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만 덩그라니, 당사자는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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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에 돌고 돌던 촌지 백태[집중취재]
가평군의 촌지리스트가 공개됐다. 언론에 공개된 촌지 리스트엔 기자들의 이름부터 국정원 직원, 경찰 간부까지 등장했으며 하다못해 돈의 액수까지 정확하게 표기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자신들의 세금이 그런 식으로 쓰일지 몰랐던 가평군 시민들은 “선생님께 드리는 촌지도 아니고 난데없는 촌지 백태가 웬말이냐”며 분노를 금치 못한 것이다. 더욱이 해당 관계자인 가평군은 입을 꼭꼭 다물며 사실여부를 부정하고만 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가 말 많고 탈 많은 가평군의 촌지 리스트를 집중 취재해봤다.


▲ 업무추진비 확인결과 촌지로 짐작되는 리스트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참여연대에서 공개한 가평군 촌지 리스트.


지난 27일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참여연대는 경기도 가평군의 업무추진 지출내역을 공개, 언론은 이를 보도했다. 업무추진 지출내역 공개가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 한다면 각 관공서에서의 지출내역 공개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데에 초점을 두고 사건을 볼 필요가 있다. 더더군다나 첫 공개된 지출내역에는 뇌물이나 배달사고로 보이는 돈들이 드문드문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가평군 리스트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 걸까.

촌지현황 보고서?

지난 6일 본지가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센터를 찾아가서 입수한 가평군 리스트에는 ‘2008년 기관운영 및 시책추진업무추진비 지출내역’이라는 이름하에 지출과목과 작성된 날짜, 지출된 내용과 지출한 액수, 날짜 등이 세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가평군 촌지 리스트 공개, 기자들부터 국정원직원, 경찰 간부까지 등장
촌지로 돌변한 주민세금, 30여명 고위간부에게 20, 30만원씩 3000만원

그 외에도 그것이 카드로 지출됐는지 현금으로 오고갔는지가 나와 나름 돈의 출처를 분명(?)하게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관운영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돈이 눈에 띠었는데 그중에서도 국정원 담당 직원과 경찰 간부 등 30여명에게 20~50만원씩 수차례에 걸쳐 모두 3000여만 원을 건넨 것으로 나와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출 내역 명단에는 가평 지역을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과 가평경찰서 간부, 그리고 가평지역 주재 지방지 기자와 일부 중앙 언론사 기자 등이 포함된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의 당시 국정원 직원은 30~50만원씩 6차례 돈을 받았고 양주를 선물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상습적으로 촌지가 건네졌을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경찰의 경우 관할 가평서의 고위급 간부를 비롯해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 등에게 군정업무 및 정보교류 협조자 등의 명목으로 수 십 만원씩 건네진 것으로 기록됐다.

더욱이 가평서의 한 간부는 14차례에 걸쳐 4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 난데다 중앙 행정부 차관과 차관보급 고위 공무원들에게도 고급 특산품을 선물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뇌물성이 짙다”며 “어떻게 시민들이 내는 세금을 개인적인 용도마냥 쓸 수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리스트에는 권력기관 이외에 국회의원 자녀 등의 축의금 명목이나 군수 수행비서가 양복을 사는 데 업무추진비가 쓰이기도 하는 등 군청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된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007년 말부터 지난 2008년 말까지 기록된 이 문서는 그 전에도 이러한 일이 공공연히 일어났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는 것과 같아 시민들은 더욱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때문에 이 지역에서 세금을 내고 있는 시민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세금을 힘 있는 기관에 건네는 폐습은 사라져야 한다”며 “해당기관과 관계자가 처벌 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촌지 리스트 공개에 설왕설래 가평군' 지난 27일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센터는 가평군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가평군청.


왔다리 갔다리 지자체

하지만 돈을 준 가평군이나 돈을 받았다는 관계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오로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말을 번복하는 등 결국은 부정하는 양상을 띠고 있었다.

돈 준 사람 돈 받은 사람 비슷한 양상 보여, 모르쇠, 번복, 결국엔 부정
군청업무와 상관없는 지출내역에 분노한 주민들, 관계자 처벌 돼야 돼!

가평군 관계자는 처음에 “상대가 먼저 요구한 건 없지만 가평까지 거리가 멀고 식사라도 하라고 챙겨 드렸다”고 밝혔으나 나중엔 군수님이 손님들한테 전달하는 지역 특산물을 현금으로 구입하다 보니 다른 이름으로 회계 처리한 것이며 국정원 조정관과 중앙언론사 기자한테 촌지를 건넨 적이 없다“고 번복했다.

심지어 이 관계자는 “지출내역서의 내용을 영수증과 대조한 결과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다”며 “현재 공개된 지출내역서에는 실제로 집행되지 않은 것도 수정되지 않은 채 남아있어 모두 확인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는 오히려 논란을 부추겼는데, 결국은 시민들의 쌈짓돈의 사용출처를 정확히 기록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사정은 언론기관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사들은 군정홍보 명목으로 신문의 날 6개 지역 언론사에 20만원씩 받기도 했고 설과 추석 등 명절에도 봉투가 전달된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20~30만원의 촌지를 받거나 선물과 식사 접대를 받은 것으로 명시된 몇몇 언론사의 경우 영수증이나 지출 내역 등을 대조한 결과 실제로는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해 가평군 내부의 배달사고나 횡령의혹까지 일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때문에 돈을 받았다고 기록된 관계자들의 말은 대부분 부정하는 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6차례 돈을 받고 양주까지 받은 것으로 나온 국정원 조정관은 “처음 듣는 얘기다. 내 이름이 왜 올라 있는지 모르겠다”며 부인했으며, 이름이 많이 거론된 중앙 언론사 기자는 “취재 뒤 식사한 걸 그렇게 처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촌지를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14차례에 걸쳐 400여 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온 가평경찰서의 간부는 “11번은 군청 행사 뒤 직원회식 비용으로 쓰였고 나머지 60만원 정도만 기름 값 정도로 받았다”고 해명해 돈을 줬다는 사람과 돈을 받았다는 사람의 입장이 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름 값이 그렇게 많이 드냐”며 “더구나 본인 기름 값을 왜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쓰냐”는 원색적인 비난이 일었다.

때문에 경기경찰청은 “가평군에서 일부 경찰관들이 촌지성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자체 감찰에 들어갔다”며 “사실이 확인될 경우 상응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명한 정보공개 필요

현재 행정안전부(업무추진비 집행대상의 직무활동에 대해 규정담당)의 예규 129호의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지침은 언론인에 대한 격려금 지급이나 유관기관 등에 대한 명절격려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처음 정보를 공개한 참여연대는 “카드보다는 현금으로 돈이 지출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며 “현금으로 오고간 돈은 촌지일 가능성기 크기 때문이다”고 말해 이번 사건에 설득력을 실어 주고 있었다.

거기다 가평군청측은 처음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센터가 한 회원의 제보로 업무추진 내역을 공개할 당시 거절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관공부서의 정보공개 여부는 비공개를 할 수 있다는 법제도 있는데다 지금까지 정보공개를 한 지자체는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태도를 이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제보를 한 상 상태에서 비공개를 주장한데다 결국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여간 의심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결국 참여연대의 적극적인 공개요청으로 가평군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출내역을 공개하게 됐다지만 가평군과 같은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으란 법이 없어 다른 지역의 시민들 역시 정보공개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참여연대는 “지침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국정원 직원과 언론인에게 격려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촌지이자 뇌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업무추진비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시민들의 말에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가평군청측은 여전히 “이 돈을 담당 직원이 횡령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확인할 계획도 없다“고 밝힌데다, 돈을 받은 것으로 이름이 오른 당사자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며 오히려 군청측이 허위로 명목을 만들어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주장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하루빨리 지방자치제의 정보공개가 당연시 되는 날이 와야 된다.”며 “그래야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해도 지방자치단체가 말을 바꾸는 일은 없을거다”고 말해 각계각처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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