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으로 이동하는 자살카페 [현주소]
최근 동반자살이 늘고 있다. ‘혼자죽기 겁난다’는 이유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같이 떠날 사람을 모집하고 있는 것이다. 말만 들어도 끔찍한 이러한 행위는 인터넷을 통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흉흉하게 한다. 지난 4월에도 동반자살 사건이 모두 8건으로, 14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태에 빠지는 등 다시 한 번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공간을 이용해 그들의 동반자를 찾고 있다는데, 이에 본지가 자살카페의 위해성과 대책마련 등 자살카페의 현주소를 취재해봤다.
일면식이 전혀 없는 처음 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자살방법을 모의한다.
물론 자살방법에 대한 모의는 인터넷을 통해 먼저 시작되고 그들의 만남은 그들 나름의 준비가 끝났을 때쯤 이루어진다.
지난 27일 서대문경찰서에 형사 입건된 카페운영자 김모(30·남)씨의 경우도 그러한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자살 기도자들 중 한명이 신고를 해 자살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찰은 그를 불구속 입건하고 같이 죽기로 모의한 3명에 대해서는 소재를 확인해 집으로 인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같이 갈래?”
‘동반자살 하실 분’이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 사이트인 싸이월드 카페 게시판에 떴다.
서울서대문경찰에 따르면 이 글을 올린 카페 개설자이자 운영자인 김씨는 ‘자살’이라는 말이 금칙어로 설정 돼 있어 카페이름을 ‘자살’을 거꾸로 한 ‘살자’로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 이름은 동반자살을 의미하는 카페였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가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개설된 카페에는 하루만에 4명이 가입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안모(34·남)씨와 경기도 부천에 사는 염모(27·여)씨, 경남 마산에 사는 김모(28·여)씨와 서울에 사는 이모(35·남)씨까지, 김씨를 포함한 이들 5명은 메신저나 이메일로 구체적인 자살방법과 장소, 시간 등을 모의했다.
이들은 지난 24일 토요일 오후 4시경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 A공원에서 만난 뒤 모텔을 잡기로 했다.
자살 방법은 연탄으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남 마산에 사는 김씨가 올라오지 못해 약속이 하루 미뤄줬고 그러는 사이 호기심으로 자살카페에 가입한 이씨가 점점 심각해지는 분위기에 겁이나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이씨가 경기지방경찰청에 제보를 한 시점은 지난 25일 1시, 결국 경찰청은 그들 주거지의 경찰들과 공조, 12시간의 추적 끝에 소재지를 파악해내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씨의 신고가 없었다면 5명의 목숨을 살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아직도 인터넷 어딘가에서 자살카페를 개설하고 자살을 모의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나타냈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전국적으로 동반자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각계각처의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한 것이다.
앙꼬 없는 대책회의?
보건복지가족부의 정신건강정책과는 지난 28일 ‘인터넷 자살유해정보 차단 및 동반자살 예방’이라는 주제로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사실 이 회의는 지난 22일에 이은 2차 회의로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다음, NHN, 야후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즈,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참석해 그들 각처가 어떤 식으로 자살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를 보고하고 더 나은 방법을 강구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를 끝내고 나온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회의의 내용이 대책마련 보다는 현황보고에 가까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번에 김씨의 경우도 카페를 개설한 다음날 모니터링을 통해 카페를 폐쇄시키긴 했지만 이미 메일과 메신저 주소를 주고받은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자살과 관련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 포털 사이트측은 금칙어를 설정하거나 모니터링(자살정보, 동반자살자 모집 등의 글을 게재할 경우 즉시 삭제)을 강화하고 있긴 하지만 자율 규제를 하고 있어 관계기관에 신고 조치를 하는 부분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관계자는 경찰과 포털사이트의 공조가 있어도 행정부처인 복지부에까지 연계되지 않아 좀 더 근본적인 해결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들기도 했다.
사정은 다른 관계기관도 비슷했는데 자살예방센터의 경우에도 ‘자살위험자’들에 대해 상담이나 사례관리(자살시도자를 등록 전화·방문)를 하고 있었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현실적으로 힘들었으며, 센터가 정신과상담을 위해 치료기관을 연계해주기도 하지만 자살위험자들이 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때문에 정신건강정책과 류지형 과장은 “사실 자살카페의 경우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좀 더 강력한 행정부처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포털사이트에서 경찰로, 경찰은 행정부처 등으로 연계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들이 자살에 대한 의식이 변화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 등이 노력해야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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