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탑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요즘 사회 핫이슈 중 하나인 ‘박연차 게이트’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졸 신분으로 국내 대표 금융회사의 최고 위치에 오른 라응찬 회장. 이런 그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뒷거래가 의심되는 혐의가 포착돼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잘 알려진 인물로서, 검찰은 박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정·관계 로비 의혹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때문에 라 회장 역시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 어떤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박연차 회장에게 50억원 건넨것 두고 온갖 설 난무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라 회장, 사실 여부 떠나 이미지 실추
지난 3월29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 회장의 계좌 추적을 하던 중 라 회장으로부터 50억원을 받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재계 일각에서는 라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박 회장을 통한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라 회장, 박 회장에게 50억원 준 까닭

그는 1982년 신한은행 창립부터 은행장 3기 연임과 부회장 2년, 지주회사 회장 3기 연임을 통해 19년 동안 신한의 CEO(최고 경영자) 자리를 지키며 이 업계의 신화로 불린다.
이런 라 회장의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부터이다. 검찰이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수사 착수 소식이 들려오기 전부터 업계 안팎에서는 라 회장의 이름이 공공연하게 오르내렸던 것. 처음엔 신한지주의 계열사 신한캐피탈이 태광실업의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인수 컨소시엄에 지분 참여한 것을 두고 검찰이 라 회장과 박 회장간의 관계를 의심, 곧 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추측성 설이 흘러나왔다. 이후 검찰이 라 회장을 곧 소환 조사키 위해 출국금지를 시켰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시 신한지주는 이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전혀 사실무근이란 것.
신한지주의 이 같은 강한 반발로 항간에 떠돌던 루머는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무마되는 가 싶더니 이번에 그 실체를 한꺼풀 벗기면서 ‘뻥’ 터졌다.
검찰이 최근 박 회장에 대해 압박 수사를 벌인 결과, 라 회장간 뒷거래로 의심되는 혐의점을 포착한 것이다. 이로써 신한지주도 더 이상 ‘발뺌’만 할 수 없게 됐다.
신한지주는 당초 전혀 사실무근이란 강한 태도와는 달리 50억원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을 전달한 용도는 불법적인 것이 아니란 식의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라 회장이 박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의 용처를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 신한지주의 계열사 신한캐피탈이 과거 김해 가야C·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을 통한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라 회장이 50억원을 박 회장에게 건네기 이전에 이미 신한캐피탈이 가야CC를 인수했었던 점으로 미뤄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한 차원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전 정권의 막후 실세였던 박 회장이 신한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하는 등 참여정부 들어 급성장한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볼 때, 라 회장이 박 회장에게 건 넨 50억원의 뭉칫돈은 LG카드등의 인수 로비자금으로 쓰이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 홍보실 관계자는 “개인간 거래이므로 무엇때문에 거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며 “현재 검찰에서 확인 중인 상태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돼 앞으로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 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신한지주의 이 같은 뜨뜻미지근한 태도 때문에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불법적인 용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 50억원의 용처에 대해서는 속 시원하게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번 일이 사실 여부를 떠나, 그동안 금융업계의 신화로 불리며 금자탑을 차곡차곡 쌓아온 라응찬 회장의 이미지에 크나큰 타격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 라 회장 아들까지 조사 왜?
한편, 검찰은 라 회장의 아들인 라모씨를 올해 초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박 회장의 계좌 추적 과정에서 라씨의 해외계좌를 통해 박 회장 소유로 보이는 거액의 뭉칫돈이 수시로 이동한 흔적들이 포착했기 때문.
라씨는 지난 2004년 1월부터 2년여 동안 태광실업 중국 자회사인 청도 태광의 간부로 근무한 바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라씨는 검찰 조사에서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와 판공비 등”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돈의 규모가 임금과 업무추진비로 보기 어려울 만큼 거액”이라며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검찰은 라씨를 상대로 청도 태광에 근무하게 된 경위와 부친인 라응찬 회장과 박 회장의 친분관계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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