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철 대법관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최근 서청원 대표의 구속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있는 ‘친박연대’는 “대법원의 요청으로 신대법관에 대한 논평 자제했다” 고 밝혔다.
이에대해 ‘친박연대’ 이규택 공동대표는 “대법원 요청에 따라 논평을 자제하라고 대변인에게 직접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가 전지명 대변인한테 자제하라고 지시했다.저 뿐만 아니라 몇 사람이 선거법 위반으로 마지막 상고심에 걸려있어 벼랑 끝에 걸려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대표는 “전지명 대변인이 촛불재판 개입 논란에 대해 심판 비판 논평을 낸 적이 있었는데 선거법 위반 재판이 갑자기 대법원 2부에서 3부로 바뀌면서 신영철 대법관을 배정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런 요청을 받으니까 혹시나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걸게 되더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부인과 대해서도 이대표는 “녹취록이나 증거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꾸며낼 순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반격했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 앞으로 신 대법관의 탄핵소추에 대해선 적극 동참하기로 당론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판사들에게 이메일 보낸 것이 ‘사건의 발단’
이번 신영철 대법관 파문의 가장 핵심은 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촛불 집회 사건과 관련해 이메일을 보낸 것이 “재판에 관여한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쟁점 사항이다.
신영철 대법관 파문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을 '몰아주기로 배당'했다는 불만이 터지면서부터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당시 신 대법관이 8건의 촛불집회 사건을 기존의 전산배당 방식이 아닌 한 명의 부장판사에게 몰아주었던 것.
신 대법관은 경험이 풍부한 판사에게 맡긴 것이어서 적절한 배당이었다고 했지만 배당을 받지 못한 형사단독 평판사들은 민감한 시국 사건을 특정 판사에게 몰아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신 대법관에게 전했고, 신 대법관은 ‘양형토론회’를 갖고 촛불집회 사건을 무작위 배당하기로 약속했다.
이런 와중에 박재영 형사7단독 판사가 지난해 10월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피고인을 보석으로 풀어주었다. 이 판결 이후 다른 판사들은 헌법재판소의 결론을 기다리며 잇따라 재판을 연기했다.
그러자 신 대법관은 단독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시국이 어수선할 수 있으니 보석을 신중히 결정하라”고 했고, 같은 해 10월14일부터 11월24일까지 판사들에게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 “통상의 방법으로 재판을 진행하라”고 당부하여 재판을 속히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헌재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판사들에게 현행법에 따라 유죄 선고를 내리라는 것은 지시나 마찬가지의 뜻이라며 판사들이 반발하면서 파문은 확산되었다. 이후 골고루 사건을 맡기겠다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신영철 파문’은 15개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잇따른 가운데, 지난 2003년 4차 사법파동을 주도했던 박시환 대법관이 재판 개입은 ‘유신시대의 산물’이라며 지금을 ‘5차 사법파동’으로 규정하면서 더욱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박 대법관은 “신 대법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번에 재판 개입의 원인을 찾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이 거세지자 박 대법관은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며 진화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그 파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신영철 대법관 침묵으로 버티기
전국에서 판사회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급기야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 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파동과 관련, “재판의 내용이나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데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법원장의 경고는 경고일 뿐, 신 대법관은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 신 대법관은 최근 두달여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거취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청해서 퇴근길 모습을 공개하고도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 파문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탄핵 사유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스로 물러날 사람은 신 대법관이 아니라 뒤에 앉아서 부채질하고 있는 박 대법관이다. 그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이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뒤에 앉아서 젊은 법관들을 선동하는 것은 비겁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며 박 대법관의 이념을 들고 나왔다,
‘조선일보’ 역시 박시환 대법관이 “사회 갈등을 부추긴다”는 사설을 통해 “박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라는 법원 내 이념조직 비슷한 모임을 만든 사람이다. 그 모임 회원들이 소장판사 집단행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법관이 이념조직을 만들어 소장판사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동아일보’ 역시 “민감한 시점에 박 대법관이 ‘사법파동’이라고 규정하면서 논란을 촉발할만한 언급을 한 것은 대법관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다. 박 대법관은 '지금은 절차와 규정을 지킬 수 없는 혁명적 상황'이라고 주장해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선동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보수논객인 조갑제씨는 박 대법관을 더욱 신랄한 어조로 비난하고 있다.
“이회창, 조순형, 자유선진당이 용감하게 촛불판사들을 비판하고 있다. 법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법치를 부정하는 박 대법관을 탄핵할 것을 국회에 요구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소동의 출발부터가 촛불난동 재판이었고, 소장판사들의 집단행동을 지원한 것도 촛불세력이었다. 촛불난동 주모 및 지원 세력은 골수 친북좌익 세력이다. KBS, MBC, 오마이뉴스, 아고라, 기타 좌경인터넷 매체 등 범좌파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자진사퇴 촉구
반면 민주당은 신 대법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금은 사법부 내부의 추이를 지켜볼 때”라며 불참했다. 민주당 간사인 우윤근 의원은 “사법부 운명이 걸린 긴급현안이다.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지난 18일 구속수감되기 직전 사법부에 속았다고 했는데 이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더 이상 국민을 속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철래 원내대표는 “이용훈 대법원장은 자신의 권위를 실추시켜가면서 신 대법관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신 대법관을 징계하는 정도의 조치는 국민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에 불참한 한나라당에 대한 성토도 쏟아졌다.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법사위는 논의될 안건이 상정되지 못했고, 대법원의 현안보고도 듣지 못한 ‘반쪽 회의’로 끝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사법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사법부의 만행을 보호하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도 “한나라당은 야당이 국정협력을 안한다고 비난했는데 이제와서 정작 중요한 사법부의 독립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신 대법관은 대법관의 권위를 상실했다.우리가 탄핵발의를 시작하기 전에 사법부가 자체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신 대법관의 파문은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훼손시켰다.
특히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사람들은 ‘좌파세력’ 옹호하는 사람들은 ‘우파세력’ 운운하며 ‘색깔공세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신 대법관의 사퇴가 말처럼 쉬운 상황은 아니다.
이 대법원장 역시 신 대법관을 경고하는 선에서 사태를 종결지은 터여서 결정을 스스로 번복하지 않고서는 소장판사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만일 신 대법관이 전격적으로 용퇴를 결심한다고 해도 대법원이 인사검증을 제대로 못 했다는 비판 속에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상처를 받을 수 있어 이 또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