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이 탤런트 ‘고(故) 장자연 성상납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 40위권에 드는 N토건의 회장이 거론돼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고 장자연씨의 기획사 대표 김모씨와 N토건의 C회장이 지난해 만남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내용의 ‘문건’이 모 일간지 취재 과정에서 입수되면서 재계 안팎으로 무수한 설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 같은 얘기를 전해들은 N토건은 적잖이 당황해 하고 있다. N토건 측은 “C회장과 김씨와는 일면식조차 없다”며 전혀 사실무근임을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은 좀처럼 믿기 힘들다는 듯, 이들의 동선을 쫓고 있다. 본지 역시 쫓아가봤다.
지난해 4월 초 고 장자연씨 기획사 대표 김모씨와 N토건의 C회장이 만남을 가진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모 일간지 단독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사실 이 보도 이전부터 재계 안팎에서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얘기이다. 다만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어 단순한 ‘루머’정도로만 여겼을 뿐이다.
지난해 4월 N토건 회장과 고 장자연 기획사 대표 김씨 만남 가진 정황 포착
경영권 분쟁 겪던 N토건, 15배 이상 주가 폭등…일각 ‘내부정보 유용설’ 제기
그런데 이 언론사가 그 실체를 짐작케 하는 문건을 입수해 공개한 것이다. 김씨의 지난해 4월 스케줄 일정표와 인수인계보고서등의 문건이었다. 여기에는 ‘N토건의 회장과 저녁식사’를 같이 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회장의 이름이 명확히 적혀있지 않은 관계로 불분명스런 점도 적지 않다. 하지만 N토건에서 회장으로 불리는 이는 C회장뿐이다.
그들의 석연치 않은 만남(?) 포착
N토건 측은 이같은 보도가 나오자 적잖이 당황해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 장자연 성상납 로비 의혹과 관련해 C회장과 N토건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유·무형적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N토건은 단 한 차례도 이번 사건 관련해 이름이 직접 거론된 바가 없어 적잖은 후폭풍을 맞을까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하지만 N토건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하는 것과 사뭇 다르게 이 같은 보도를 한 해당 언론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이를 짐작컨대, 괜히 언론을 자극해 의혹을 더 증폭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미 재계 일각에서는 N토건의 C회장과 기획사 대표 김씨의 만남을 기정 사실화해 무수한 설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C회장과 김씨가 만난 배경부터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당시 N토건은 경영악화를 겪고 있었고, 당시 ‘D전선’의 지분 인수로 최대주주가 바뀐 시점이었다. 이후 2대주주로 밀려난 C회장측과 1대주주인 D전선 간에 이사회 구성 및 대표이사 임명 등 회사 경영방안을 두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던 C회장이 동종업계 관계자도 아닌 연예기획사 대표 김씨를 더욱 만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C회장과 김씨의 만남을 기점으로 N토건의 주가는 어찌된 영문인지 폭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금융당국도 이를 이상하게 여겨 조회 공시를 요구했을 정도였다.
여기서 모 일간지가 입수한 ‘인수인계보고서’에는 김씨에게 N토건을 비롯한 이해 관계사였던 A통신사 등의 종가는 물론, 거래량마저도 하루 4차례에 걸쳐 실시간 문자보고하도록 기록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평소 부동산 투자와 재태크에 관심이 무척 많았던 점으로 미뤄 짐작해, C회장을 통한 ‘투자’를 하지 않았을까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아무런 만날 이유도 없는 두 사람이 한 일방만의 이득을 위해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다. 즉, C회장 역시 나름의 ‘이득’이 있었기 때문에 김씨를 만났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물론 C회장이 얻은 ‘이득’이 지금으로서는 무엇인지 섣불리 짐작키 힘들다.
일각 ‘내부 유용설’ 제기
다만 결과적으로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N토건을 비롯한 이해 관계사들의 주가는 무려 6개월 동안 지속 상승했고, 15배 이상 폭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일 김씨가 ‘투자’를 했다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김씨가 C회장을 통해 내부정보를 전해 들었을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밝히기가 쉽지 않다. 김씨의 개인 계좌 추적을 해야 할뿐더러, 무엇보다 지금 현재로선 경찰의 수사 초점이 김씨가 고 장자연씨를 통한 성로비를 했었는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N토건으로서는 의혹의 진위 여부를 떠나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N토건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짐짓 당황한 목소리로 “김씨와 회장은 일면식조차 없다”며 “현재 경영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 N토건은 지난해 9월 1대주주와 2대주주간 공동경영을 합의함으로써 경영권 분쟁을 매듭지었다. 현재 N토건의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