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옥석을 가려 구조조정을 할 기업들이 빨리 구조조정이 돼야 건실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여의도 금융감독원 빌딩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아직 글로벌 경제위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되고 외국 금융기관들이 긍정평가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조금 버티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소극적이고 단기적인 판단을 하지 말고 정부의 구조조정 책임자들이 몸을 던지는 희생정신과 역사적 인식을 갖고 오로지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자세로 일해 달라”면서 “판단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애정을 갖되 냉철한 판단으로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한계기업 정리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든 정치색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면서 “지역연고와 같은 정치적 요인이 개입돼서는 안 되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 경제에 대한 일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다소 경계를 늦추는 조짐도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위기상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이 기술개발 및 부품소재 개발에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그동안 금융기관이 저지른 일을 뒷바라지하는 것이다.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소극적이거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여서는 안 된다”며 금융기관에 대해 경고성 당부를 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회의 주재 후 금융민원센터를 찾아 ‘일일 상담원’으로 활동했다.
이 대통령이 맞은 민원인은 대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한다는 최모(여) 씨. 3년 전 사채로 100만원을 빌린 뒤 매달 갚고 있으나 살인적인 이자율로 인해 지금은 빚이 150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최 씨는 이 대통령이 “이자율이 48%로 제한돼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채는 그런 게 없다. 그 사람들이 부르는 게 곧 법”이라면서 “잠깐만 못 갚으면 전화가 오고 난리”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한 달에 60만원 정도 갚아나가고 있는데 그 사람들(사채업자)은 내가 갚는 돈으로 참 잘 살고 있다”면서 “외제타 타고 다닌다. 내가 그 사람들 돈을 다 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어 “(사채에서) 벗어나려고 여러가지 많이 해봤다”면서 “경제신문을 보니까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여기 왔는데 이 대통령까지 뵙게 돼서 정말 영광이고 로또가 된 것 같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부당한 이자에 대해 채무액을 조정해야 한다”면서 민원센터 상담원에게 “사채업자와 처음 체결한 채권·채무 관계를 찾아서 정리해 부당한 부분을 조정해 주도록 법적 절차를 밟도록 하라”고 그 자리에서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출이) 안 될 수 있으니 지역신보에서도 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라”며 최 씨에게 “사채업자와의 부당한 채무액을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최씨가 “(사채업자가) 해코지 안 하게 해 달라. 그게 무섭다”고 말하자 “애를 키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섭겠느냐. 그것도 신경써야 한다. 내가 누구보다도 장사하면서 사시는 분들 어려움을 잘 아는 사람이다. 용기를 내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나중에 내가 전화해서 해결이 됐는지 꼭 확인해 보겠다”면서 메모지를 꺼내 최 씨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까지 적은 뒤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에게 “꼭 챙기라”며 건네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비상금융통합상황실에서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으로부터 세계 금융시장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세계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고에 “자본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도 사실은 걱정”이라며 “외국 자본이 왔다가 쏙 빠져버리면 또 어쩌나”라고 지적했다.
또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인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 “우리한테는 안정적인 게 좋은 것 아니냐”면서 “여유자금들이 생산과 투자에 몰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