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대면 두통약, 암부위에 대면 암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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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심 울린 한국나노 ‘신비의 돌’ [밀착취재]


최근 노심을 울리는 악덕 상술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암까지 고친다는 신비의 돌로 영화 ‘해리포터’에나 나올 것 같은 일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 의료기기 업체는 장수하고 싶은 노인들의 심리를 이용, 노인들의 꼬깃꼬깃한 주머니를 노리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본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업체의 사기행각과 신비의 돌의 실체를 취재해봤다.

▲ '암까지 치료하는 신비의 돌'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지점의 한국나노 의료기기 체험관 앞에서 만난 A노인이 자신이 찬 목걸이를 보여줬다. 사진은 암까지 치료한다는 '신비의 돌'을 목에 걸고 있는 A 노인.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 의료기기업체가 암도 치료한다는 신비의 돌로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성 영업을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더욱이 체험관 직원이 노인 100여명을 모아놓고 첨단기술로 만들었다는 신비의 돌을 선전하며 “이걸 1300도에서 굽는다. 그러면 이 자체(신비의 돌)에서 에너지가 나온다”며 “이른바 육각돌은 암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체험관 직원의 말대로라면 이 돌은 모든 병, 암세포가 증식 되는 걸 막아주고 암세포를 소멸시키는 역할까지 한다는 것. 더욱이 육각돌이 들어간 제품은 1300만원이나 되는 침대에서 30만원짜리 목걸이까지 다양했다.

찜질방 방불케 한 의료업체

이에 본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에 있는 의료기기 체험관 50여 곳에 무작위로 전화해 암도 치료하는 신비의 돌의 사실여부를 확인해봤다.

장수하고 싶은 노인상대로 한 불법영업 횡횡, 신비의 돌로 암까지 고쳐?
다단계 방불케 하는 영업수단, 사은품과 선물 주며 노인 출석 체크 까지



대부분의 업체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반색했는데 한 업체가 “거기 우리 아니다”며 “한국나노다”고 말해 그런 곳이 실재함을 알았다.

아닌게아니라 한국나노 의료기기 체험관에서는 본지의 전화에 사뭇 긴장한 듯 “전화상으로는 말씀드릴 수 없다”며 “직접 방문해야지만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난 12일 본지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지점에 있는 체험관을 방문했다.

한적한 건물 4층에 위치한 체험관이 본지를 반길 리 없어 때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는 노인을 붙잡고 체험관에 대해 물어봤다.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A 노인(여)은 “여기가 좋다”는 말을 반복하며 “그러지 말고 내가 소개해 준걸로 해서 들어가자”며 기자를 안내했다.

이유인 즉, 다른 고객을 데리고 가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 노인은 “혼자 가는 것보다 같이 가는 게 더 낫다”며 “사은품과 선물을 줄 거다. 이게(팔찌와 목걸이를 보여주며) 다 선물로 받은 거다”고 말했다.

A 노인을 따라 들어간 체험관은 한층 건물을 다 사용하고 있었으며 사뭇 찜질방을 방불케 했다.

편안한 옷차림의 노인 서른 여분이 누워서 혹은 앉아서 의료기기에 의지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직원(여)이 본기자를 경계했는데, 젊은 사람들은 이곳에 오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을 모시고 올 거라는 반 조건부로 안을 구경했는데, A 노인은 이곳에 3년째 다니고 있다고 했다.

A 노인은 앞에서 안마를 받고 있는 머리가 희끗한 다른 노인을 가리키며 “저 할머니는 8년째 다니고 있다”며 “빠지지 않고 열흘을 다니면 팔찌도 주고 목걸이도 준다”고 했다.

이에 본기자가 의문이 들어 그것들이 정말 다 무료냐고 묻자 조금 당황한 A 노인은 “사실 40만원이 넘는 건데 27만원에 샀다며 공짜나 다름없다”는 말을 해 업체가 노인들을 상대로 상업적 이득을 취하고 있음을 알았다.

더욱이 암도 고친다는 신비의 돌에 대해 묻자 A 할머니는 조금 망설이다가 “이건 비밀인데, 암환자들이 여기 많이 온다”며 신비의 돌이란 게 바로 이거(노인이 차고 있던 목걸이)”라고 했다.

머리가 아프면 머리에 대고 다리가 아프면 다리에 대고, 심지어 치아가 아프면 돌을 물고 잔다고 했다.
때문에 본지는 다른 곳도 사정이 마찬가진가 싶어 목동지점 체험관을 찾아가 보았다.


▲ 지난 12일 본 기자가 방문한 서울 목동지점의 한국나노 의료기기 체험관.


3층에 위치한 체험관은 출입문 앞에 과대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표지가 붙어있었다.


▲ 한국나노 목동지점 의료기기 체험관의 출입문에 '과대광고'관련 표지


출입문에서부터 경계를 시작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체험관 직원 B씨는 본기자를 위아래로 훑으며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며 “암과 관련된 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기자가 “아버지가 폐암 말기다. 오죽하면 여기까지 찾아왔겠냐”고 하자 “그럼 잠깐 들어와 바라”고 말을 바꿔 논란 이후에 자체적으로 조심하자는 말이 오갔음을 짐작케 했다.

결국 “아버지를 직접 데리고 오면 상담해주겠다”는 말로 본 기자는 문전박대 당했으나 대체로 지점마다 비슷한 분위기로 노인들을 끌어들여 암을 고친다는 과대광고를 일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데 노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노인들의 가족들 또한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과대광고 이번이 처음 아냐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한국나노와 관련된 피해사례를 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싸게 판다는 사탕발림에 덜컥 상품 구입해, 이에 울상 짓는 어르신 가족
과장 광고로 적발돼도 소용없어, 뿌리근절 안 되는 한국나노 체험관 실태

실제로 자신의 엄마가 유혹에 넘어가 수 천 만원 어치 제품을 구매했다는 한 네티즌은 고민상담식으로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 글은 대체로 “집에서는 요즘 점심도 안 드신다. 거기서 노인들에게 개근상이라는 명목으로 사은품까지 주니 엄마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곳에 찾아간다”며 “처음엔 작은 돌 정도였는데 지금은 엄마 방에 그곳 상품이 한가득 이라 도대체 어떻게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내용이다.

다른 네티즌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는데, “찾아가는 것까진 좋은데 물건을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르신다. 아무래도 그곳에서 세뇌를 당하고 오는 느낌이라 한번은 엄마와 같이 방문 한 적도 있었는데 거기 직원들이 상냥한 미소로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려고 하더라. 하지만 정작 효과에 관련된 허가서를 보여 달라고 하니까 웬만한 상품에 다 나오는 인증서밖에 없었다”며 “당장에 엄마가 거기 출입을 못 하게 할머니를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가족들이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일부 시민들은 “그런 돌이 세상에 어딨냐”며 “어느 정신 나간 놈이 노인을 상대로 그런 짓을 벌이냐”고 비난했다.

특히 이 의료기기 업체는 장수하고 싶은 노인들의 마음을 이용해 상업적인 이득을 취한데다 단속망까지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그러한 사실에 대해 일정부분 시인하면서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나노의 본사 관계자는 “암도 고친다고 했다”는 말에 오히려 반색하며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면 그것은 잘못이다.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허가를 받았고 효능에 대해서는 체험관들의 광고가 과장됐다”면서도 “본사는 알지 못한 문제”라고 발뺌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 서대문에 있는 한국나노 체험관은 이미 과대 광고(의료용 조합 자극기에 대해 ‘세포부활’, ‘혈액정화’가 된다는 명목으로 판매)로 적발돼 식약청이 지방자치단체인 관할 보건소에 통보, 행정처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뿌리근절 안 할거야?

본지가 취재해본 결과 한국나노가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 중에 돌과 관련된 것은 없었다.

지난 12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식약청 치료기기과의 허찬회 관계자는 “지금 한국나노가 허가 받은 의료기기 제품은 개인용 조합 자극기와 온열기, 의료용 레이저 조사기가 있다”며 “그것 또한 온열과 저주파 자극 때문에 근육통 완화의 효과가 있는 것이지 돌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나노가 성분도 인정되지 않은 돌을 가지고 체험관 노인들을 상대로 속여 팔도록 수수방관했던 것으로 밖에 판단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는 서대문 체험관이 적발되는 등 과대광고가 문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산지점의 체험관사태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약청의 의료기기관리과 유희상 사무관은 “논란이 된 한국나노의 일산지점 의료기기 체험관에 대해 이미 적발조치를 내렸다”며 “지방자치 단체의 해당 보건소는 차후 식약청에 적발 결과에 대한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늦장대처를 운운하며 “식약청이 한 체험관을 적발했다면 다른 체험관들도 조사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냐”며 행정부처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자 식약청은 “1년에 두 번 기획점검을 나간다”고 했지만, “실상 당국이 단속에 나서면 체험관들이 허가된 효능만 선정하는 방식으로 단속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노인 상대의 악덕상술에 대해 한 노인 전문가는 “사실 체험관을 방문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대부분 80세에서 90세의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다. 이들은 집에 혼자 있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친구를 사귀기 위해 방문했다가 그들이 과도한 친절로 유혹하면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살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며 “노인들이 이러한 상술에 넘어가지 않도록 무료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정부의 정책 마련이 시급함”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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