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침착분진 중 석면성분, 건강 유해성 여부 평가할 수 없어”발표
애매모호 조사 발표에 ‘발끈’한 환경운동연합, 논란서 발 뺀 삼성은 안도
서울 태평로 옛 삼성본관을 둘러싼 석면 검출 논란이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6일 정부의 ‘삼성본관 석면 해체·제거공사 현장’ 석면 조사 결과, 건물 내·외부 공기 중 시료에서 일체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 내·외부 바닥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는 대부분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한 곳에서는 청석면도 발견됐다.
때문에 이를 두고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정부 조사 결과가 자신들의 주장을 일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삼성측에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삼성측은 “공기 중 시료에서 석면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큰 산(?)은 넘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차전을 맞이하고 있는 삼성본관 석면 검출 논란에 대한 정부, 삼성, 환경운동연합의 입장을 본지가 살펴봤다.

지난달 9일 환경운동연합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이번 조사에서 연구원측은 “건물 내부와 개구부 등에서 12개의 공기 중 시료를 채취·분석한 결과, 어떤 시료에서도 일체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석면, 공기엔 이상無?
문제는 반면 건물 내부 바닥에서 채취한 8개의 참착분진(Settled Dust)시료에서는 모두 석면이 검출됐고, 건물 주변에서 채취한 9개의 침착분진 시료 중에서는 5개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연구원측은 국내·외에 침착분진 중 석면농도에 대한 기준이나 석면농도와 관련해 건강 유해성이 보고된 자료가 없고, 공기 중 석면농도와 침착분진 중 석면농도의 상관관계를 알 수 없으므로 이번 조사에서 나온 침착분진 중 석면성분과 관련해 건강 유해성 여부는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물 외부에서 발견된 청석면에 대해서는 주변에 유사 규모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삼성본관 건물 주변에서 침착분진 중 석면이 검출되었다고 해도, 정확한 발생원을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정리하자면 공기 중 시료에서 석면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 측에 어떤 법적인 처벌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침착된 분진만으로는 건강의 유해성에 대한 판단도 어렵다는 것.
이처럼 애매모호한 정부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이를 바라보는 일각의 시각도 ‘삼성본관 석면 무검출’과 ‘삼성본관 침착된 석면 검출’로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엇갈린 양측의 분위기
하지만 정부의 애매모호한 조사 발표에 발끈하고 나서는 이들이 있다. 바로 문제를 제기하고 꾸준히 조사활동을 펼쳐온 환경운동연합이다.
지난 6일 연구원의 조사 발표가 나오자, 곧바로 환경운동연합은 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노동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조사가 부족하면 추가조사를 하면 되고, 분진의 건강유해성 여부는 분진에 의한 인체노출평가를 하면 될 일”이라며 “노동청이 처음부터 문제를 적극적으로 밝혀낼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학계와 공동으로 삼성본관 석면에 대한 오염범위를 확인한 결과 “삼성본관으로부터 멀어지면 석면검출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노동부는 이러한 기초적인 변수조차 반영하지 않았고, 미국의 분석기관으로부터 조사결과를 전달받은 후 10여일 동안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삼성은 지속적으로 건물청소를 통해 증거를 은폐시키고 불법으로 하도급한 석면철거업체들을 밖으로 내쫓아 추가조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경운동연합측은 “삼성이 노동부의 조사 직전에 대대적인 청소를 통해 증거은폐를 시도했다”며 “뿐만 아니라 삼성은 조사 직후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작업중지명령, 폐기물반출금지명령을 어기고 폐기물을 반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본관 리모델링 시공을 받고 있는 삼성 에버랜드측 관계자는 “이미 노동부의 조사로 논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다소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관계자는 “자동차 배기가스처럼 천연광물인 석면을 100% 없애는 것은 힘들다. 환경운동연합이 공기 중 시료에서 석면이 발견되지 않자, 불법하도급을 줬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석면해체작업 다른 업체에 준 것은 하도급 개념이 아니다. 또한 조사 직전 대대적인 청소를 했다면 침착분진이 발견됐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폐기물을 반출한 것은 조사가 끝났다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법적 명령이 담긴 어떤 문서도 노동부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끝나지 않은 조사, 그리고 논란

이는 석면 해체·제거 작업시에는 물을 분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석면을 해체하게 되어 있는데, 바닥에서 다량의 석면이 발견된 만큼 해체작업이 정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의심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관계자는 “차후 조사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또 관계자는 환경운동연합측이 제기한 ‘삼성 눈치보기 의혹’에 대해서는 “삼성으로부터 어떤 외압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실내 침착분진은 발표하지 말아달라는 항의는 받은 적이 있지만, 우리는 일말의 조작 없이 결과 그대로를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 에버랜드 관계자는 “실내 침착분진 발표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항의했던 것은 괜한 오해를 불러오기 싫어서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침착된 석면의 인체 유해에 대한 국·내외 학계의 연구 결과 등이 없다는 이유로 일단 삼성은 무혐의 처리가 된 셈이다.
하지만 삼성본관 석면 검출 논란은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만큼, 삼성이 석면을 해체·제거하는 공사 과정에서 어떤 위법행위가 이뤄졌는지에 또다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