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타고 부는 삼성가 ‘여풍’ 이부진 전무, 재계 안팎 남다른 관심 ‘증폭’
삼성가 두명의 ‘이 전무’ 향한 엇갈린 재계의 시각, 뜨는 별과 지는 별 같아
최근 삼성가(家)를 둘러싼 바람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각종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에도 봄바람처럼 새로운 계절을 열어줄 훈훈한 여풍(女風)이 불고 있는 것.
삼성가로부터 불고 있는 여풍의 주인공은 바로 재벌 3세 여성 경영인으로 호텔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이다.
‘리틀 이건희’로 불리며 최근 각종 언론을 통해 재계 안팎에서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이부진 전무의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본지가 쫓아봤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장녀이자, ‘삼성가 황태자’라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여동생인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에게로 쏟아지고 있는 재계 안팎의 관심이 남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이 전무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고 연일 큼지막한 사건·사고가 쏟아지고 있는 삼성가 안에서 이번엔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남달랐던 결혼 그리고 관심
삼성가 안에는 ‘이 전무’가 두 명이 있다.
지난 1월 이재용 전무가 승진 연수를 채우지 못하고 승진 인사에서 빠지는 바람에 이부진 상무가 혼자 전무로 승진, 오빠인 이재용 전무와 같은 급(?)의 전무가 됐다. 때문에 삼성그룹 안에서는 이건희 전 회장 가족을 의전 차원 등의 이유로 이재용 전무를 ‘JY’, 이부진 전무를 ‘BJ’라고 모두 이니셜로 부른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이 전무’인 만큼 내부에서도 헷갈리지 않기 위한 한 수단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벌가 자녀라면 누구나 언론과 세간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지만 이 전무의 경우는 조금 더 특별하다. 바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그의 러브스토리 때문이다.
이 전무는 지난 1999년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던 평범한 샐러리맨 임우재(현 삼성전기 상무)씨와 결혼해 화제를 낳았고, 지금도 재벌가 ‘결혼사’에서는 빠지지 않고 거론될 만큼 재계 안팎의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또 그는 빼어난 미모로 ‘예쁜 재벌’ 순위에 오르내리며 많은 여성들의 선망을 사기도 했다.
연세대학교 아동학과를 졸업한 이 전무는 지난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과장을 거치며 경영실무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지난 2001년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으로 호텔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2004년 상무보, 2005년 상무, 올해 1월 전무로 승진하는 등 초고속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 전무는 현재 호텔신라의 경영 전반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 서비스 개선과 경영혁신에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여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외국의 유명 선진호텔 및 레스토랑을 벤치마킹해 호텔의 국제화를 추진, 이를 바탕으로 신라호텔의 변화와 개혁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로의 행보 이동
그러던 지난 2월 초, 이 전무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에버랜드 본사에 이 전무를 위한 임원실이 새로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재계 안팎으로 돌면서 이 전무가 에버랜드의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움직임이 예측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에버랜드 임직원들에게는 이부진 전무에게 보고할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졌다고 한다.
이 전무의 에버랜드로의 보폭 넓히기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정기임원 인사에서 호텔신라 경영전략실의 김상필 상무가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긴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상무가 있던 호텔신라 경영전략실는 이 전무가 총괄하고 있고, 과거 김 상무가 호텔신라로 발령 날 당시부터 이 전무가 그를 발탁하는 등 김 상무는 대표적인 ‘이부진 맨’으로 지목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상무가 에버랜드의 경영지원을 맡게 되면 이 전무도 에버랜드 경영에 참여하게 되는 것 아니겠느냐. 김 상무가 이 전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의 임원이 삼성전자와 다른 계열사의 임원으로 대폭 교체된 것 또한 삼성에버랜드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측케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중순 20여명의 삼성그룹 계열사 부·과장들이 삼성에버랜드로 직장을 옮겨 새로 조직한 ‘신사업개발TF(캐스크포스)’는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바로 이 ‘신사업개발TF’팀을 이끌어 갈 사람이 이 전무라는 것이 공공연하게 재계에 퍼지면서 이 전무가 에버랜드의 신사업 개발에 막중한 임무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내 달라진 ‘BJ’의 위상
신사업개발TF팀은 최근 삼성에버랜드와 신라호텔이 음식료 사업을 포함한 외식사업을 상호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만들어진 전략기획 실사팀이다.
더욱이 이들은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의 외식사업의 상호 협력 방안 뿐 아니라 두 기업의 외식사업을 통합할 경우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 등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전무에게로 쏟아지는 관심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호텔신라 매출 상승 이끈 ‘BJ’, 삼성에버랜드 외식사업부에도 시너지 ‘팍팍’?
재계 일각, “BJ…신사업개발TF팀 맡게 된 것, 경영능력 발휘 할 기회” 분석

지난해 호텔신라는 8748억원의 매출에 5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사실상 호텔신라의 전체 매출의 74%는 면세품 등 유통사업에서 발생하고, 22.8%를 호텔·레저사업이, 외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한 상태이다.
반면 지난 1982년 삼성그룹 연수원 급식사업을 모태로 확장돼 온 삼성에버랜드의 외식사업은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39%인 5700억원을 올리면서 푸드 전문서비스 브랜드인 ‘웰스토리’를 보유할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
때문에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가 중복 사업을 통합할 경우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에 이 전무가 신사업개발TF팀을 잘 이끌어, 두 기업의 외식사업 부문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면 이 전무의 삼성그룹 안에서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이번이 이 전무의 경영능력을 또한번 발휘 할 절호의 기회”라고 전망했다.
이재용-부진, 투톱체제 가나
사실상 지난 2월 이재용 전무의 이혼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승계작업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재계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이재용 전무 못지않게 이부진 전무도 삼성 후계구도의 한축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이재용 전무는 지난 2월 이혼 문제로 인해 그룹 내에서의 신망도 많이 잃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이재용 전무의 경영능력도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재용 전무는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사원으로 입사했지만, 2000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올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를 하면서 보냈다.
유학 직후인 2001년부터 삼성전자 상무보로 임원이 되면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지원에 힘입어 E-삼성 등의 인터넷 기업 16개를 직접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이재용 전무가 이끌던 인터넷 사업부문은 삼성그룹에 엄청난 손실을 끼쳐 사실상 그의 첫 경영자로서의 도전은 실패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이부진 전무는 올초 삼성가 3세 중 유일하게 승진을 하면서 재계의 이목을 이끌고 있다. 특히 그는 신라호텔의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전무는 호텔을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닌 일상생활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와 더블어 면세점 등의 유통사업 부문에서도 두드러지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이부진 전무의 에버랜드로의 행보 이동을 삼성 후계구도의 새로운 변수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건희 전 회장이 창업주인 이병희 명예회장과 같이 자녀 셋에게 모두 그룹을 공평하게 나눠주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전무 또한 지난해 사석에서 “오빠(이재용 전무)와 경영능력에서 한번 경쟁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재계는 지금 삼성그룹의 후계구도에 새로운 판이 짜여질지, 아니면 또다른 변수가 등장하게 될 것인지 이부진 전무의 행보에 시선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