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연기, 모두 나라 탓… 내 돈 돌려줘?!”
“상장연기, 모두 나라 탓… 내 돈 돌려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생명, 국세청과 각 세운 내막

삼성생명, “국세청이 부과한 상장지연 따른 법인세 등 돌려 달라” 행정소송 제기
재판부, “삼성생명 외에도 귀책사유 있지만, 삼성도 ‘책임없다’ 할 수 없다” 판시


최근 4년여를 끌어오던 삼성생명과 국세청의 법정공방에서 삼성이 패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4월3일 상장지연에 따라 법인세 등을 부과 징수해 간 국세청을 상대로 삼성생명이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결국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삼성생명은 곧바로 항소의 뜻을 내비췄다.
때문에 1243억여 원이라는 거액을 둔 삼성생명과 국세청 간의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삼성생명의 상장지연이 19년여 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 측과 국세청이 법정공방까지 벌이게 된 그 내막에 대해 취재했다.


▲ 삼성생명 사옥


삼성생명이 국가기관인 국세청을 상대로 낸 거액의 소송에서 결국 패소했다.

지난달 3일, 서울행정법원 합의4부(이경구 부장판사)는 지난 2005년 국세청(피고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삼성생명이 1243억여 원을 돌려달라고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재판부, “상장연기, 스스로 선택”

재판부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2004년에 부과된 1989년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등을 취소해달라고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삼성 측이 청구한 금액은 1989년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995억6400만원 및 방위세 248억9100만원의 합계액인 1243억여 원이다.

삼성생명은 재판부에서 “삼성생명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상장시한 내에 주식을 상장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국세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정부가 생명보험회사(이하 생보사)의 상장을 독려하고 자산재평가특례를 허용하면서 자산재평가세를 납부하게 하고는, 이후 주식을 상장하지 못하게 해 법인세 과세대상 조건이 충족되도록 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 및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생명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정부가 상장에 따른 차익 배분 등에 대해 시민단체와 생보사들이 수용할 만한 새 상장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원고 이외의 자에게도 귀책사유가 일부 있다고 본다”면서도 “이러한 사정만 가지고 원고가 그 책임 없는 정당한 사유로 인해 상장시한 내에 주식을 상장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상장시한이 수회에 걸쳐 14년 가까이 연장되어 왔고, 원고로서도 자산재평가의 특례를 받고도 최종상장시한까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 주식을 상장하지 않기로 선택한 측면이 있다”며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형평의 원칙 및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년 동안 계류중인 생보사 상장

사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의 상장 문제는 지난 1989년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대두되고 있는 문제다.

지난 1989년 교보생명과 1990년 삼성생명이 각각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생보사의 상장이 추진됐다. 당시 삼성생명 등은 상장을 전제로 당시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법인세 등을 3%만 부담, 상장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에 나머지 법인세를 납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증권시장이 침체국면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생보사 상장까지 이뤄져 공급이 늘 경우 증시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일단 상장은 유보됐다.

이후 1999년 6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자동차 채권단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내놓으면서 다시 상장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채권단이 이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려면 삼성생명의 상장이 전제조건이 될 수밖에 없어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1년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장차익의 계약자 배분 문제를 둘러싼 삼성 측과 시민단체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금융감독위원회는 결국, 2000년 말 생보사 상장을 무기한 연기 선언했다.

삼성생명은 이후 2003년 말까지 최종 시한을 연장 받았지만 결국 상장을 하지 않았고, 2004년 89년에 감면받은 법인세 3000억여 원을 국세청에 내야만 했다.

이에 삼성생명은 국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 지난 2005년 4월 법인세 가산세 등 1900억원을 환급받았다.

하지만 상장 연기에 따른 법인세 등 징수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삼성생명은 그해 7월 나머지 금액인 1243억원에 대한 반환 소송을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 결국 지난 4월3일 패소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삼성생명, “판결, 억울할 뿐”

이번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삼성생명의 관계자는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이 상장을 단 한 곳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상장규정안 등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같은 보험회사인 화재보험사도 상장되어 있는데 유독 생명보험사에만 상장기준을 두고 있는 까닭을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 남대문세무서
이어 그는 “우리는 그동안 상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번 판결은 금감위와 재판부의 시각이 다른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재판부의 판결이 억울할 뿐”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재판부의 이번 판결만으로 우리가 상장을 미뤄온 것처럼 보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며 “상장을 위해선 갖춰야할 조건이 많다. 현재 시장 상황 등이 좋지 않은 만큼 적절한 시기를 모색해 상장을 추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생명에 책임이 없는 이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계속 재판을 이어가겠다는 것.

하지만 이번 판결을 바라보는 업계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생보사의 상장지연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책임이라기보다는 양자 모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며 “지난 2005년 삼성생명이 법인세 등을 일정 부분 환급 받은 만큼 더 이상의 소송은 불필요한 것이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4월23일 삼성생명 측이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한 만큼, 당분간 상장지연에 따른 행정당국과 삼성생명의 책임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때문에 1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소송에서 재판부가 다음번엔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 것인지, 그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삼성생명 상장논의 일지

▲ 1990.02 - 삼성생명, 상장 전제로 자산재평가 실시
▲ 1990.12 - 정부, 증시침체로 물량부담 우려해 기업공개 보류 결정
▲ 1999.06 -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삼성차 채권단에 삼성생명 주식 출연
▲ 2001.12 - 재경부, 생보사 2003년 12월까지 자산재평가 특례적용기간 재연장
▲ 2003.10 - 생보사 상장논의 유보
▲ 2004.01 - 국세청, 삼성생명 등에 대해 자산재평가차익에 대한 법인세 부과
▲ 2005.04 - 국세심판원, 삼성생명 법인세·가산세 등 환급 결정
▲ 2005.07 - 삼성생명, 국세청에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 제기
▲ 2007.01 - 생보사 상장자문위, 생보사 상장 최종안 발표
▲ 2008.02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출범
▲ 2009.04 - 삼성생명,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 패소
▲ 2009.04 - 삼성생명,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 항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