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취재] 당신은 석면을 찾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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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파동 ‘숨은 그림 찾기’



최근 석면파동으로 주변이 시끄럽다. 너도나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석면이 검출된 베이비 파우더, 화장품, 의약품에 엑스표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자, 관리 당국에서도 뒤늦게 석면과 관련된 새로운 법 제도를 마련했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진정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사용하는 베이비 파우더에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본지가 석면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집중 취재해봤다.


▲ 식품의약품안정청:지난 1일 석면검출 베이비파우더 판매금지 및 폐기, 회수 조치



아이의 겨등랑이나 가랑이사이가 땀에 차서 짓무르지 않도록 발라주는 베이비 파우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제품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이 사용되는 베이비 파우더에 석면이 검출돼서 논란이 일고 있다.
때문에 식약청에서는 부랴부랴 석면이 검출된 베이비 파우더의 사진과 품목이름, 공급업체 등을 홈페이지에 올려났지만 이미 그 제품을 사용할 때로 사용한 시민들은 “왜 꼭 문제가 터져야만 움직이냐”며 오히려 늑장대처를 지적하고 나섰다.
과연 어떤 제품들에게서 석면이 검출된 것일까.


석면 검출 베이비파우더


▲ 베이비파우더 8개 업체 12개 품목 중 하나


식약청에서 발표한 문제가 되고 있는 베이비 파우더는 8개 업체의 총 12개 품목으로(원료 1개 포함) 대봉앨에스의 알로앤루베이비콤팩트파우더, 덕산약품공업의 덕산탈크(원료), 락희제약의 락희 베이비파우다, 성광제약의 큐티마망베이비파우더, 유씨엘의 베비라베이비 콤팩트파우더·베비라베이비파우더, 보령메디앙스의 보령누크베이비파우다·보령누크베이비칼라콤팩트파우다·보령누크콤팩트파우다(화이트)·보령누크크리닉베이비파우다(분말), 한국모니카제약의 모니카베이비파우더, 한국콜마의 라꾸베베이비파우더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파우더 8개 업체, 12개 품목 석면 검출…10개 덕산약품?
1급 발암물질 석면, 탈크 공정 시 제거 안 해? 아기엄마들 뿔나!


특히 12개중 10개의 제품이 덕산약품공업이 제조사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에 관리당국은 계통조사에 들어갔다.
조사결과 덕산약품은 약 300개의 업체(기관)에서 동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
식약청의 의약품안전정책과 관계자에 따르면 “덕산약품의 원료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한 걸로 알고 있다”며 “판매망을 처리하고 식약청내부의 중앙수사단이 검사 중에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면 바로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덕분에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베이비 파우더 제품이 인기를 끄는 기이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시장이 혼란한 틈을 타 이익을 챙기려는 업체들의 상술로 파악되는데,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베이비파우더 제품은 인터넷상에서 ‘베이비파우더 석면 불검출’이라는 이름으로 광고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그냥 웃고 넘어가기엔 아이를 가진 엄마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전에서 3살 된 쌍둥이 둘을 키우고 있는 아기엄마(29)는 “아이가 두 명이라 더 신경쓰인다”며 “아이들 건강을 위해 일부러 친환경 제품만 골라서 썼는데 우리아이들이 썼던 파우더가 버젓이 석면 검출 목록에 들어가 있어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엄마들을 화나게 한 석면 베이비파우더엔 어떤 위해성이 있는 것일까.


우리아이 위험해?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때문에 석면을 함유한 사문함과 섞여있는 탈크(도료, 종이, 내화·보온재, 화장품, 의약품등을 만들 때 사용)를 가공할 때 석면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검출 된 제품들은 이런 공정을 거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폐 침투할 경우 폐 속 염증 유발, 종피종 같은 암 발생 가능성↑
건축자제 포함된 석면 농도만 규제?…부랴부랴 새로운 제도 규정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관계자는 “정해진 수치는 없지만 석면에 노출되는 것은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고 했지만 곧 “지나친 공포감 역시 가질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어느 나라든 건강한 보통 성인의 폐에도 석면가루가 생각보다 많이 쌓여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석면이 워낙 폭넓게 사용되고 있어 어느 정도의 석면 노출이 불가피했던 것”이라며 현재의 석면파동 과열현상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 포털사이트의 주부모임카페 엄마들은 “위험이 없는 것과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엄연히 다르다”며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는 말로 자신들의 의견을 일축했다.
또한 이들 몇몇은 직접 그 제품을 아들과 딸에게 발라준 것으로 드러나 흥분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이 기관의 관계자는 2006년 국제암연구기구의 위해성 심사에서 여아의 생식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 탈크는 석면이 섞여 있지 않더라도 난소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여자아이는 베이비파우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잘 말리는 게 좋다“는 말로 주변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결국 “그럼 왜 처음부터 그런 것을 만들어 판매했냐”며 “여자아이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이라도 써 붙였어야 하는 게 아니냐” 는 논란만 가열시킨 꼴이 된 것이다.
이처럼 일부 전문가들은 석면 성분이 피부를 통해 인체에 침투할 가능성은 일단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주변의 논란을 잠재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엄마들의 생각은 여전히 달라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또 다른 전문가들은 “파우더를 바르는 과정에서 아기와 엄마가 석면 성분을 들이마실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석면 부분이 폐에 침투할 경우 폐 속에 염증을 유발하게 돼 발암성을 띠기 때문에 종피종과 같은 암을 발생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고 해 석면파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너무 늦어


서울 영등포구에서 2살 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A(36) 주부는 “집짓는 데만 쓰는 줄 알았던 석면이 우리 아기가 쓰는 베이비파우더에 들어갔다니 황당할 뿐이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20년 넘게 파우더 석면을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나라는 그 사이에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원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시민들은 무방비로 노출을 하고 아무 관리도 하지 않은 관리당국에 대해 화가 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지난 1987년에 일본에서도 유명 베이비파우더 5개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돼 파우더 원료로 쓰이는 탈크에 대해 엄격한 석면 검사를 의무화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로 건축자제에 포함된 석면 농도만 규제하고 있을 뿐 유아용파우더에 석면이 들어 있는지 검사하는 규정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 더욱더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석면파동 직후 관리 당국은 “석면에 대한 원료 기준 부분은 현재 저희들이 별도로 마련하지 못 했기 때문에 내일 전문가 회의를 거쳐서 조속하게 법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해 ‘늑장 대처’에 대한 쓴 소리도 일었다.
결국 식약청은 지난 3일 석면과 관련된 새로운 법 규제를 만들어 올려놓았지만 시민들의 마음은 쉽게 돌아서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말로 전문가를 내세워 인터뷰한 내용도 함께 올라와 있어 눈길을 끌고 있지만 엄마들은 이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에 한 네티즌은 “이걸 만든 사람들은 자식 안 키우는지 묻고 싶다”며 “특히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회사들이 이러니 앞으로 이 회사 제품은 못 쓸 거 같다”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 네티즌은 관리당국의 홈페이지 사과문에서 “석면이 미량 검출되어…위법성을 떠나 안전을 생각해서 회수한다”는 말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심하게는 “석면이 검출된 제품을 판 업체들을 고소하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관리당국은 시민들의 화를 삭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성급한 해결이 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는 지난 1일 석면 검출 보도 이후 새로운 법 제도를 3일 만에 제정해 홈페이지에 부랴부랴 올려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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