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주류BG 이어 또다시 ‘삼화왕관·한국우주항공’ 등 계열사 매각 나선 두산
두산, “계열사 매각, 자금난 때문 아냐. 삼화왕관 매각 정해진 거 없다” 반박
두산그룹의 계열사 매각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두산은 계열사인 삼화왕관, 한국우주항공(KAI) 등의 지분 매각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와 함께 꼬리표처럼 자금난설도 두산을 따라다니고 있다. 두산이 계속해서 계열사 매각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모두 ‘밥캣’ 인수에 따른 자금난 때문이란 것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두산이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앞두고 계열사 매각을 통해 주력사업지원을 위한 ‘실탄’ 확보를 나선 것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가 두산의 잇단 계열사 매각을 바라보는 재계 일각의 시각을 쫓아봤다.

두산그룹(이하 두산)이 또다시 계열사 매각에 나선다.
두산은 최근 병마개 제조업체 삼화왕관 경영권 매각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두산은 한국우주항공(KAI)의 지분 매각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두산이 근래에 두산주류BG, 종합포장재 기업인 계열사 테크팩, 두산메카텍의 반도체 CMP 장비사업 부문 등에 이어 계속해서 계열사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각의 종착역은 자금난 해소?
두산이 이처럼 계열사 매각에 열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 관계자들은 두산이 지난 2007년 미국 잉거솔랜드사(Ingersoll-Rand)의 소형 건설중장비부문 ‘밥캣’을 인수한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리한 M&A 때문에 결국 자금난에 처해 계열사를 매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산은 인수 당시 미국법인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과 두산홀딩스유럽(DHEL) 설립을 통해 2007년 11월, 밥캣을 51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두산은 자기자본 12억 달러와 39억 달러의 자금을 차입해 인수 비용을 마련했다. 39억 달러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이 29억 달러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각각 7억 달러, 3억 달러를 대출받았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에 자금을 지원한 채권단은 밥캣의 차입금을 올해까지 영업현금흐름(에비타, EBITDA)의 7배 이하로 유지하고, 내년에는 6배 이하로 낮추기로 재무약정을 체결했다. 최근에 두산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7배 이하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두산이 밥캣을 인수한 순간부터 유동성 위기에 대한 온갖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며 “실제 밥캣 인수 후 두산의 단기차입금이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불어나는 등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 두산이 계속해서 계열사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은 밥캣 인수에 따른 자금난 해소를 위한 것이란 게 재계 일각의 분석이다.
‘실탄’ 확보, M&A 위한 것?
이와 함께 또다른 일각에서는 ‘실탄’ 확보설을 제기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 4월, 지주회사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지난 2005년 비자금 및 분식회계 사건 이후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지주회사제도 도입 약속에 따른 것이다. 두산은 현재 두산중공업 등 11개의 자회사와 두산인프라코어,두산캐피탈 등 8개의 손자회사,렉스콘 등 2개의 증손회사를 두고 있다.
그중 지주회사체제 변환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것은 건설·중장비 분야다. 때문에 두산은 인프라코어와 중공업, 건설 등을 주축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며, 지난 10여년 전부터 소비재부분 계열사를 차례로 매각해 왔다. 두산이 종갓집김치와 두산주류BG를 매각한 것 역시 이러한 수순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때문에 재계 일각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두산의 계열사 매각은 두산의 건설·중장비 부분 신사업지원을 위한 ‘실탄’ 마련의 일환일 것”이라며 “매각자금은 또다른 M&A를 위한 실탄으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두산, “돈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이런 재계 일각의 시각에 부담을 느낀 듯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더욱이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직접 계열사 지분 매각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자금난’을 일축했다.
박 회장은 지난 5월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계열사 지분 매각 여부 등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한 달 뒤쯤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도 “KAI 외에 삼화왕관 등에 대한 매각은 결정된 바가 없다”며 “회장님 말씀대로 자금난에 따른 계열사 매각 아니다. 우리는 2.5~3조원 가량의 현금성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매각자금이 건설·중장비 부문 키우기 위한 실탄으로 쓰이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두산주류BG 등의 계열사 매각자금은 내부유보자본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며 “아직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인프라 지원 사업쪽으로 향후 원천기술확보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재계 관계자들은 계열사 매각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실탄’을 두산이 어디에 지원할 것인지, 두산그룹의 주장대로 자금난 해소가 아닌 인프라 사업 지원에 쓰일 것인지 ‘실탄’의 향방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