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이 요즘 들어 고민이 부쩍 늘었다.
연이어 터져 나온 악재를 물리치기 위한 해법을 찾으려 날밤을 지새우지만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한 가지를 해결했다 싶으면 또 다른 돌발 악재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대표가 여대생 성추행 혐의로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해 대상의 이름이 세간의 입방아에 연신 오르내리고 있다. 때문에 가뜩이나 몸을 사려야 할 판에 이런 불미스런 사건이 터져 나올 때마다 임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지고 있다.

소강 국면 접어든 각종 루머들 다시 재거론 돼 당혹…해법은 ‘정면돌파’?
국내 대표 식품업체인 대상그룹은 요즘 들어 단 하루도 마음 편히 발 뻗고 누워 잔 일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악재들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목표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내년까지 1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며 야심찬 목표를 세운 대상이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터진 악재로 발목이 단단히 묶여 버렸다. 한 발짝도 뗄 수가 없다. 이로 인해 대상의 오너인 임 회장은 이를 풀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일단 회사를 괴롭히고 있는 악재들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임 회장의 바람은 십리도 못가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룹의 지주사 대표가 여대생 성추행 혐의로 구설수에 올라 회사의 ‘명예’와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이다.
성추행 파문으로 명예 실추
지난 4월23일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박모(46) 대표가 여대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밤 11시경 박 대표는 외국계 증권사 임원 두 명과 함께 술은 마신 후 서울시 중구 서소문에 위치한 대한빌딩 앞에 앉아 있던 여대생 A(19)씨의 치마 속을 쳐다보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촬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A씨의 일행 중 한명이 박 대표 일행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겨 항의를 했고, 이들은 옥신각신 끝에 몸싸움까지 벌였다고 한다. 출동한 경찰은 즉시 이들 모두를 연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반의사불벌죄’로 입건 처리하지 않았지만, 사진 촬영한 M증권 부대표인 D씨에 대해서는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상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이미 상대방과 오해가 풀려 원만하게 합의가 된 상태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박 대표가 외국계 증권사 임원들과 왜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꺼려했다. 또한 이번 사건이 임 회장에게도 보고가 됐는지에 대해서도 말을 얼버무렸다.
대상 관계자는 “박 대표가 개인적으로 만난 것이라 무슨 일로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회장님도 언론을 통해 인지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박 대표에 대해 어떤 처분이 내려질런 지는 알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임 회장의 행보 주목

임 회장의 장녀인 세령씨는 얼마 전 삼성의 황태자 이재용 전무와 협의 이혼하며 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후 세령씨를 놓고 재계 일각에서는 임 회장의 뒤를 이은 대상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임 회장은 어떤 이유에선지 갑작스레 세령씨가 아닌 차녀인 상민씨에게 회사 지분을 양도했다. 물론 이를 두고서도 무수한 루머가 재계 안팎으로 나돌고 있다.
임 회장의 고민은 이 뿐만 아니다. 세령씨의 천문학적 이혼 소송 사건에 묻히기는 했지만 대상은 지난해 영업손실 50억여원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전년과 동일하게 책정해 ‘돈잔치’를 벌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임 회장이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번 악재가 터질 때마다 저돌적인 행보를 보이며 헤쳐 나온 임 회장이 이번에도 정면 돌파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몇몇 기업들의 경우 내부 단속 강화 지령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이는 ‘태광그룹의 모텔 사건’이 터진 지 불과 얼마 안 돼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보단 ‘앞서 예방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