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고 있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내건 ‘풋옵션’ 계약 만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금융권과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곧 터질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금호로서는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조금 일찍(?) 불거진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가 금호 측에 마냥 해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그 안에 또다른 전략이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이에 본지가 재계 일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풋옵션에 대한 숨겨진 노림수’를 알아봤다.

국내 굴지의 운송·물류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어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원 가량을 지원 받는 대신 올 연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 선을 내려가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 ‘풋옵션’ 계약 만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재계 순위 9위까지 올랐던 금호가 결국 ‘승자의 저주’에 걸려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금호생명을 매물로 내놓는 등 몸집 줄이기를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와 언론 또한 연일 금호의 유동성난과 앞날을 예측하며, 대우건설 ‘풋옵션’ 해결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나섰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너무 일찍 불거진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를 두고 또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 연말인 대우건설 풋옵션 만기까지는 비교적 시간의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풋옵션 만기연장’ 등의 방안이 미리 언급되고 있는 것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금호가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리 전략·전술 시나리오를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전술1. 주가 지수를 끌어 올려라
일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금호의 시나리오, 그 첫 번째는 바로 ‘주가 끌어올리기’ 전술이다.
그동안 대우건설을 비롯한 금호 계열사들의 주가 지수는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고유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맥을 추스르지 못하고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건설주들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으나, 대우건설의 주가는 다른 건설주보다 좀 더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룹의 주력 사업부문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고유가와 환율 상승의 직격탄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여서 그룹 전반의 주가 하락을 부채질 했다.
더욱이 대우건설의 경우, ‘풋옵션’ 행사 선인 3만1500원 선을 지키지 못하고 1만1450원(4월22일 종가 기준)에 머물러 채권단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천문학적인 규모의 차액을 지불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또한 이런 대우건설의 풋옵션 문제는 다시 주가지수에 악영향을 끼쳐 주가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그동안 금호를 괴롭혔던 ‘족쇄’(?) 같았던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가 금호 계열사 전반의 주가 지수에 순풍을 불어넣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출처를 파악할 수 없는 곳에서부터 ‘대우건설의 풋옵션 만기를 3년 연장해 주기로 했다’, ‘풋옵션 일부를 상환해주고 나머지는 만기 연장해 주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등의 긍정적인 말들이 오가면서 대우건설 및 금호 계열사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것.
실제 지난 21일 금호석유는 유가증권시장에서 9.45% 오른 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금호산업도 7.85% 오른 2만1300원을 기록, 2만원 선을 회복했으며 금호타이어도 6.92%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0.03%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금호 계열사의 지수 상승은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호석유, 금호산업, 대우건설 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폭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여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런 주가지수 상승을 노리고 금호 측에서 ‘풋옵션’ 만기연장 등과 같은 우호적인 소문을 흘려 대우건설 등의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전술2. 채권단을 압박하라
뿐만 아니라 재계 일각에서는 이런 소문들이 투자한 채권단에게 압력 아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금호의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 해결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채권단들이 주도로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보유 풋옵션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매입해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다른 방안으로는 대우건설의 인수 금융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에 풋옵션 일부를 상환해주고 나머지 풋옵션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안이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풋옵션 전체를 만기 연장해 주면서 가산 금리를 받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최근 거론되고 있는 방안들 대부분이 금호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재계 일각의 의심을 더하고 있다. 때문에 이것이 금호가 노리는 전략·전술 두 번째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주가를 올림과 동시에 풋옵션 행사에 대한 부담감을 투자자들에게 압박한다는 것이다.
■ 금호의 ‘노림수’ 셋 하나. 설왕설래 언론보도, 하지만 기대 심리만으로 금호 계열사 주식 ‘상승’ |
현재 금호는 증권, 사모펀드, 은행 등의 17개나 되는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풋옵션 계약을 맺고 3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만약 이들 투자자들이 연말까지 금호와 완만한 협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풋옵션을 행사, 대우건설 및 금호아시아나그룹 자체가 타격을 입고 주가 지수가 급락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이 모든 책임의 화살이 풋옵션을 행사한 채권단에게 향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채권단들로서도 미리 긍정적인 방안들이 거론됨으로써 주가가 상승하고, 다른 투자자들에게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또다른 일각의 분석이다.
이를 경계를 하듯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풋옵션을 만기 연장해줄 것이란 방안 등은 금호와 검토해 본적이 없다”며 “다른 채권단들과의 만남을 가진 적도 없다”며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특히 관계자는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은 협상에 방해가 될 뿐”이라며 더 이상의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이는 벌써 채권 은행으로서 산업은행이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전술3. 유동성확보에 사활을 걸어라
또한 재계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여론의 형성은 곧 투자로 이어지는 만큼, 금호는 유동성 확보에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월 15~16일 금호생명은 이틀간에 걸쳐 실시한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에서 750억원의 청약자금을 모으는데 그쳤다.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부진한 탓에 당초 목표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청약자금이 모집된 것이다. 때문에 금호는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차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부진했던 이유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반에 대한 불안감에서 시작된 만큼, 대우건설 ‘풋옵션’ 만기연장 등과 같은 호재는 금호의 투자자들에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여줄 특효약(?)이라는 게 일각에서 바라보는 마지막 시나리오 전술이다.
더욱이 최근 금호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선 꼭 처리해야 할 금호생명의 매각까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언 마음을 돌려놓는 것은 금호에게는 ‘풋옵션’ 문제 해결만큼이나 큰 과제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종합하자면, “대우건설의 ‘풋옵션’ 만기를 연장할지도 모른다”는 여론 하나로, 주가 지수도 올리고, 채권단들이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도록 압박, 여기에 새로운 투자까지 확보함으로써 금호는 1석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한 관계자는 “풋옵션 만기 연장 등은 우리가 한 얘기가 아니다”라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도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더라’를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채권단들과 최근 거론되고 있는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해당부서에서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어떠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풋옵션을 전부 행사하는 경우보다 일부만 행사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산은을 비롯한 재무적 투자를 한 은행들과도 얘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관계자는 금호가 풋옵션 만기연장에 대한 기대감도 없지 않음을 내비추기도 했다.
결국, 금호도 고의든 타의든 간에 대우건설 ‘풋옵션’ 만기 연장 등과 같은 희소식에 대한 기대감에 그룹 전반적으로 한 숨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재계 일각에서는 “‘풋옵션’ 만기 연장만이 능사는 아니다. 만기 연장시 붙게 될 가산금리가 금호의 또다른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며 “금호그룹 자체적으로도 유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