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재개발 비리 의혹 제2탄 후속편
종로 재개발 비리 의혹 제2탄 후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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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커넥션의 드러나지 않는 실체

서울 곳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낙후된 도시기능의 회복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민원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개발 사업은 그 개발이익이 엄청나 이를 둘러싼 온갖 비리가 ‘횡횡’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노른자위에 위치한 종로구는 재개발 사업을 수년째 진행해 오면서 온갖 비리에 연루, 악취가 새어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종로구를 일컬어 재개발 비리의 온상지라고 칭하겠는가. 그러나 검찰은 과거 몇 차례에 걸쳐 수사를 단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물은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검찰이 과거와 달리 사정 칼날을 높이 치켜든 것이다. 이에 세간의 이목은 검찰의 칼끝과 종로구 재개발 사업 비리를 향해 집중되고 있다.
본지가 ‘종로 재개발 비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4탄에 걸쳐 집중 취재 해봤다.
<편집자 주>


▲ 사진설명 아래.

▲ 1) 2-8지구 시행사 (주)보스코산업 대표 최모씨는 경찰 피의자조서에서 "(2-3지구는)금호그룹(주)에 넘겨 시행변경인가를 시켜주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최씨는 2-8지구 한진베르시움 분양 사기로 200여명에 달하는 피해를 끼친 혐의로 현재 복역 중이다. ▲ 2) (주)보스코산업 대표 최모씨가 신문로 2-8지구 등을 시행하는 과정이 세세히 기록된 일지. 최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일지에는 당시 이해 관계자들과의 '점심 약속'에서부터 '돈을 주고 건넨 부분도 자세히 적혀있다. ▲ 3)중학동 구역 시행사 KCD의 실 사주인 송모 회장은 종로구청과 시공사 등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시계방향 순-


본지는 지난 415호, 416호 이어 ‘종로 재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집중 취재를 벌이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앞서 예고한대로 ‘2탄-9년째 표류 중인 중학동 구역’ 후속편을 싣고자 한다. 중학동 구역은 지난 2000년 7월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올해로 9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 이곳 지주와 관할구청, 시행사 그리고 시공사간에 얽히고 설킨 각종 분쟁 때문이다.


검은 커넥션의 핵심인물 ‘송 회장’


본지는 이들 간의 수년째 법정공방으로 만신창이가 된 중학동 재개발 구역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점을 몇 가지 발견 할 수 있었다. 종로구청과 시행사 인크레스코(구 KCD), 그리고 군인공제회와 금호건설 간에 특별한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과 그 중심에 현 시행사의 전신인 KCD의 송모 회장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송 회장의 배후에는 인근 재개발 구역인 신문로 2-8지구의 시행사 (주)보스코산업의 최모씨가 거론되고 있었다.


9년째 표류 중인 중학동 구역의 검은 실체 시행사 KCD 실사주‘송회장’


본지는 이들 간에 커넥션을 풀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중학동 구역의 한 지주로부터 이들 간 얽히고 설킨 커넥션의 고리를 푸는 문건을 입수할 수 있었다. 이 문건은 송 회장의 과거 전과이력과 KCD의 등기부등본, 그리고 ‘조직도’ 등이었다.

본지에 문건을 건넨 A씨는 “중학동 구역뿐만 아니라 종로 재개발 비리 전반에 걸쳐 송 회장과 최씨가 관여돼 있다”며 “이 조직도는 최씨를 주축으로 송 회장과 금호건설, 군인공제회 그리고 종로구청 간에 검은 커넥션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 조직도는 (내가)만든 것도 아니고, 최씨의 시행사 홈페이지에서 출력한 것”이라고 문건의 입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본지가 이를 확인코자 했지만 이미 최씨가 운영했던 (주)보스코산업의 회사 홈페이지는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더욱이 최씨는 신문로 2-8지구 ‘한진 베르시움’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사문서 위조, 사기 등으로 무려 200명에 달하는 피해를 끼쳐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를 언도받고 복역 중이다. 현재 ‘한진 베르시움’은 공정률 70%인 상태에서 공사 중단 된 상태이다.

일단 본지는 최씨가 ‘3탄-신종 사기 수법 횡횡하는 신문로 구역’의 핵심 인물이므로 다음 호에 자세히 게재하고자 하며, 이번호에서는 중학동 구역 시행사 실 사주 송 회장을 주축으로 한 어떤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 봤다.

중학동 구역 전 시행사 KCD의 실 사주인 송 회장(63)은 부동산업계에서는 투자의 귀재로 정평 난 인물이었다. 하지만 송 회장의 실 면모를 들여다보면 구린내가 ‘풀풀’ 풍긴다.
본지가 입수한 문건 중 송 회장의 과거 이력서에는 송 회장은 사기를 비롯한 배임, 상해, 부정수표단속법위반, 특가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 온갖 범죄에 연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송 회장은 주민등록번호를 두 개나 사용하고 있었다. 하나는 561103-XXXX811, 또 하나는 551115-XXXX821 이었다.

신문로 2-8지구 ‘한진베르시움’ 분양 사기 피해를 당한 신모(62)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최씨는 송 회장의 스승 혹은 사부였다”며 “중학 구역과 신문로 구역은 이들이 서로 짜고 벌인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종로구청과 시공사 그리고 정치 배후 세력을 등에 업고 사기를 쳤다”며 ‘정·관계 로비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송 회장의 각종 로비 정황


▲ 중학동 구역 지주 A씨가 본지에 건넨 문건 중
본지는 송 회장이 중학동 구역 시행사로 사업인가신청서를 내던 시점부터 짚어봤다. 당시 송 회장은 전체 2400여평 중 고작 24평을 매입한 후 토지소유자 자격을 획득했다. 이때가 2002년 7월19일이었고 정비구역 지정 실효를 불과 5일여 정도 남겨둔 상태였다.

중학동 구역 지주 A씨는 “당시 송 회장은 (이곳 터줏대감이었던) 내가 사업을 할 것처럼 이곳 주민들에게 선전했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과 연결된 종로구청, 군인공제회, 금호건설 등 끈끈한 커넥션 형성


7월24일 송 회장은, 정비구역 지정 실효 하루 앞두고 사업인가신청서를 종로구청에 접수했다. 하지만 당시 도시재개발법상 토지면적 2/3이상 동의, 토지 및 건축 소유자 총수 2/3이상 동의가 얻도록 돼 있음에도 송 회장은 전체 토지면적 40.49%, 소유자 동의율 50% 만 획득해 접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문제는 조건 미충족이었음에도 불구 종로구청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것도 재개발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조건부 인가’를 내 줬고, 이후 송 회장은 군인공제회를 등에 업고 사업을 진척시켜 나갔다. 군인공제회는 송 회장이 조건부 인가를 얻자마자 680억여원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을 해줬다.

그렇다면 종로구청은 어떻게 조건부 인가를 내줬을까. 또 군인공제회는 어떻게 소규모 시행사에 수백억원대의 대출을 해주게 됐을까. 이 부분이 송 회장이 당시 종로구청과 군인공제회 등을 상대로 로비 의혹을 사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06년 서울경찰청은 중학동 재개발 구역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종로구청 공무원 5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또 공무원들이 KCD로부터 향응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뇌물수수 혐의를 조사하는 한편 종로구청장도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군인공제회 역시 당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KCD와 군인공제회 사업약정서에는 토지소유주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와야 대출을 해주기로 기재돼 있었고, 당시 군인공제회 이사회 회의록에는 KCD가 필요한 동의를 이미 받아냈다고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 주민동의율이 무려 67% 이상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나 군인공제회가 소규모 시행사인 KCD의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군인공제회 담당 관계자 2명을 소환조사하는 한편, 당시 감사원 국장급 간부가 KCD로부터 거액을 받기로 하고 군인공제회에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해당 간부를 소환조사했다.

본지는 취재 과정에서 KCD의 실 사주인 송 회장이 몇 차례에 걸쳐 회사 상호를 변경, 또 사장을 수 차례 교체한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교체된 사장 중에 S씨가 갑종장교 출신으로 전 감사원, 전 군인공제회 고위 임원과 상당한 교류가 있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송 회장이 S씨를 통해 군인공제회에 상당한 로비 작업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군인공제회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송 회장은 이후 군인공제회와 종로구청과 손을 잡고 토지 매입 등 사업을 차곡차곡 진척 시켜나갔지만, 끝내 이곳 터줏대감인 (주)미진통상 최영환 회장 등 몇몇 지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사업인가폐지를 당하고야 말았다.


금호건설, “최씨가 누군지도 모른다”


▲ 신문로 2-8지구 한진베르시움.
하지만 (주)보스코산업은 금호그룹의 신문로 신사옥 앞 구세군회관 7층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과 당시 2-3지구 사업시행권에 대해서 청원앨앤씨와 체결한 사업약정서에서 버젓이 이들의 인감까지 날인돼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의문의 마침은 쉽사리 찍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사업약정서에 나와 있는 연대보증인 중 한명인 B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금호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체결하는 사람과 연대보증인을 만나보지도 않고 얼렁뚱땅 체결했겠느냐”며 “모두 있는 자리에서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 체결이 이루어 진 몇 개월 뒤에 바로 금호건설은 중학동 구역에 KCD(현 인크레스코)에 1500억원 지급보증을 섰다.

또한 상호를 바꾸고 잠시 종적이 묘연했던 송 회장은 2006년 10월에 뜻밖에도 캄보디아 국적항공사인 로열크메루항공에 182억원을 지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일각에서는 송 회장이 캄보디아를 통해 자금 도피처로 유용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자금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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