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짝퉁’을 입는다”
“한국은 ‘짝퉁’을 입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퍼블릭 오브 ‘짝퉁’ <실태고발>
서울의 한 지하철 역. 학생으로 보이는 두 여인이 대화를 하고 있다. 한 친구가 친구의 새로 산 ‘명품백’이 예쁘다며, 어디서 구입했는지를 묻자 “요세 누가 진짜를 사? 요즘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입한거야. ‘진퉁’이랑 차이도 없고 박스부터 태그까지 다 있어”라고 하며 자신의 단골사이트를 추천한다.
언젠가부터 한국은 ‘명품병’에 걸렸고, 합병증으로 한국은 ‘짝퉁공화국’이 됐다. 이러한 고질병에 대해 본지가 직접 진단해 보았다.



얼마 전 이모(34)씨등 4명이 중국의 이른바 ‘짝퉁 공장’에서 몰래 들여온 물건을 판매하다 적발되었다.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였는데 명품 로스(명품업체에서 만들었지만 작은 하자가 있어 출고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광고한 뒤 거래를 하다 적발 된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물건들은 로스 제품이 아닌 ‘짝퉁’ 상품이서 내용도 조잡하고 환불이나 교환도 해주지 않았다.

온·오프라인에서 ‘짝퉁’거래

국내에서 가장 ‘급’이 좋은 이미테이션 물건을 판다는 이태원. 지하철역을 나와 길을 걷다 보면 작은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있는 남성들을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자 이들 중 한 사내가 “어떤 것 필요해요”라며 접근한다. 가방을 찾고 있다고 말하자 한 건물의 지하로 안내한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없는게 없을’ 정도로 갖가지 명품 브랜드의 가방, 신발, 지갑 등이 진열되어 있다. 몇 가지 상품을 보여달라고 하자 각 브랜드의 일련 번호까지 찍힌 최상급 SA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에서 수입한 질 낮은 것 아니냐고 묻자, “솔직히 중국제도 있긴 하지만 품질이 너무 떨어져 손님에게 팔기가 미안할 정도다”며 “우리는 직접 ‘진퉁’브랜드에서 물건을 사 그것을 공장에서 카피 뜨는 것이고 원단까지 똑같다”며 자랑한다.

찾는 물건이 없다며 다른 몇 군데의 상점을 더 둘러보았다. 그러나 문은 열어 놓았지만 단속이 심하다는 이유로 단골이 아닌 기자에게 물건을 보여 줄 수 없다며 퇴짜를 놓았다.

인터넷 온라인상의 ‘짝퉁’판매는 더욱 심각해 보였다. 한 포털 사이트에 ‘명품 가방’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수십여개의 ‘짝퉁’판매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오히려 진짜 상품을 파는 사이트보다 ‘짝퉁’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더 많은 정도이다. 이러한 업체들에 접속해보면 친절하게도 실시간으로 판매자와 상담할 수 있도록 대화창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판매상들과 대화하기도 훨씬 수월해 보였다.

인터넷을 통해 ‘짝퉁’을 판매하는 판매상들은 대부분 홍콩이나 중국에서 영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건을 결제하면 배송되는데 약 7일정도가 소요된다는 판매상에게 배송이 늦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홍콩에서 해외 배송으로 물건을 보내는 것이라 그렇다. 고객들을 대신해 주문이 들어오면 구매를 대행해주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물건의 품질에 대해서는 거의 진품과 다를 게 없는 ‘홍콩 특SA’라고 설명하면서 원단까지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본지가 취재해본 결과 이러한 사이트들 대부분은 다른 인터넷 사이트와는 달리 카드 결제가 가능하지 않으며 오로지 ‘현금’만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의 영업 방식은 ‘대포 통장’을 개설한 뒤 그 통장으로 돈을 받아서 영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중에 고객의 이름이 통장의 거래 내역으로 남아 단속되었을 때 피해가 되지는 않는지 걱정하자 그런 문제는 전혀 없으며 3년 동안 운영하였는데 단 한번도 적발된 적이 없다고 자랑하고 있다.
또 다른 명품 스타일을 판다고 광고하는 사이트. 이번에도 상품의 진품여부에 대해 질문하자 정품이랑 98%이상 동일하다며 단지 다른 점이라고는 이미테이션일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사이트 경우에는 홍콩에서 물건을 구한 뒤 판매해주는 사이트가 아닌 직접 물건을 제작해 판매까지 하는 사이트라는 점이 특이한 사항.

공장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저희의 공장은 중국 광주에 있어서 단속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고 기자를 안심시키며 “세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물건이 걸리면 다시 보내드리니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무역 협상에서 ‘불리한 카드’

관세청(청장 허용석)에서 지난 4월15일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된 보도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이전까지 한국은 일본에서 지적재산권 침해물품 수출국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나, 지속적인 위조상품 수출 단속 노력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자료를 보면 한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물품의 수출 비율은 1위인 중국(81.5%)에 이어 2위 한국(12.4%)으로 기록 되었다.

지적재산권 침해 물품에 대해 단속을 담당하고 있는 관세청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속적인 단속으로 이태원의 ‘짝퉁’은 예전만큼 활개를 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단속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신고도 받고 있는 실정이며 추적을 통해 단속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터넷에서 판매중인 사이트에 대해서는 “수시로 검색과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들이 대포폰이나 차명 계좌 등으로 추적을 피하고는 있지만 계속해서 추적하고 있으며 적발 시 해당 사이트를 아예 폐쇠시키거나 하는 조취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러한 ‘짝퉁’의 국내 판매와 외국으로의 수출은 국가별 무역협상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가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짝퉁’판매는 국가별 개별 협상에서 많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은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해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국가적 이미지에 ‘짝퉁’이라는 인식이 외국인에게 심어지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다”고 말하며 “사실 유럽의 서구가 ‘짝퉁’제조가 더 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이미지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