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담배 전면 금지?
최근 잠잠했던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논쟁이 다시 가중됐다. 이는 지난 25일 ‘이르면 내년 6월부터 PC방 등 공공기관이 전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보건복지가족부가 화두의 대상이 되면서부터다. 이에 복지부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다”며 “일부 언론이 부풀려 보도한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시민들은 금연법 개정안을 기정사실화하며 찬반론에 휩싸였다. 이러한 논란의 가운데 언론과 행정부처의 싸움에 설왕설래하는 업주들의 입장을 취재해봤다.

‘더이상 PC방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아고라 토론방에서 논쟁의 중심이 됐다.
덕분에 이 글은 실시간 1위를 달리며 700여건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이는 비단 한 개의 글에 대한 댓글 수로 그 외의 다른 글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고 있으며 다른 포털사이트까지 합쳐진다면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갑자기 왜 이런 글들이 인터넷 상에 넘치게 된 것인지 의아하다면 지난 25일로 돌아가 보자.
고래싸움의 전말
지난 25일 보건복지가족부의 건강증진과는 금연사업의 일환으로 금연송과 상징로고를 발표, 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담배연기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목표아래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 이용시설에서 ‘자발적으로 금연에 동참’하자는 ‘금연실천 운동’을 의미한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이날 동아일보는 ‘단독’이라는 이름아래 ‘16개 공중이용시설에서 담배가 전면금지 된다’며 ‘이르면 내년 6월부터’라는 정확한 날짜를 표기하는 등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실현이 될 것처럼 부풀려 보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동아일보 보도에 기정사실화된 금연개정안, 복지부 절레절레
아 다르고 어 다를 뿐 같은 말? PC방 업주들 불만 속출 해
때문에 복지부는 상당히 억울한 입장을 보였는데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적극 노력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전면금연구역화’ 해야 하는 시설의 종류는 충분한 의견 수렴과 검토가 있어야 한다”며 “국회에서 논의 된 뒤에도 하위 법령 개정시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결정 난 것이 없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지난 1월 복지부에서 추진한 금연 구역 관련 의원 입법 현황에 대해 뒤에 내용을 삭제해(‘당해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당해 시설을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구분해 지정해야 한다’를 ‘당해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로) 보도하는 바람에 복지부는 이날 바로 ‘보도설명자료’를 올리는 일을 감행해야 됐다.
더욱이 관계자는 갑자기 들이닥친 컴플레인 전화에 난감했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실제로 술을 건아하게 마신 PC방 업주 A씨는 복지부에 전화를 걸어 “왜 PC방에서 담배를 못피냐”, “그럼 우리는 뭘 먹고 사냐”, “너네가 나를 먹여 살릴 거 아니면 당장 그만둬라”는 다소 원색적인 비난을 하며 2시간째 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때문에 관계자는 “생각을 해봐라. 무슨 법이 그렇게 빨리 개정 되냐”며 “법 개정을 하는데 최소 2~3년은 걸린다”는 다소 격앙된 어조로 해당 언론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새우등 터진 업주?
하지만 업주들의 입장은 생각보다 강경했다. 이유야 어쨌건 개정 법안을 그렇게 요청했다는 건 실현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기 때문에 ‘아 다르고 어 다를 뿐이지 같은 말이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PC방 손님 70%가 흡연석 원해, 현실적 대책 필요
PC방 업주 1000여 만원 칸막이 설치, 정부차원 보상 원해?
실제로 서울 상수역 부근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30)씨는 “예전에도 그런 말은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없던 금연구역을 만드는 등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다시 했는데, 또 이제 와서 전면 금연조치를 하면 다시 개조를 하라는 거냐”며 “개조비에 따른 금액을 줄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냐”는 비판 섞인 목소리를 냈다.
더욱이 금연구역으로 설정한다 해도 “몰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거나 하면 그건 또 그대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흡연실을 따로 만들어야 되지 않냐”며 “그거 역시 돈이 들 텐데 정부에서 보조금이라도 나오지 않는 이상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PC방 업주인 양모(30)씨의 경우도 비슷했는데 “그러잖아도 손님들이 와서 ‘이제 어디에 가서 마음 놓고 담배를 피냐’는 불평 섞인 말을 했다”며 “사실 그러한 금연개정이 담배를 아예 없애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업주들의 생각에 동조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경기도 부천지역에서 PC방을 자주 이용한다는 B(38)손님의 말에 의하면 “사실 담배를 피기 위해 PC방을 자주 이용한다”며 “회사에서도 못 피게 해, 집에서도 못 피게 해, 다른 사람 피해 안 주려고 흡연구역만 찾아 담배를 피는 나로서는 억울하다 못해 원통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대다수의 손님들이 담배를 피기 위해 PC방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서울지역 PC방의 업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석을 원하는 손님들이 70%이상이며 흡연석이 자리가 없어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다음아고라의 한 네티즌은 “PC방 가지고 뭐라 하지 말고 그냥 담배를 팔지 말라”며 “나도 10년째 (담배를)피고 있는데 안 팔면 나도 끊겠다”는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들쑥날쑥 정책, 피해사례 속출
현재 전국의 인터넷 PC방을 대표하는 인문협에서는 금번 사안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파급효과를 분석해 국회 및 관련 부처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실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된 PC방에 대한 금연조치는 그간 복지부의 장기적인 전망으로 관련 업계와의 협의 없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PC방 업주들에게 혼란을 주거나 피해를 입힌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인문협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법에는 금연석과 흡연석을 분리하는 칸막이를 설치하도록 규정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어항, 화분, 수목 등도 모두 칸막이로 인정해 준바있다”며 “이후 여론에 따라 밀폐칸막이와 에어커튼(공기조화의 한 방법) 등만 인정을 해주는 등 동일한 법을 놓고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해석이 달라져 PC방 업주들은 계속적으로 시설을 보강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국의 PC방 업주들은 1000여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금연시설과 흡연시설을 분리하는 칸막이를 설치, 행정부처에서 요구하는 설비를 갖췄다고 한다.
덕분에 현재 PC방의 97.2%가 흡연석, 금연석 칸막이가 설치돼있다고 한다.
이것은 바로 지난해의 일로 복지부가 문제가 생기면 칸막이 구비율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서라는 데, 결국 이러한 설비가 무용지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업주들이 반발하고 일어선 것이다.
더욱이 PC방의 경우 흡연자들이 주 이용고객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매출감소가 그들의 가장 큰 불만인 것으로 나타나 차후 개정안이 결정되면 정부차원의 보상 문제에 대한 말이 오갈 것으로 예측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때문에 PC방 협회는 “복지부의 들쑥날쑥 정책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앞으로 개정안이 어떻게 통과 될지는 모르겠지만 업계의 의견을 모아 강력히 대처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PC방 등 16개의 공공시설을 ‘전면금연구역화’하는 것은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 다음 이루어져야할 것 같다”며 “지금의 분위기로 봐선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이 더욱 큰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고 말해 복지부와 PC방 업주들의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연구역 시설 지정 [현황]
1995년 / 대형건물, 공연장, 학원, 대규모 점포, 관광숙박업소, 혼인예식장, 실내체육관,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교통시설관련 등 국민건강증진법의 제정으로 일부 시설 금연구역 설치
1999년 / 혼인예식장이 교사로 개정, 목욕탕이 추가
2003년 / 게임방·PC방, 대형음식점, 만화방, 정부청사, 보육시설 추가
2006년 / 공장, 지지체 청사, 실내작업장까지 금연구역 확대
2009년 / 국민건강증진법 개정법률안 발의(박대해 의원)
/ 현행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구분해 지정해야 하는 시설(시행규칙 제6조)을 전면 금연구역화 함. 현재 보건복지부는 ‘금연 2020 전략’ 정부안 준비 중
<출처: 보건복지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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