입 후 13개월여가 지났지만 무상수리를 해줬다.
화면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A/S였지만 별다른 말없이 무상수리를 해준 것이다. 하지만 수리 후 2달이 채 안돼 고장이 또 발생했고, 9월7일 이씨는 또 한차례 무상수리를 받았다. 이때 역시 화면전체를 드러내고 화면을 교체했다.
문제는 최근에 똑같은 고장이 또 났다는 것이다. 2번째 수리 후 1년6개월 만에 화면이 또 나갔고 이씨는 A/S직원을 또 불렀다. 하지만 출장을 나온 직원은 똑같은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무상수리를 해줄 수 없다며 그에게 35만원의 수리비를 내고 유상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상수리 기간이 지났을 뿐만 아니라 수리 후 3개월 이내에 고장이 나야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지만, 이 기간도 지났다는 것이 LG측의 주장이었다.
이에 화가난 이씨는 “200만원이나 주고 산 새 TV가 일 년도 안돼 고장이 나고, 수리를 해도 계속해서 같은 고장이 나면 제품하자가 아니냐”며 “정확한 고장 원인도 설명해 주지 않고 도대체 3번이나 똑같은 고장이 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최근 LG의 TV가 폭발사고도 잦고 제품고장도 잦은 것 같다. A/S를 나온 직원도 ‘최근 70~80%가 TV 관련 수리’라고 말했다”며 “지금은 화가 나서 수리도 하지 않은 채 2개월이 넘도록 방치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소리만 나오는 고액의 TV ‘라디오’를 산 셈이라며 한탄해 했다.
‘폭발’하면 LG전자?
이씨의 경우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또다른 소비자는 멀쩡했던 TV가 폭발하는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퍽’하는 폭발음과 함께 TV 화면이 안 나온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소비자 김진(가명)씨는 “몇 백 만원을 주고 산 LG 42인치 PDP TV가 구입한지 3년도 안됐는데 고장이 났다”며 “서비스센터는 쇼트가 나가서 그런 거라며 ‘보증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절대 무상수리를 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다른 보드판까지 교체하는 조건으로 13만원을 주고 유상수리를 하기로 했지만 교체 부품 역시 보증기간이 1년이라면, 또다시 고장이 나면 내 돈을 들여 또 수리해야 하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인터넷카페를 검색해보니 대부분 2~3년 안에 나와 같은 사례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언제 폭발과 같은 공포스러운 상황이 찾아올지 불안하다”며 “집안의 가전제품 90%가 LG인데, 후회만 되고 짜증만 밀려온다”고 말했다.
LG전자의 TV 폭발 사고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한 해 동안 LG전자의 TV 폭발 사고는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작년 한해 한국소비자원에 보고된 LG전자 제품의 폭발 또는 굉음 등의 불량 상담건수는 총 14건. 그중 대부분인 13명의 소비자들이 TV제품의 폭발과 관련된 상담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례를 정리해 보면 대부분의 폭발 사고는 ‘퍽’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나갔고, 수리를 해도 계속해서 같은 증상을 보이며 고장이 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중 한 건은 실제 화재로 번져 자칫 생명을 잃는 대형사고로 번질 뻔한 사례도 있었다.
LG전자, “소비자불만 팩트있나?”
LG전자 제품의 말 많은 사고는 비단 PDP TV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LG전자는 일본에서 출시된 일부 냉장고의 부품이 타거나 파손돼 화재로 번져, 총 4만8500여대에 달하는 제품을 리콜 조치했다. 하지만 LG전자는 화재의 우려가 있는 냉장고를 국내에서는 리콜 조치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출시된 제품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어서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소비자가 봉’이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때도 LG전자는 “단발성 사고일 뿐”이라며 노트북에 대한 자발적 리콜보다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제한적 리콜을 해주는 등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잠잠해질 겨를도 없이 이렇듯 연일 계속되고 있는 LG전자 제품의 사건사고에 소비자들의 LG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최근 LG전자의 PDP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불만이 늘고 있다는 팩트가 있냐”며 “폭발 등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 개인별로 고장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폭발’이라는 단어에 노이로제가 걸려있는 듯한 LG전자 관계자의 태도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