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성적표 ‘비교적 선전’
지난 1년간 성적표 ‘비교적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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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지난 1일 4월 임시국회를 끝으로 제1야당 원내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거대 여당을 견제하며 힘겨루기에 몸을 아끼지 않은 그가 지난 4.29 재보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1년간 의정 성적표가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리더십은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야성과 원내 전략이 부족, 여당에 끌려 다녔다는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풀무원식품(주)을 창업해 국내 최초의 친환경, 친자연 기업 모델을 만들어 성공한 CEO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던 원 원내대표. “언론악법 저지 책임을 후임자에게 넘기고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4ㆍ29재보선 수도권 승리로 대안세력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소회를 전한 그의 정치 이력을 살펴본다.

4.29 재보선에서 비교적 좋은 결과로 마무리 하면서 원혜영 원내대표가 지난 1일 4월 임시국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했다. 공식적으로 임기는 26일까지 계속되지만 5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는데다 15일께 새 원내대표를 선출 하는 등 원내사령탑으로서 원 원내대표의 역할은 끝난 셈이다.

지난 4.29 재보선을 치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명암이 엇갈렸다. 지난 달 30일 이번 선거에서 5곳의 국회의원 선거와 1개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참패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재보선 결과에 대해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에 정국에 잘못이 있거나 일이 있으면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교체하고 한게 열린우리당이 몰락한 계기가 됐다”며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 재보선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고 분발의 계기로 삼을 뜻을 밝혔다.

이어 그는 “금년 10월 재보선도, 내년 지방선거도 있다”며 “더 큰 선거가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심기일전해서 국정 쇄신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선거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는 여권의 단합을 강조했다

재보선 결과 “민심은 천심”

반면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어제 선거에서 국민은 분명하게 이명박 정권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민심은 천심”이라며 “평범하고 오랫동안 우리가 새겨온 금언을 이명박 정권은 새롭게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야 될 것이다. 더 이상 1% 특권층을 위한 기득권을 위한 정책과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이명박 정부를 질타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이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서 소수 특권층을 위한 정치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로 관점과 방향을 넓혀 가는데 견인하는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이번 국민의 격려로 자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라도 잘해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국민들이 우리를 선택해 주셨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보다 겸손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고,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해 준 힘에 의지해서 6월에 MB악법을 저지하는데 일층 단호하고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원 원내대표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복당 문제와 관련, “(정 전 장관은) 당의 의지와 상관없이 임의로 떠난 분이시기 때문에 복당은 본인 스스로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재보선을 마친 다음 날인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많은 분들이 걱정했는데도 떠나신 분이 과연 복당을 신청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복당은 당헌ㆍ당규에 기준이 있다”며 “1년 이내에 복당은 허용이 안되도록 돼 있다”고 선을 그어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일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며 “현재 권력과 측근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여대야소 깨다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원 원내대표. 그가 원내대표로서 1년간 의정 성적표는 어떨까. 여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여대야소의 지형 속에서도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동시에 야성과 원내 전략이 부족, 여당에 끌려 다녔다는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국회 의석 과반수가 넘는 거대 여당에 맞서 역부족인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연말연초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진두지휘하며 법안 상정을 최대한 저지했다.

84석의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장관해임건의안도 발의할 수 없다. 야당의 제1임무가 견제라고 할 때 의사당에서 떠들어대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단이 없는 셈이다.

그가 원내대표를 맡으며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과 1월 임시국회에서 85개의 중점법안 처리를 위한 거대 여당의 속도전에 맞서 정세균 대표와 함께 대여 강경 투쟁을 이끌며 법안 처리를 저지한 점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당시 홍 원내대표는 “연말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중점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모든 상임위원회를 열어 법안심의에 들어가는 ‘입법전쟁’에 들어가 버렸고 원 원내대표는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확인 받는 그날까지 싸우겠다”며 상임위 ‘전면봉쇄’로 맞받아쳤다.

이런 홍 원내대표와 원 원내대표의 결정으로 국민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법안 통과는 무시되어 버렸다. 아울러 쟁점법안을 위해 국회에 해머와 전기톱이 등장하게 되고 여러 국회의원이 몸싸움도중 다치는 ‘폭력국회’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을 두고 원 원내대표는 “독자적으로 장관해임건의안도 발의할 수 없는 초라한 세력이지만 원칙을 갖고 단호하게 노력, MB악법 처리를 저지했다”며 “이것이 이번 수도권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완승하는데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2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합당 이후 당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내부 반목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당내 이견을 무난하게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교적 계파색이 덜하면서 개혁성도 갖춘 원혜영식 화합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친환경 자연식품회사 풀무원의 창업자 이미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특히 정부.여당의 대대적인 국정 드라이브 속에서도 협상의 카운터파트인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협상을 벌이면서 국회의 파국을 막았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야성과 전략 부족

하지만 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원내 전략과 야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요 고비 때마다 시험대에 섰다.

지난해 6월 ‘쇠고기 파동’으로 장외투쟁을 벌인 뒤 진행된 원구성 협상에서 당시 현안이었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상임위 구성과 연계하지 않아 당내 반발을 사는 바람에 협상이 번복되기도 했다.
연말연초 쟁점법안 협상 때도 원 원내대표는 비타협을 고수하는 당내의 강경 여론에도 불구하고 유화적 태도로 협상을 진행, 당내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민주당이 극력 저지했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비준동의안은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고, 미디어 관련 법안도 6월 처리가 예고되는 등 결과적으로 ‘이룬 게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원 원내대표는 말수가 적기로 유명하다. 그의 인상을 보더라도 온건한 성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통합민주당의 18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에 오른 원혜영 의원은 부천시장 출신의 3선 의원이다. 그는 1971년 서울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한 후 민주화 운동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른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여러 인사들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운동권 경력 탓에 취업이 어려워지자 풀무원식품㈜을 창업, 국내 최초의 친환경, 친자연 기업 모델을 만들어 성공한 CEO로 자리매김했다.

또 민선 부천시장으로 재임했던 1998~2003년에는 국내 대표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부천 판타스틱영화제를 개최하고 애니메이션 특성화를 추진해 부천시를 문화도시로 성장시켰다.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재야와의 끈을 이어간 그는 지난 88년 한겨레민주당 대변인으로 정치권에 첫발을 디딘 뒤 14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정계복귀 선언 이후에는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에 참여, 소신행보를 보였고 이때 통추 멤버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당분간 환경위 활동 전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2003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17대 총선에서 부천시 오정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18대 총선에서도 당선돼 3선 의원이 됐다.

정치권의 한 원로는 “국내 정치사에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 때마다 원 원내대표가 있었다. 정치이력만 보면 누구 못지않게 화려하다”고 말했다.

이념적으로는 재야에 가깝지만 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시장을 거쳐 실물경제 감각과 행정능력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부드럽고 원만한 성격으로 화합의 리더십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지난 1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둘러보기 위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그는 떠나기 전 측근에게 “언론악법 저지 책임을 후임자에게 넘기고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4ㆍ29재보선 수도권 승리로 대안세력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한때 경기지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천과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인 경기도 단체장 역할을 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는 당분간 다른 당직을 맡지 않고 상임위인 환경노동위 활동에 충실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지역의 지지세를 넓히기 위해 인재 영입과 전략 수립 등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다가올 6월 국회에서는 여야의 분명한 시각차를 보이는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을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으로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한 6월 국회가 이달 새로 선출되는 양당 2기 새 원내대표들에게는 힘겨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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