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동 구역 8년째 답보 상태인 이유
중학동 구역은 ‘종로 개개발 사업 비리 의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특히 중학동 77번지 일대는 건물 한 채 만 남겨놓고는 ‘횡~’하니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중학동 재개발이 몇 해에 걸쳐 표류한 이유는 단순하게 보자면 ‘땅을 둘러싼 분쟁’이지만,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특히 이 곳 터줏대감인 (주)미진통상 최영환 회장과 시행사, 종로구청 간에 얽히고설킨 법정공방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울러 미진통상의 본사 건물인 미진빌딩은 풍수지리적으로 ‘서울의 외명당’으로 알려져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한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수많은 정치인들이 사무실로 사용했었던 것으로 유명세를 탔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이곳은 옛 영광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을 지경에 놓였다.
최근 검찰은 종로 재개발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전면 재수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세간의 입방아에서 내려왔던 이들간 분쟁이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검·경은 지난 2006년부터 중학동 재개발 비리와 관련해 집중 수사를 벌인 바 있다. 수사 과정에서 종로구청장이 소환돼 수사를 받는 가하면 몇몇 공무원들은 구속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검·경의 수사에도 불구, 중학동 재개발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미진통상 최영환 회장은 “아직도 시행사와 종로구청 간의 온갖 비리가 만연한데 어떻게 물러설 수 있겠냐”며 “강제 철거를 해 볼테면 해 보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동 구역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
여든을 훌쩍 넘긴 최 회장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 회장의 성난 목소리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지난 2000년 7월, 도시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최 회장은 당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민족 정기가 서린 이곳에 박물관(컨벤션 센터)을 짓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옴짝 달짝’ 달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다행히 지정 후 만 2년인 재개발 구역 지정 법적 만기일이 다 되도록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하는 사람이 없어 그나마 한 숨을 돌리고 있는 찰나에 문제의 사건이 터졌다.
정비구역 지정 실효를 하루 앞둔 지난 2002년 7월24일, 소규모 재개발시행업체인 KCD(현 인크레스코)가 사업시행인가를 종로구청에 접수했던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된 부분은 종로구청이 실효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KCD의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접수해 준 점도 의아스러웠지만 당시 도시재개발법이 규정한 신청 요건을 KCD는 갖추기 못했었던 것이다.
당시 도시재개발법상 전체 토지면적 2/3 이상 동의, 토지 및 건축 소유자 총수 2/3이상 동의를 얻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 KCD는 전체 토지의 40.49%, 국유지를 제외한 사유지의 29.73%의 동의만 얻은 채 사업인가 신청을 냈다. 쉽게 말해 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종로구청 역시 이점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KCD로 하여금 6개월 이내에 2/3이상 동의를 얻어야한다는 단서 조항을 단 조건부 인가를 냈다. 이 부분은 이후 최영환 회장과 종로구청간에 지루한 법정공방의 핵심 쟁점이 됐다.
이후 KCD는 군인공제회로부터 680억여원의 PF대출을 받고, 일대 토지를 매입해 나갔다. 하지만 당시 종로구청의 조건부 인가에 반기를 든 최 회장을 비롯한 몇몇 토지 소유자들은 종로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사업인가 무효 소송등을 잇따라 제기했다. 이때가 2003년 5월경이었다.
그 후로 이들간 법정공방은 무려 2년여에 걸쳐 지루하게 펼쳐졌다. 결국 지난 2005년 3월 대법원까지 가서야 최 회장 등의 승리로 일단락났다. 대법원은 종로구청의 사업인가가 소정의 면적요건과 다수요건을 갖추기 못해 부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중학동 재개발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최 회장은 자기 땅에 재개발을 본인이 직접하겠다며 종로구청에 건축허가를 냈다. 하지만 종로구청은 어찌된 영문에서인지 반려했다. 또한 종로구청은 도시재개발법에서 바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정비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재심신청을 해 시간을 번 다음 당시 건교부 유권해석을 받아 중학구역을 그대로 정비구역으로 유지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KCD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었다. KCD는 사업인가 폐지를 당하자 바로 회사명을 인크레스코(주)로 변경했다. 변경된 이름으로 다시 정비구역변경 주민제안을 접수받아 지난 2006년 3월 다시 지정, 고시했다.
현재 중학동 재개발 구역은 시행사 인크레스코, 시공사 금호건설이 주축이 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관리인가처분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미진통상 최 회장은 한 발짝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놓고 강제철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 측과 인크레스코등 간에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만해도 부동산 인도단행 가처분 소송을 비롯해 도시환경정비사업시행인가 처분 취소 소송,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헌소원등 알려진 것만 6개나 된다.
최 회장, “원흉은 따로 있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 이렇게 중학동 재개발 구역이 표류하게 된 원흉은 구 시행사이자 현 시행사의 실제 사주인 송동수 회장이 종로구청과 군인공제회, 금호건설등과 짜고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또한 송 회장의 배후에는 2-3지구, 8지구 시행사 대표 최수현이라는 사람이 있다”며 “확인해보시면 아실테지만 온갖 로비를 통해 사기를 쳐 피해자만 무려 2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단 한발짝도 물러서 않겠다고하는 최 회장은 ‘종로구청-KCD(송동수 회장)-군인공제회·금호건설-2-8지구 시행사 (주)보스코산업 대표 최모씨’간 커넥션을 형성, 특혜의혹에서부터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온갖 의혹이란 의혹은 모두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을 비롯한 군인공제회, 금호건설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최 회장의 개인의 주장일 뿐”이라며 “행정기관은 법적 절차에 따라 인가를 내준 것 외에 잘못이 없다”고 반박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 역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출을 해줬고, 이 과정에서 특혜라든지 로비는 절대 없었다”며 “사업에서 철수한 것 역시 법정공방으로 장기간 표류하다 보니 투자 손실을 입을 것으로 판단돼 철수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06년 말 서울경찰청은 중학동 재개발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군인공제회가 KCD의 부탁을 받고 대출 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군인공제회 담당관계자를 소환 조사했던 가하면 종로구청장을 비롯한 담당 공무원을 직권남용,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