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2기를 꾸려갈 원내사령탑에 이강래 의원(남원ㆍ순창)이 선출됐다. 중도진보 성향으로 당내에서는 범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 선출 직후 그의 첫 일성은 “정부 여당과의 단호한 투쟁”이다. 그는 당선 연설에서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 등 MB(이명박 대통령)악법을 기필코 저지하겠다”면서 “한나라당에 6월 국회에 남겨진 악법을 모두 철회해 줄 것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촉구한다”고 강한 면을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전략통’인 만큼 고비마다 특유의 협상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계파 구분상 친(親)정동영계로 분류되지만 정세균 대표와도 가까운 사이여서 지난 경선에서 당내 통합과 화합의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웠던 그가 앞으로 미디어법 처리, 정동영 의원 복당 등 당내 산적한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의 18대 국회 2기 원내대표에 전북 출신의 비주류측인 이강래 의원(3선)이 선출됐다. 전북 출신 3선의 이강래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은 ‘비주류의 힘’이 결집한 결과라는 평이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재적의원 84명 가운데 해외출장과 구속 등으로 인한 불참자를 제외한 75명을 상대로 결선투표를 벌인 끝에 46표를 획득,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은 지난 1년간 ‘야성이 부족하다’는 시비에 휘말렸던 원혜영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세균 대표와 친노무현, 386 세력으로 대변되는 주류 측의 당 운영에 대한 의원들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강한 야당 만들기 돌입
주류 진영의 김부겸 의원이 예상 외의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이나 박지원 의원이 선전을 펼친 것은 비주류뿐 아니라 상당수 중간지대 의원까지도 보다 선명하고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비주류 진영이 당 권력의 한 축을 장악한 만큼 당 운영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강래 새 원내대표는 ‘대안 있는 강한 야당’을 모토로 대여관계에서 선명성을 강조하면서도 ‘전략기획통’이라는 평소 이미지에 걸맞게 협상을 병행하는 쪽에 원내 활동의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일단 초반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디어관련법이 쟁점인 6월 국회에서는 대여 강경론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당 안팎에선 이 원내대표가 당의 화합과 통합을 내세운 만큼 당장 주류 측과 전면적인 대결양상으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 진영의 강경한 주장도 어느 정도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안별로 긴장관계가 조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사실상 정 대표의 지휘를 받았던 전임 원혜영 원내대표에 비해 더욱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관련법 등 ‘MB악법’을 철회해야 한다.”며 강력한 대여 투쟁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민심의 흐름이고 여론”이라며 “지난 4.29 재보선은 중대한 상황변화로 민심은 여권의 국정운영에 대해 거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수야당으로서 (정부.여당에 대해) 선제적으로 저지하거나 공격해 막을 수밖에 없다”며 “여권이 직권상정을 동원, 힘으로 밀어붙이며 전쟁하려는 태도에 대해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정당으로 발돋움해 국민의 불신, 편견을 털어내고 정책에 있어 다른 정당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줘야 한다”며 “5,6공 시절로 후퇴한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둘 수 없으며, 견제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의 횡포를 막고 싸우기 위해 선명하고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나라당은 친이, 친박이 불신 속에 지내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주류, 비주류란 게 큰 파벌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전체 의원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과 틀을 만들어 소통.화합의 가교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이 원내대표는 1990년 ‘꼬마 민주당’의 정책전문위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기획과 정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전략통이다.
민주당과 평민당 합당 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뒤 꼼꼼하고 충실한 일처리로 인정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이 야당총재 시절 내밀한 정치적 심부름을 많이 시켰으며 정부조직 개편위원회 실행위원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영국에 머무를 때 동행했을 만큼 각별한 관계다.
1997년 대선 때 그는 대선 기획특보를 맡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성사시켜 대선 승리에 기여했고 이 후 국민의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과 대통령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 기획특보를 맡기도 했다. 2003년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열린우리당 간사를 맡았으며, 당내 부동산정책 기획단장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3ㆍ30 부동산 대책을 마련했다. 또 이후 열린우리당의 정당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 일했다.
이어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기획단 공동단장으로 임명돼 당시 정동영 대선 후보를 도왔고 지난해에는 호남 출신을 대표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 결선투표까지 갔으나 원혜영 전 원내대표에게 아쉽게 패했다. 그 후 이 의원은 재도전 의사를 굳히고 일찌감치 의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해왔다.
“지지율 25%대로 끌어올릴 것”
거대여당을 효율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선제적 국회운영과 함께 당내 소통 활성화, 정동영의원 복당문제 해결 등을 강조한 이 원내대표는 “당에서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 약간 뒤에 계신 분들의 의견 많이 청취해서, 제가 지도부에 연결하고 전달하고 소통과 화합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던 만큼 당 지지율에도 열정적 각오를 다졌다.
그는 또 15%대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에 대해 “당의 지지율을 올리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는 최고 가치가 당의 통합과 단결”이라고 강조하고 “최대 분수령이 될 6월 임시국회에서 악법을 반드시 저지하고 당 지지율을 25%까지 끌어올려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발전위의 논의내용이 원안과 다름없을 경우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가정을 전제로 말씀 드리는 것은 아직은 빠른 것 같다”며 즉답을 피하고 “그 부분은 좀 더 지켜보고 평가라는 것이 옳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대여 강경노선을 견지한 이종걸 후보와 연대한 새 원내 지도부가 첫 시험대인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과 사회개혁법안 처리를 놓고 대여 강공을 펼 것으로 보여 원내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원의 복당문제 대해 이 원내대표는 “호남지역에서 정동영 의원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를 치루기 희망하는 수요들이 넓게 확산돼 있다”며 “복당 문제를 방치하거나 막게 되면 결국은 우리당 지도부가 됐건 정동영 의원이 됐건 원치않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준분당 사태를 우려했다.
이어 그는 “내년 지방선거는 다음 총선, 대선으로 가는 대단히 중요한 길목인데 자칫 잘못하면 분열로 인해 망칠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수 있다”며 복당을 위한 교량 역할을 자임했다.
정 의원 복당 문제에 대해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됨에 따라 오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조기 복당 움직임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균-이강래 ‘투톱’ 관심
민주당의 이강래 선택은 제1야당으로서 분명한 존재감을 부각시켜달라는 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년 원혜영 원내대표 체제가 야성(野性)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고 있는 것.
또한 당내 권력구도로 보면 비주류가 당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른바 친노ㆍ386으로 대변되는 주류에 대한 견제심리가 비주류를 중앙으로 이동시켰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당권이 ‘투톱’이 된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의 관계설정과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비주류 중에서도 온건파에 속해 정 대표와 특별한 마찰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종걸 의원과의 비주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원내사령탑에 오른 만큼 강성 비주류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당장 미디어 관련법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 현안 해법을 놓고 지도부와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원내대표에게 첫 시험대가 될 6월 임시국회에서이다. 일정한 성과를 내 제1야당의 위상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의해 강경 투쟁이 예상된다.
또 계파간 갈등을 잠재우고 당내 통합을 이뤄야 한다. 당장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를 풀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촉발될 수 있는 계파간 충돌을 중재해야 한다. 특히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편 민주당의 새사령탑에 오른 이강래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여야간 엇갈린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강래 원내대표가 6월 국회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관련법에 대해 “여론수렴이 없는 법안 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자 여야는 찬반 논쟁에 휩싸였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 원내대표에게는 이명박 정권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서민경제를 살려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며 “그 무거운 짐을 민노당이 기꺼이 함께 지겠다. 야권공조를 굳건히 하는 속에서 국민에게 선명 야당의 단호함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MB악법을 둘러싸고 대격돌의 장이 될 6월 국회를 앞둔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며 "이 원내대표께서 MB악법을 저지하는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6월 국회에서 미디어발전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산적한 현안처리에 지혜를 모아주고, 무엇보다도 약속을 지키는 정정당당한 야당을 이끌어 주리라 기대한다”며 여야 합의에 따른 쟁점법안 처리를 주문했다.
윤 대변인은 또 “이제 민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야당이 아니라, 대안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제1야당의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