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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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고지”VS “졸속 처리 원천 무효”...하지만 미국은?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 속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 외교통상위를 통과됐다. 이로써 오는 6월 본회의 표결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아무런 합의도 절차도 없는 졸속 처리”라며 비준안 통과는 원천무효라고 반발하고 있고 여당은 “지금이 (비준안) 적기”라며 “미국을 압박 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재협상을 바라는 입장에서 우리가 아무런 수정도 없이 원안 그대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추후 역풍을 맞지 않을 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 또 다시 난장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지난 달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 속에서 극적으로 처리됐다.

이날 국회 외통위 회의장은 회의 시작하기 전부터 여야 대치상황을 예고한 가운데 회의실은 긴장감이 나돌았다. 회의 시작에 앞서 민주당 천정배, 김우남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등은 외통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졸속비준 반대’를 선언했다. 회의 시간인 오전 10시, 박진 외통위 위원장은 회의 30분 전부터 들어와 자리에 착석하면서 야당 의원들은 비준안 상정을 막기 위해 위원장석 주위를 에워 쌓다.

회의실이 긴장감으로 고조된 가운데 한 시간이 흐르고 박진 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 상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 여야 의원들이 한데 엉키면서 거센 몸싸움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박 위원장의 마이크와 의사봉을 빼앗았고 어느 민주당 의원은 박 위원장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강하게 저지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박 위원장을 향해 “미국의 입장도 정리 안됐는데 지금 통과시키는 게 국익에 맞나”라고 언성을 높였고 이에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한-미 FTA를 체결한 참여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분이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맞받았다. 여야 몸싸움에도 불구하고 박 위원장은 “더 이상 질의할 의원이 없으면 비준안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음을 선포한다”라며 주먹으로 세 차례 책상을 내리쳐 비준안을 처리시켰다.

결국 여야의 몸싸움 속에 박 위원장은 위원장실로 피했다. 이에 민주당, 민노당 의원들은 반대 성명 내고 “야당의 토론 신청과 이견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통과를 선언한 것은 완전무효”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이 원천 무효라고 강력히 주장하자 심적 부담감을 느낀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공적개발원조 관련법 공청회'가 끝난 후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비준동의안을 재의결하는 상황이 연출 됐다.

난황 끝에 한미FTA 비준안이 상정됨에 통과됨에 따라 오는 6월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될 것으로 보인다.

처리 시기가 가장 큰 관건

극적으로 한미 FTA 비준안이 가결 됐지만 비준안 통과 시기를 놓고 일각에선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시사하고 있는 시점에서 비준안에 대해 아무런 절차와 합의를 찾지 못한 가운데 일방적 처리가 ‘과연 합리적인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 인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정부·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강행 통과시킴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큰 위험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한미 FTA 어디로 가는가’라는 글을 개재 하면서 “미국이 자국 사정 때문에 수정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선제적으로 국회 비준을 해버렸다”며 “이는 미국에 대해 기존 한미 FTA 합의문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거부하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된 이상 우리에게는 기존 합의의 어떤 내용 수정 없이 원안대로 발효시키는 선택지만 남았다”며 “스스로 입지를 위축시킨 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우리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인정하기 어렵지만 국가 간의 합의는 당위가 아니라 현실에 기초한 것”이라며 “한미 FTA 발효의 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상화에 따른 양측의 필요를 조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같은 당 의원들도 “정부·여당은 우리 국회가 비준 동의한 후에도 기존 합의문의 본문을 수정하지 않고 부속합의서나 교환각서 등의 형태로 합의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렇게 해서 우리 국회의 동의절차를 다시 거치지 않고 미국측 요구도 적절히 수용하면서 한미 FTA를 발효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큰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기존 합의문에 대해 실질적 변경을 가져오는 어떠한 추가 합의도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다시 거쳐야 한다”며 “만약 정부·여당이 한미 FTA의 실질적인 내용 변경을 합의하고도 향후 이를 자의적으로 처리하고자 한다면, 대내적으로는 국론분열이 격화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조약비준절차는 경시해도 된다는 인식을 국제사회가 갖게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최근 G20회의에서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이 만나, 양국 정상은 ‘한미 FTA를 진전 시킬 것’이란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을 보면 미국 행정부도 FTA 비준을 가속도를 낼 분위기”이라며 야당의 우려를 일축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 희망적인 모습을 보일 때 우리 국회가 속도를 내는 것은 당연하며 비준안을 6월 한미정상회담 전에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아야 우리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한 외교 전문가는 비준안이 통과 된 이상 이제 관건은 국회 본회의의 비준 시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비준해서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지만, 한미FTA에 부정적인 미 의회의 벽을 조기에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우려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여당이 본회의 처리를 6월 한미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한 것은 바람직하다”며 “남은 기간 동안 여당은 비준안 ‘원천 무효’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야당을 적극 설득하고 농민들의 불만을 누그려 트릴 수 있는 체계적 방안을 마련해야 ‘졸속처리’ 라는 멍에를 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달콤 쌉쌀한 유혹’

현재 오바마 미 행정부는 한국의 한미 FTA 비준안 통과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지 않고 있지만 당선 전에 한미 FTA가 불공정한 협상이었다고 비판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런던 G20회담 중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한미 FTA 진전을 위해 협력키로 해 미국 역시 협상에 진전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 지고 있다.

실제로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강연에서 한미 FTA 진전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크 대표는 한미 FTA에 대해 “한국과 관계된 문제들을 놓고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파나마 FTA에 대해서는 끝내기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한국과 콜롬비아 FTA에 대해서는 향후 진전을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 같은 입장변화는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미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미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자 FTA 처리의 걸림돌이었던 GM 등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오바마 정부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도 태도변화에 일조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론 커크 무역대표부의 발언이 미국 측의 공식입장이라면 한국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그의 발언은 비공식 입장이라 선뜻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론 커트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지명 당시 청문회에서 “한미 FTA을 현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상원 재무위 인준 청문회 증언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은 우리에게 불리한 협상이라고 한 말에 동의한다”면서 “이를 바로 잡지 못하면 우리가 여기서 물러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즉 커크 대표부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 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온 오바마 대통령 정부의 기본 입장을 대변한 것이고 보다 명확한 어조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부가 체결한 한미 FTA를 원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일부 강경파 의회 의원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연관지어 “미국 소의 모든 부위 등 뼈 속 까지 전면적으로 한국이 수입을 거부한다면 이번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 협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과의 협상에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어떤 절차를 거치든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미 FTA 협정 문안을 바꿀 것을 한국 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현재 한미 FTA 재협상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비준안이 통과 된 반면 미국은 비준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이는 일부 여론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 정부로선 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협상을 장기전으로 들어가 하나 하나 씩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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